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행론으로 배우는 마음공부 49

편집부   
입력 : 2017-09-29  | 수정 : 2017-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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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성일의 진호국가불사

“자성일 하루 진호국가불사하는 데는 네 가지 법이 있다. 모든 국민 국가의 악하고 삿됨을 능히 진압시키고 착하고 바른 것을 능히 도와 나가는 것이 식재법이다. 증익법은 나라와 국민 모두가 함께 행복과 이익을 더해 가는 법이다. 항복법은 우리의 적을 쳐부수어 항복을 받는 것이 아니라 진리로 항복받는 것이다. 경애법은 국민이 서로 공경하고 사랑하여 이 나라를 화목하게 하고 융화시켜 나가는 법이므로 만사(萬事)의 으뜸이 된다. 자성일 진호국가로 불공하면 자손과 재물이 뜻대로 잘된다. 심인불교에서는 모든 사악(邪惡)한 일이 진압되니 곧 국가문제도 진압되어 해결된다.”(실행론 제3편 제5장 제4절 나)

평화를 부르는 올림픽

천지만물을 깨우쳐서 일으켜 세우듯 죽비가 두 번 큰 울림을 만들면서 심인당을 진동시켰다. 태산이 갈라지고 집채만한 바위가 깨지는 소리 같았다. 심인당에 모인 대중들은 죽비소리에 맞춰 일제히 합장을 했다. 자성일을 겸해 ‘가뭄 극복과 메르스 소멸을 위한 특별 진호국가 3자성 불사’를 회향하는 공식불사가 시작된 것이다.

교리참회가 시작되고 이내 강도발원이 이어졌다.
“온 국민을 불안의 소용돌이로 휘몰아 넣었던 메르스는 식재불사를 봉행하자 확연하게 진정기미를 보이면서 사태종식 선언시점을 맞이하고 있으며, 극심했던 가뭄을 해소해 줄 반가운 비도 잦아졌습니다. 진언행자들이 뜻을 세우고 실천하며 온갖 정성을 들여 서원해온 3자성 특별 진호국가불사를 이제 회향하면서 다시 한번 더 우리들의 마음자리를 점검하고 뭇 생명과 더불어 살려는 보살정신을 회복해야 하겠습니다. 다 같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동참하시기 바랍니다.”

강도발원이 끝나자 ‘모든 중생을 제도하고 복과 지혜를 모으며 법문을 깨쳐서 여래를 섬기는가 하면 구경에는 보리위를 증득하겠다’는 오대서원가가 울려 퍼졌다. 다음으로는 보고 또 보고, 어제 만났지만 오늘 또 만나도 늘 좋고 반갑다는 옆자리와 앞자리, 뒷자리에 앉은 도반들과 새로운 만남의 기쁨을 듬뿍 담아 서로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진호국가 하는데는/네 가지 법 있음이니/식재법과 증익법과/항복법과 경애법이/진호국가 법이니라…….” ‘진각교전’ 법불교 응용편 제3절 ‘진호국가’에 대한 경전문구를 합송했다. 너나 할 것 없이 마음을 모으고 입을 모아 만들어낸 우레 같은 우렁찬 소리가 심인당을 가득 채웠다. 깊디깊은 계곡 물이 굽이굽이 돌아가며 토해내는 큰 울림이요, 다른 곳에서 들을 수 없는 화음이었다.

3자성이라고 하는, 3주간 동안 하루 7시간 이상의 용맹정진이 그동안 꾸준히 이어져 왔다. 직장 때문에 새벽과 낮, 오후, 저녁정진에 공식적으로 동참하지 못한 신교도들은 퇴근을 한 뒤 심인당에 모여 철야정진을 일삼았다. 최소 세 시간부터 일곱 시간까지 정진을 이어가면서 쪽 잠을 자고 출근하는 일이 다반사처럼 벌어졌다. 그야말로 심인당은 밤마다 불이 꺼지지 않는 불야성을 이루었다.

경전낭독을 마치자 깨침이 정사가 운을 뗐다.
"건강한 시민의식과 본래의 자성을 되찾아 탐진치 삼독을 버리고 지비용으로 나아가는 회사, 계행, 하심, 용맹, 염송, 지혜의 육바라밀을 실천하며 심성을 정화해야 할 것"이라며 깨침이 정사는 "그동안 진언행자들이 지은 공덕이 널리 일체 미쳐져서 삼계, 유정, 비정들이 더불어 사는 만다라세계가 구현되길 강도발원하며 우리들의 서원 정진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깨침이 정사는 또 “한국불교는 국가를 먼저 생각하고 국가의 안녕을 바라는 호국불교로 자리 잡아 왔으며, 국가가 어려울 때마다 가장 먼저 나서서 국가를 위하고 보호하는 일에 앞장섰다”면서 “진언행자들이 3자성 동안 서원한 메르스 소멸과 가뭄 해갈을 위한 식재불사는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들을 위한 당연한 불사라 생각한다”고 했다. 깨침이 정사는 덧붙여서 “진각교전에 있는 진호국가를 위한 네 가지 법인 식재법과 증익법, 항복법과 경애법을 실천해 간다면 우리가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용맹정진을 당부했다.

“옴마니반메훔, 옴마니반메훔, 옴마니반메훔…….”
20여 분간 삼밀관행이 진행된 다음 모든 대중이 오불봉청에 이어 회향참회를 끝으로 첫 째 불사시간을 마무리지으며 모든 재난과 우환이 소멸되기를 서원하는 두 번째 불사시간을 이어갔다.

“미국은 엄청난 힘과 인내심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 우리 동맹을 수호해야 할 의무가 생긴다면 완전히 파괴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로켓맨이 자살행위를 하고 있다”고 성토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장면이 텔레비전으로 방영되고 있었다. 하루가 지난 뉴스시간 대의 녹화방송이기는 했지만 섬뜩한 기운은 라이브로 보고 듣던 그 때처럼 그대로 전해졌다.

여섯 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하고, 여러 번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벌이는 설전이 한반도를 긴장의 소용돌이로 밀어 넣고 있다. ‘화염과 분노’라는 표현으로부터 ‘완전한 파멸’을 노골화할 만큼 섬뜩한 ‘말의 전쟁’이 도를 넘으면서 과연 어디까지 치달을지 모를 정도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현실을 앞에 두고 유성이는 겁이 덜컥 났다. ‘애들 장난이 어른들 싸움으로 번진다’는 말조차 머리 속에 떠올리고 싶지도 않을 만큼 말싸움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했다.

유성이는 그 자리에 그대로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어서 벌떡 일어나 한동안 방안을 서성거리다가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 집을 나서서는 경보를 하듯이 심인당으로 향했다. 불과 1천여 미터 남짓한 거리지만 어느 때보다 마음이 급하다보니 한 걸음이 수백 걸음은 되는 듯이 여겨지기까지 했다. ‘관행자는 심인전당 가까이해 사는 것이 선지식을 친근함에 제일 좋은 것이니라. 심인전당 가까우면 선우 절로 친근’하다는 말을 좇아서 어느 지역으로 옮겨 살더라도 심인당 가까운 곳을 찾아 거처를 정했기에 심인당은 늘 걸어서 쉽게 오갈 수 있었다.

비교적 늦은 시간이었지만 심인당은 불이 훤히 켜져 있었다. 특별정진으로 불야성을 이루었던 그 때를 상기시키기에 충분했다. 심인당 앞에 서서 한참동안 불 밝힌 곳을 올려다보며 서있던 유성이가 계단을 올라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을 때 실제로 많은 이들이 정진하고 있었다. 유성이는 발걸음을 가볍게 조용히 앞쪽으로 나가 희사를 하고 다시 뒤쪽으로 돌아와서는 오와 열을 맞추어 앉아 정진하고 있는 한 무리의 가장자리에 자리를 잡은 뒤 염송을 시작했다. 미처 시계를 볼 생각도 잊었던 터라 언제 정진을 시작했는지도 몰라하던 새 죽비소리가 들렸다. 먼저 정진을 시작했던 이들이 결인을 풀고 합장을 하고서는 회향참회를 합송했다. 저녁불사를 겸한 참회서원불사를 마치겠다는 깨침이 정사의 말을 듣고서는 대강의 시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유성이는 저녁불사가 끝난 뒤에도 그 자리에서 정진을 지속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은 스포츠다. 스포츠는 정치의 벽을 넘을 수 있다. 정치현실을 뛰어넘어 스포츠가 전 세계인을 감동시킬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믿는다. 평창동계올림픽이 그렇게 될 것이다. 스포츠의 힘은 평창에서 발휘될 것이다.”

유성이는 정진을 끝내고 심인당을 나서면서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 선수들이 참여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가지며 보도됐던 뉴스를 떠올렸다. 한국과 중국, 일본 3국의 불교지도자들이 서울에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2020년 도쿄하계올림픽,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로 인류공영의 메시지를 밝힌 것까지 상기하면서 올림픽의 힘을 믿고 싶었다. 집을 향해 내딛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정유제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