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와 사람들 14

편집부   
입력 : 2018-02-09  | 수정 : 2018-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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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곡동에 나타난 새로운 문화의 바람, 제1회 월곡달빛축제

지난 2017년 10월 28일, 서울시 성북구 월곡동에서는 이례적으로 민관학이 공동주관하고 지역주민이 직접 축제 준비과정에 참여한 제1회 월곡 달빛축제가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전체 등록인구 5만명이 채 안되는 월곡동에서 지역주민 약 1천여명이 행사 준비과정에 직접적으로 참여하고, 당일에는 5천여명이 넘는 인파가 몰릴 정도로 주민들의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이번 월곡달빛축제는 지역에 기반하고 있는 기관 및 단체들, 그리고 지역주민들이 직접 준비과정에 참여하였다는 점에서 그 과정의 미학으로 큰 의미를 가진다고 평가받고 있다. 월곡달빛축제가 다른 마을축제들과 다른 특별함이 느껴지는 이유가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진정한 마을축제를 기획하고 운영하는데 있어서는 어떤 의미가 담겨야 하는걸까?  

과거와 현재, 마을이라는 개념의 큰 차이점은 마을의 규모와 구성원의 특성의 차이일 것이다. 과거 전통적인 농경사회에서는 혈연을 중심으로 오랫동안 정착해온 토착민들이 한 지역에 모여 거주하였다. 그래서 마을의 안녕과 구성원들의 단합, 풍년 등을 기원하는 의미로 기획되는 각각의 마을축제의 준비과정에 마을 구성원 모두가 자연스럽게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구조였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고도의 산업화가 이루어지고 도시가 발달하여 마을의 규모가 매우 커졌고, 교통과 통신기술의 발달로 각 마을의 경계가 허물어졌다. 또한 그 지역에 오랫동안 정착한 토착민보다 타지역으로부터 새롭게 유입되는 유동인구, 즉 단순 지역거주 구성원의 비중이 훨씬 더 커졌다. 이렇게 마을의 개념이 크게 달라지면서, 마을축제는 산업사회의 시대정신과 현대인들의 감각 및 기호에 맞는 대중적인 형태들로 풀어져서 과거와는 달리 매우 다양한 형태로 변화되고 있다.

그러나 전통적인 지역축제처럼 각각의 지역 고유의 역사와 문화에 따라 기획되는 경우보다는 현대의 여러가지 대중문화의 한 컨텐츠나 지역 자연경관을 상품화하는 경우가 많아 마을축제의 본질이 점점 흐려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다. 유행을 따라서 단순 이벤트성 축제로 변질되거나 기업의 후원에 의존하여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지속성이나 안정성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부산국제영화제나 각종 락페스티벌 등 대중문화를 중심으로 크게 성공하여 그 지역의 대표문화로 자리잡은 사례도 있지만, 이들도 자본에 의존하고 있고 지역의 전통성과는 연관이 없기 때문에 지역에 기반하고 지역민들이 축제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마을축제의 본질이 흐려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역축제라고 하는 것이, 마을 구성원들 모두가 마을행사의 준비과정과 결과에 모두 참여하며 화합을 꾀하는 것에서 기인하였기 때문에 이 부분이 축제의 진정한 의미라고 본다면, 지역축제는 최소한 그 지역의 전통성과 문화적 자산, 인적 동력 등을 잘 활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수 세대에 걸쳐 축적해 온 지역의 고유문화를 정례적으로 표출하는 행사인 지역축제에 지역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직접 참여함으로써 우리들은 물론이고 지역구성원들 스스로도 그 지역의 역사와 삶의 방식을 배우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1회 월곡달빛축제는 타지역 마을축제들과 차별화되는 부분이 많다. 대표적인 부분 몇 가지를 손꼽아보자면, 우선적으로 축제의 기획과정과 운영과정, 구조적인 측면에서 마을축제의 본질과 많이 맞닿아 있는 축제이다.

축제의 주관단체인 동덕여대, 대한불교진각종, 성북문화재단은 모두 월곡동 지역에 지난 수십년간 자리를 잡고 지역의 구성원으로서 존재감을 가지고 있던 지역기반단체이다. 그리고 달빛등(燈) 제작과정에 있어서 지역주민 약 1천여명이 직접적으로 참여하였다. 시민들이 직접 달빛등(燈) 공방에서 사전제작한 수백여개의 달빛등(燈)은 오거리 메인 무대 및 주요 거리에 전시되었고, 당일에도 소원등(燈)달기, 공방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그 자리에서 등(燈)을 만들어서, 남아 있는 공간을 주민들이 직접 채워나갔다. 특히 달빛등(燈) 공방은 단순히 체험공방이 아니라, 축제의 컨텐츠를 주민들이 직접 제작하는 장소이고 그 장소가 상시 개방되어 운영된 사례는 거의 전국 최초로 보아도 무방하다. 축제의 기획단계에서부터 운영까지 민관학이 함께하여 만들어진 사례라는 그 자체도 아주 이례적일 뿐만 아니라, 지역 구성원들이 축제 준비과정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였다는 점까지 더해져서 월곡달빛축제는 다른 마을축제들과 큰 차별성을 가진다.

두 번째는, 월곡동 지역의 지명을 기반으로 축제의 지역 전통성에 걸맞는 컨텐츠를 잘 연계하였다. 월곡달빛축제 연출에 있어서 메인 컨텐츠인 ‘전통등(燈)’ 컨텐츠는 월곡동(달빛 계곡)의 지명의 뜻과 의미를 되새겨 지역대표문화를 새롭게 만들자는 기획의도와 아주 잘 맞아 떨어지는 최적의 아이템이었다. 등(燈) 제작에 참여하기 위해 공방을 찾은 청년 및 주민작가들은 축제의 취지와 의도, 달빛등(燈)의 의미에 대해 설명을 들으면서 자기가 살고있는 고장에 대해 새로운 의미를 찾고 자부심을 느끼게 되었다. 지역구성원 스스로 그 지역의 문화적 자산과 역사, 삶의 방식을 알게 되는 것이다. 또한 마을 축제의 준비과정에 직접 개입을 함으로써 그 자체에 대한 즐거움과 자부심도 함께 느끼게 되어 참여 만족도가 매우 컸다. 이번 축제에 제작된 달빛등(燈)들은 모두 재활용이 가능하다. 즉, 보관상태에 따라서, 10년 20년 후에도 계속해서 활용할 수 있는 자산들이므로 앞으로 매년 제작될 등(燈) 작품 하나하나가 모두 축제의 역사이자 축제 참여자들의 역사로 남을 수 있다.

세 번째는, 폭넓은 연령대를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축제라는 점이다. 달빛등(燈) 사전제작 단계에서부터 이미 가족단위의 일반인 참여가 활발하였고 축제 당일에도 이와 연결되어 가족단위를 중심으로 10대부터 80대까지 전 연령이 즐길 수 있는 축제라는 점이 재확인 되었다. 또한 ‘전통등(燈)’이 종교적 색채를 띈다는 편견을 깨고 한국전통문화로서 대중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마지막으로, 축제의 지속성과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월곡달빛축제의 가장 무서운점은, 제 2회, 3회 월곡달빛축제 준비과정에서 파생될 수 있는 효과와 잠재력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지역내에 축제를 위한 상설 운영공간(달빛등공방)이 하나 생김으로써 생기는 이점은 매우 크다. 예를 들어 상설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지역의 문화예술가를 발굴하고 양성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렇게 양성된 인적자원들을 기반으로 여러 가지 파생적인 문화예술분야가 월곡동 지역의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다. 또한 등(燈)과 관련하여 등(燈) 제작 또는 문화교육 프로그램들이 하나의 사업으로 발전할 여지도 충분히 있어 이와 연계하여 지역 청년 및 노인 일자리 문제와 같은 사회적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나타날 수 있다.

즉, 지역주민들의 어떤 이는 등(燈) 채색 작가로, 어떤 이는 등(燈) 골조 디자이너로, 어떤 이는 등(燈) 문화 교육 강사로서의 역할을 하며, 누구나 축제의 주체로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축제 하나를 매개체로 지역에 여러 가지 문화적, 경제적 효과가 무한히 창출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것이 월곡달빛축제가 가진 지속성이자 무한한 가능성이다.

달빛축제는 단순히 매년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하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다음회 축제를 만들어나가는 과정 속에 진짜 의미가 있다. 축제 준비과정이 연간 지역문화로 자연스럽게 자리매김하게 되면 궁극적으로는 지역구성원들 한명 한명이 그 지역의 문화적 요소로서의 역할을 하게 되어 자생적으로 운영되는 시스템이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가 된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마을단위로 마츠리라는 마을축제가 수백년 넘게 그 명맥과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데, 특히 아오모리현의 아오모리시, 히로사키시, 고쇼가와라시 지역은 마을 골목 곳곳에 상설 등(燈) 공방과 축제기반시설들이 운영되고 있어서 전문시민작가가 매년 양성되고 공공기관, 기업체, 학교, 민간단체들이 모두 마을축제를 중심으로 1년 내내 공조하여 움직인다.

월곡달빛축제라는 마을축제가 기획과 운영적인 측면에서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부분도 이와 비슷하다. 비록 월곡지역의 전통성에 대한 보다 깊은 조사가 더 필요하고 협력기관간의 소통 강화, 컨텐츠의 다양화, 주민참여 확대방안 찾기, 등(燈)에 대한 인식 개선 등 여전히 보완해나가야 할 점이 많지만, 월곡지역의 구성원들이 앞으로 이 축제를 통해서 스스로의 잠재력을 찾고 역할을 맡아 지역문화를 만들고 발전시켜나가며, 진정한 공동체의 의미를 되찾아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모든 사람들에게 전달되기를 바란다.


이상종/공연연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