인도, 그리고 불교 54

편집부   
입력 : 2010-12-16  | 수정 : 2010-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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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구법문의 구체적인 발현

7세기 중엽에 성립한 것으로 보고 있는 대일경은 밀교의 교리적인 부분과 실천, 실행적인 면이 함께 설해지고 있는, 밀교의 완성된 모습을 보여주는 최초의 경전이라고 할 수 있다. 대일경 주심품에서는 교리적인 내용을 설하고 있으며, 구연품 이하에서는 실천적인 측면을 설하고 있다. 특히 구연품에서는 7일간에 걸친 작단법을 설하고 있는데, 만다라의 작법과 만다라에 제자를 입단(入檀)시켜 관정을 행하는 방법 등이 설해져 있다. 대일경에서 설하고 있는 만다라는 대비태장생만다라이다. 이 만다라는 한량없는 덕(德)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이때 금강수비밀주가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무엇을 이름하여 만다라라고 합니까? 만다라는 그 뜻이 어떠합니까?' 부처님께 말씀하시었다. '모든 부처님을 출생시키는 것이 만다라이다. 비교할 것이 없는 최고의 맛이며 다할 것이 없는 맛이다. 그래서 만다라라 한다. 비밀주여, 끝없는 중생계를 애민하는 까닭에 이를 대비태장생(大悲胎藏生)이라 하며, 이는 만다라의 넓은 뜻이다. 비밀주여, 이 대비태장생만다라는 여래의 한량없는 겁 동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가지한 바를 쌓아 모았으므로 한량없는 덕을 갖추었다고 알아야 한다. 비밀주여, 한 중생을 위해서 여래께서 정등각을 이루신 것이 아니며 두 중생을 위해서도 여러 중생을 위해서도 아니다. (중략) 모든 중생계를 연민하시기에 여래께서 정등각을 이루셨으며, 대비의 원력으로써 한량없는 중생의 세계에서 그 본성과 같은 법을 연설하신다.'"

대비태장생만다라를 설명하고 있는 부분에서, 우리는 주심품에서 설하고 있는 보리심을 인(因)으로 하고 대비를 근(根)으로 하며 방편을 구경으로 한다고 하는 내용을 엿볼 수 있다. 만다라의 작법을 보자. 먼저 수행자는 자비심을 일으켜 단을 건립할 땅을 택하는데, 산림에는 꽃과 과실이 많으며 기뻐할 만한 깨끗한 샘이 있는 곳을 택하여 둥근 단을 지어야 한다고 하였다. 그리고는 이를 깨끗이 한 후에는 선정 가운데 대일여래를 관하고 이어서 네 부처를 관상한다.

"수행자는 다음에 선정 가운데에서 마음으로 대일을 관하라. 백련화의 자리에 앉으시고 상투모양으로써 관(冠)을 삼으며 갖가지 색깔의 빛을 내시는데 몸 전체에 두루 가득하다. 다시 선정에서 차례대로 사방의 부처를 관상해야 한다. 동쪽의 방향은 보당(寶幢)이라고 부르는데 몸에서 나는 색이 태양의 광채와 같다. 남방의 대근용(大勤勇)께서는 두루 깨달음의 꽃을 열어 펼치시며 금색으로 광명을 내어 삼매에서 모든 더러움을 떨치시네. 북방의 부동불(不動佛)은 번뇌를 벗어난 청량한 정(定)이고, 서방의 인승자(仁勝者)는 이를 무량수라 이름하네."

이는 대비태장만다라의 가장 중심에 위치하는 중대팔엽원(中臺八葉院)의 5불을 설하고 있는 것이다. 중앙에 대일여래는 흰 연꽃 위에 결가부좌하여 법계정인을 하고 계신다. 이는 여래의 총체적인 덕성을 나타낸다고 한다. 이러한 총체적인 덕성에서 사방으로 개별적인 덕성을 나타내고 있는데, 그것이 4불이다. 그리고 네 부처의 전 단계로 네 보살을 나타내고 있는데, 이것은 네 보살의 완성된 결과로서의 네 부처를 나타내는 것이다. 즉 네 보살이 네 부처의 원인에 해당한다면 네 부처는 네 보살의 결과에 해당하는 것이다. 동방의 보당불은 그 왼편에 보현보살이 그려지는데, 이는 마음을 내는데 있어 정보리심의 덕을 나타낸다. 곧 종교적인 각성을 말한다. 남방의 대근용은 개부화왕불을 말하며 그의 왼편에는 문수보살이 그려지는데, 수행문에서의 지혜의 덕을 나타낸다. 곧 종교적 실천에서의 지혜를 말한다. 서방의 인승자는 무량수불을 말하며 그의 왼편에는 관세음보살이 그려지는데, 보리문에서의 보리를 나타낸다. 곧 종교적인 증오(證悟)를 말한다. 북방의 부동불은 천고뢰음불을 말하며 그의 왼편에는 미륵보살이 그려지는데, 열반문에서의 열반의 덕을 나타낸다. 곧 종교적 이상경을 말한다.

이상의 중대팔엽원의 내용은 대일여래의 총덕(總德)으로부터 나온 4불의 개별적인 덕성을 나타내는 것이며, 다시 네 보살의 인행(因行)의 결과로서 네 부처가 있음을 나타낸다. 그리고 네 부처는 결국 보리심을 발하여 실천수행을 행하고 보리를 증오하여 열반에 도달하는 것을 나타내기도 한다. 결국 중대팔엽원은 보살에서 부처로 나아가고 다시 대일여래로 나아가 대일여래의 지혜를 증득해 가는 과정을 나타내며, 중생구제를 향하여 지혜가 발현되어지는 과정을 불보살의 배치를 통해 묘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방에 네 부처를 배열하는 형식은 4세기말경에 담무참역인 금광명경의 사방 4불과 불타발다라역인 불설관불삼매해경에서의 사방 4불과 시방 10불에 연유한다고 보고 있다. 이 가운데 사방 4불을 살펴보면 동방의 아촉불, 남방에 보상불, 서방에 무량수불, 북방의 미묘성불을 나타내고 있다. 최초에 이들 사방의 네 부처님을 배열하는 방식은 단지 네 부처님을 공간적으로 배열하고 있는 것이며, 어떤 관계성에서 연결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대비태장생만다라의 중대팔엽원에서 사방에 배열되고 있는 네 부처님은 대일여래를 비롯하여 네 보살과 함께 서로간의 관계성 속에서 배열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중대팔엽원을 중심으로 편지원, 관음원, 금강수원, 지명원의 4원이 둘러 있으며, 이를 제1중이라 한다. 편지원은 중대팔엽원으로부터 나온 대일여래의 이법(理法)이 중생들을 교화하고 이익하기 위해 지혜로 나타나는 것을 표시한 것이다. 이는 기하학적인 모습으로 그려지는데, 셋의 광염과 3중의 삼각형, 그리고 두 개의 만자로 나타난다. 이 편지인은 제불심인 혹은 일체여래지인이라고 부르며, 4마(陰魔, 煩惱魔, 死魔, 天魔)를 항복시키는 부처님의 지혜를 상징한다. 관음원은 관음보살을 주존으로 하고 편지원에서 발동된 지(智)가 다시 관음의 대비로서 발휘되는 곳이다. 편지원은 불부에 속하는데 대하여 관음원은 연화부에 속한다. 금강수원은 금강살타를 주존으로 하며 여래의 대지의 덕이 발휘되는 것을 상징한다. 금강수원은 금강부에 속한다. 지명원은 관음원과 금강수원에서의 대비와 지혜를 실천적으로 조화하여 통일한 경지를 나타낸다. 지명원은 부처님의 명주 즉 다라니가 지송되기 때문에, 그것은 여기에서 제불의 본원이 중생을 위해 실천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러한 불부, 연화부, 금강부의 3부 형식은 양대(梁代·502∼557)에 한역된 모리만다라주경에서 중앙에 부처 그리고 우측에 12개의 팔을 지닌 금강상을, 좌측에는 16개의 팔을 지닌 마니벌절라보살을 그리는 3존 형식의 화상법에 이어 7세기 중엽 아지구다가 한역한 불설다라니집에서 석가상을 중심으로 왼쪽에 금강보살을, 오른쪽에 관세음보살을 그리는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다음은 제2중으로 석가원, 문수원, 허공장원, 소실지원, 지장원, 제개장원의 6대원이 그려지고, 마지막 제3중은 외금강부원으로 육도윤회의 중생류들이 그려진다.

이와 같이 3중으로 건립되는 대비태장생만다라는 주심품에서 설하고 있는 3구법문의 구체적인 발현을 나타낸 것이라고 하고 있다. 즉 중대팔엽원과 제1중의 4대원은 인(因)인 보리심의 덕을 나타내며, 다음으로 제2중의 6대원은 근(根)인 대비의 덕을 나타내며, 끝으로 제3중은 널리 모든 중생류에 미치는 방편의 덕을 나타낸다고 보는 것이다. 이는 곧 대일여래의 일체지지가 보리심을 인으로 하고 대비를 근으로 하며 방편을 구경으로 하여 나타나는 것임을 만다라로 도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김치온/진각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