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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이 흔들릴 때 멈추는 자리는…

편집부   
입력 : 2018-05-18  | 수정 : 2018-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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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봄 움튼 새싹이 어느새 풀잎 가득 향긋한 초록빛 오월의 향기를 뿜으며 따스한 햇살과 함께 조화를 이뤄 자연의 멋진 모습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른 봄, 추위를 무릅쓰고 제일 먼저 꽃을 피운 매화도 한동안 머물러 있으려니 했지만, 해와 달이 시간의 소리 따라 흘러가듯 지금의 오월도 여운을 남기며 아쉽게 또 그렇게 지나가겠지요...

물 흘러가듯 자연의 흐름에서 느끼는 소소한 변화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다면, 일상에서 펼쳐진 삶의 모습도 새롭게 느껴갈 수 있습니다. 새로운 마음으로 소중한 인연의 모습을 느낄 수 있을 때 우리는 많은 것을 바꿀 수 있고, 많은 것을 새롭게 이끌어내어 다른 모습으로 한걸음씩 다가설 수 있습니다.

모래 위에 세워진 누각이란 뜻으로, 겉모양은 그럴듯해도 기초가 튼튼하지 못해 오래가지 못하고 곧 무너지는 것을 사상누각(沙上樓閣)이라 합니다.  

예쁘고 멋진 집을 짓는다 해도 기초가 튼튼하지 않으면 금방 무너집니다. 집을 짓기 위해서는 기초를 든든히 다져야 하는 것은 상식이고 기초적인 원리입니다. 폭풍이 불어 집이 허물어지더라도 뼈대가 있으면 다시 쉽게 지을 수 있지만 사상누각(沙上樓閣)은 작은 비바람에도 집이 사라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기초가 약하여 오래가지 못할 일이나, 오래 유지되지 못할 일, 혹은 실현 불가능하거나 헛된 것을 비유하는 말인 사상누각(沙上樓閣)은 어떤 상황이나 분야에서 그 기본이 단단하지 못한 경우에 사용하는 말이지요.
누구나 기본이 중요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기본이 아주 사소한 것 같지만 집을 지을 때는 초석(礎石)과 같고, 겉모양을 유지하고 지탱할 수 있는 내면이 기본입니다. 기본은 아주 천천히 쌓여가는 것입니다. 노력을 기울여 기본이 단단히 쌓였을 때 실력은 향상되는 것입니다.

생활 속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일과 사물에는 기초가 되는 근본과 과정, 결과, 그리고 목적과 수단이 연결되어있습니다. 아무리 나타나는 결과와 성과가 중요하지만 기본기가 잘 갖춰지지 않는 일들은 언젠가 무너지기 마련입니다.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요행이나 임기응변은 금방 드러나는 것처럼, 기본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아무리 화려하게 준비한다고 해도 다음 단계로 넘어 가기 힘들고, 다음으로 넘어가더라도 기초가 단단하지 못하니 빈틈이 많아 사소한 것에 의해 어느 순간에 한계를 느끼고 힘들어지고 쉽게 무너지게 됩니다.

주위에서 가끔 다른 사람들이 이룬 화려한 겉모습과 결과에 마음을 뺏겨 그것을 부러워하고 시기하고 탐을 내는 경우도 봅니다. 그 역할과 자리에 맞게끔 고행한 수많은 시간과 노력의 과정을 제대로 못 본 채 결과만 부러워하고 탐을 내는 것은 바탕과 토대가 되는 기본을 모르는 것입니다. 일층과 이층은 버리고 맨 위 삼층 누각만 빨리 짓고자 하는 어리석은 부자와 다를 바 없습니다.

기본기가 충실한 사람은 힘든 시기가 다가오더라도 기초와 기본을 떠올리며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는 것처럼,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일을 처리 할 때도, 운동을 할 때도 무엇보다 마음공부 역시 기본이 잘 익혀져 있어야 합니다.

수행은 마음공부는 몸과 마음으로 합니다. 누군가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글이나 말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순간 순간 인지할 수 있는 내 마음을 다스릴 수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생활 속에서 부딪힐 때, 그 순간 순간 나타나는 마음씀씀이가 수행의 기본에서 나옵니다.   멈추고 싶을 때, 멈추어야 할 때, 멈추고 싶은 자리에 멈출 수 있어야 합니다.

마음공부는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뜻밖의 일들이 우리를 흔들어 놓을 때, 일상생활 속에서 자신의 경계에 따라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마음이 흔들리는 것은 누구에게나 일어나지만, 그 상황에 대처하는 모습은 마음공부를 하는 우리는 달라야 합니다.

오늘 누군가가, 무엇인가가 나를 흔들고 바람이 불어올 때, 내 마음이 멈추는 자리, 마음이 향하는 곳, 나의 기본은 어디쯤인지...

심정도 전수/명선심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