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제 정사 알기쉬운 교리문답 69

밀교신문   
입력 : 2018-03-13  | 수정 : 2019-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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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와 업무 스트레스가 너무 힘들어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물을 건드리지 않으면 맑고 좋은 물처럼 보이지만, 일단 그 물을 휘저어보면 온갖 부유물이 다 뜨듯이, 사람도 평소에는 좋아 보이지만, 누가 한번 건들기라도 하면 이내 성격이 드러납니다. 이렇게 한 사람의 성격이나 성향 때문에 여러 사람이 힘들게 되는 경우도 참 많지요. 얼마 전 간호사 한 명이 아파트에서 투신해서 자살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경위를 추적해 보니 그 원인이 간호사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소위 ‘태움’ 때문이었다더군요.

태움이라니 대체 무슨 말인가 의아했는데, 알고 보니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이라더군요. 쉽게 말해 선배간호사가 신임간호사들 군기를 잡는답시고 너무나도 혹독하게 괴롭힌다는 거예요. 쉬는 시간에 커피 좀 마시면 신임 주제에 커피 마신다고 뭐라 하고, 사소한 일에도 차트를 집어던지고, 작은 실수 하나도 일일이 트집을 잡아가면서 정신적으로 힘들 만큼 쓴소리하고 매섭게 역정을 낸다는 거지요.

작은 실수 하나로도 사람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일이니 간호사들 사이에 위계질서나 군기가 당연히 셀 수밖에 없겠지요. 그래도 그렇지,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했으면 병원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세 명에 한 명꼴로 이직을 하겠어요? 병원에서는 인건비를 조금 줄여 본다고 간호사들 대신에 조무사를 두기도 하고, 부족한 인원으로 다수 환자에 대응하려 하니 간호사들이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 수밖에 없는 겁니다. 비단 간호사들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많은 이들이 일터에서 인간관계와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어요. 늘 마음의 여유도 없이 타이트하고 조급한 상황 속에서 실수 없이 맡은 일들을 처리해 나가야 하니,

긴장 속에서 그야말로 영혼이 바싹바싹 타들어 갈 수밖에 없는 겁니다. 게다가 남보다 내가 앞서고 경쟁에서 이겨야 성공할 수 있는 사회구조이다 보니, 선행과 선심은 뒷전이고 매정함과 독설만 가득한 거예요. 정말이지 요즘 진정으로 타인을 배려하고 위로하는, 간혹 덕이 묻어난 글을 접하게 되면 마치 사막 한복판에서 물을 만난 것 같다니까요?!

직장인들이 인간관계에서 힘들어하는 또 다른 이유가 바로 상사의 갑질입니다. 우월한 직위에 있다고 해서 그 힘과 권력을 이용해 아래 사람을 육체적・정신적으로 괴롭히는 이들이 우리 사회에 많다는 것은 최근 미투(Me too) 운동을 통해 과거사를 털어놓은 용기 있는 몇몇 여성의 폭로로 인해 속속 밝혀지고 있습니다. 나날이 갱신되는 기사를 보면서 사람의 인격과 명성은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절절히 깨닫게 되었지요. 명성이란 것은 한 사람의 인상을 남이 평가하는 외부의 소리이지만, 인격이라고 하는 것은 결국 그 사람 안에 갖춰진, 그 사람만이 알고 있는 마음의 자태이며 그릇인 겁니다.

중생이 사는 이 말법 세간을 오탁악세(五濁惡世)라고 하지요. ‘탁’이란 말은 탁하다는 뜻이에요. 맑지 못하고 오염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오탁 가운데 중생탁(衆生濁)이란 게 있어요. 인간들의 자질이 근본적으로 자비심(慈悲心)이 없고, 남의 행복을 따라 기뻐해 주는 수희심(隨喜心)이 없으며, 또 평정심(平靜心)이 없기 때문에 중생탁이라고 하는 겁니다. 진각성존 회당대종사께서는 “옛날에는 도덕 인륜을 세워서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었지만, 지금은 사람이 사람다워 보이지만 물질시대의 오탁에 물들어 있다. (실행론 5-8-13)”고 말씀하시면서, 오탁악세의 허망한 세계에는 이성(理性)과 지성(智性)을 여는 육자심인(六字心印) ‘옴마니반메훔’ 본심진언의 수행이 절실함을 역설하셨습니다. (실행론 1-3-7) 넉넉한 마음의 도량이 부족하여 항상 좋은 인을 짓지 못하고, 남의 행복 위에 나의 행복을 세우려 했던 지난날의 탐심을 돌아보고 참회하며, 새롭게 발심하고 회향할 수 있는 내가 되기를 서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