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교 진각종 6-진각교전과 법신불

편집부   
입력 : 2014-03-17  | 수정 : 2014-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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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교의 출현은 불교 속의 혁명

대일여래 등장으로 새로운 불타관 확립
자비행·육바라밀행 실천적 측면 전개


불교의 역사 속에서 밀교의 출현은 교리적으로나 수행적인 측면에서 불교 속의 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밀교의 경전 중에서도 '대일경' 이후에 성립된 경전들에서는 설법의 주체가 초역사적인 존격으로 등장하였다.

그것은 밀교가 역사적 불타인 석존과 결별하고, 전혀 별개의 존격인 법신 비로자나불 즉 대일여래를 출현시켰기 때문이다. 따라서 밀교경전에서는 붓다가야의 보리수 아래 금강좌에서 깨달음을 얻은 석가모니불에 대한 명칭이 그다지 발견되지 않는다. 밀교경전에서 세존이나 여래라고 한정지어 언급할 때에는 대부분 대일여래를 가리킨다. 그것은 확실히 역사적인 불타와 결별하고 새로운 불타가 등장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거기에는 불을 우주적인 몸, 즉 우주신(宇宙身), 다시 말해서 법신적 개념으로 보려는 사고가 반영되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밀교에서는 불교의 교리 속에서 제법의 법성으로 구성된 법계, 그것의 절대적 표현인 공성, 진여의 원천인 여래장을 급기야 우주신, 즉 불타의 법신으로까지 규정하게 되었다. 이와 같이 규정된 우주의 본질은 인격화되어서 비로자나불과 같은 존격으로 전개되기에 이르렀다.

그것은 대승불교의 교리가 종합적이며 실천적인 반야, 공의 철학으로 바뀐 결과 우주와 인간에 대한 개별적인 인식 대신 그들 전체를 포괄하는 통일적 원리로 간주하게 된 것이다. 이 새로운 통일적 원리는 보살의 자비행과 육바라밀행의 실천적 측면으로 전개되면서 더욱 더 체계화되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 통일적 원리가 인격화되어 법신으로 구상화되기에 이르렀고, 그 법신을 경험의 세계인 일상적인 입장에서 받아들이게 되었던 것이다. 여기서 밀교의 실천철학적 행동원리가 등장하게 된다.

'진각교전'의 '법신과 화신'에서는 법신 비로자나불을 교주로 하는 이유와 행동원리인 신행의 목표를 명확히 하고 있다. 즉 "법신불은 본래 있어 보리심에 비유하고 화신불은 닦아나니 보리행에 비유한다. 법신불이 중생 위해 당신이 곧 화신되니 법신부처 이밖에는 다시 부처 없는지라. 법신불은 태양 같고 화신불은 만월 같다.

그러므로 법신 명호 비로자나 대일이라. 밀교본신 양인고로 현세정화 위주하며 밀교본신 양을 쓰고 일요자성 날을 하며 현세안락 서원하여 이 땅 정토 만드므로 진호국가서원으로 자기성불 하기 위해 식재하고 증익하고 항복받고 경애되니 국민 모두 안락하고 국토모두 성불된다. 이것이 곧 오는 세상 몇 천겁을 기다려서 성불함이 아니므로 즉신성불이라한다"라고 설한다. 

이와 같이 진각종 신행체계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교주 법신 비로자나불은 '대일경'과 '금강정경'에서 대비로자나불, 대일여래라는 명칭으로 등장하며, 그 행동원리의 원류도 이들 경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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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경전에 등장하는 대일여래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절대적, 통일적 원리의 인격화와 무한한 구상화(具象化)이다. 우주적 원리를 인격화한 것이 법신이고, 법신이 일정한 조건 하에서 화현한 것이 화신이고, 보신이라고 한다면 대일여래는 가장 완전한 의미의 법신이며, 모든 화신과 보신들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다.

불교적 용어인 법(法·Dharma)에 법칙성과 사물의 두 가지 의미가 있는 이상, 법칙성을 인격화하고 사물에 법칙성이 내재되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밀교의 법신사상은 어떤 의미에서 인도 종교철학의 극치라고 할 수 있다.

대일여래라는 명칭은 인도말로 '마하바이로차나타타가타'이며 '커다란 태양과 같은 여래'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여래는 밀교 이전의 대승경전인 '범망경'과 '화엄경' 등에서 교주로 등장하고, 각각 연화장세계와 연화태장세계의 중심으로서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광대한 세계관을 전개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처음으로 마하바이로차나를 '대일'이라고 번역한 것은 선무외삼장이었다. 그 이전에도 번역용어가 없었던 것이 아니다. 금강지삼장의 경우 이것을 '최고현광명안장여래'라고 번역하였지만 이 번역 용어는 일반화되지 못했다. 다만 선무외삼장이 번역한 대일여래라는 번역명만이 널리 유포되었다. 선무외삼장은 '대일경소'에서 '대일'이라는 역어를 쓴데 대해서 세 가지 이유를 들고 있다.

첫 번째로 제암편명(除闇遍明)이다. 이것은 태양이 어두운 곳을 두루 비쳐서 밝게 하듯이 지혜의 빛이 모든 것을 밝힐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 번째로 능성중무(能成衆務)이다. 이것은 여러 가지 일을 잘 하는 것을 의미하며, 활동력이 활발하고 걸림이 없음을 나타낸다. 또한 대일여래가 가지고 있는 자비의 힘을 나타낸 것으로 거기에는 차별이 없고, 하는 일에 걸림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 번째로 광무생멸(光無生滅)이다. 이것은 그 빛이 불생불멸 즉 영원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것은 방편에 의한 무한한 활동을 나타낸다. 세 번째의 것은 앞의 두 가지 내용을 통하여 그 활동력이 영원하다는 것을 나타낸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대일여래 자체는 결국 무한한 지혜와 무한한 활동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비로자나불이 지닌 지혜의 일광은 세간의 태양과 달리 구름이나 비가 오는 날에도 일체 모든 곳을 두루 비출 수 있다.

불의 지혜는 무한하며 무차별이지만 그 내용은 역시 보는 입장에 따라서 다섯 종류로 분류할 수 있다. 그것은 첫 번째로 법계체성지, 두 번째로 대원경지, 세 번째로 평등성지, 네 번째로 묘관찰지, 다섯 번째로 성소작지이다. 이들 다섯 지혜는 각각 대일여래 즉 비로자나불, 아축불, 보생불, 아미타불, 불공성취불의 지혜에 배대되어 그대로 오불오지의 모습을 취하게 된다. 이와 같이 대일여래의 지혜를 있는 그대로 인격화한 지신(智身)이 밀교 불타관의 특색이며, 대원경지 이하의 사지(四智)도 역시 각각 사불로서 인격화되어 전개되었다.

huhilbum.jpg 허일범 교수/진각대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