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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송이 연꽃

편집부   
입력 : 2018-07-23  | 수정 : 2018-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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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옛날 어느 별에서 내가 세상에 나올 때/사랑을 주고 오라는 작은 음성 하나 들었지 /사랑을 할 때만 피는 꽃 백만 송이 피워 오라는/진실한 사랑할 때만 피어나는 사랑의 장미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없이/아낌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주기만 할 때 /수백만송이 백만 송이 백만 송이 꽃은 피고/그립고 아름다운 내 별 나라로 갈수 있다네.”

가수 심수봉씨의 ‘백만 송이 장미’ 노랫말입니다. 몇 해 전 천주교 모성당 기념예배 행사에서 사제와 교인들이 축가를 불렀는데 성당에 울려퍼진 노래가 바로 ‘백만 송이 장미’였다고 합니다.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이 노래를 엄숙한 예배에 선택한 의미를 설명했습니다. ‘먼 옛날 어느 별에서/내가 세상에 나올 때/사랑을 주고 오라는/작은 음성 하나 들었지∼’. “이건 완전히 예수님이잖아요!”

인터넷에서 이 노래를 찾았습니다. 가사를 음미하며 천천히 들어보았습니다. 마음에 큰 울림이 있었습니다. 뭉클하니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왠지모를 부끄러움과 미안함이 밀려듭니다. 티슈를 한 장 뽑아서 흐르는 눈물을 훔쳤습니다. 가사를 곱씹을수록 진국이 우러납니다. 예수님일 수도 있고 석가모니 부처님일 수도 있겠지만 이 노래는 다름아닌 ‘내’가 이 세상에 왜 왔는지를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가만히 눈감고 느껴봅니다. 내가 이 세상에 처음 올 때, 작은 음성 하나가 내 귓전에 울렸음을 알아차려봅니다. 지금은 까맣게 잊고 살고있지만 진실한 사랑을 주고 오라는 울림이 있었듯 합니다. 진실한 사랑으로 백만 송이 꽃을 피우고 오라는 울림이었습니다. 내가 이 세상에 온 이유입니다.

다시금 곱씹어 봅니다. 내가 피워야 할 그 꽃은 계절 따라 피고 지는 그런 꽃이 아닙니다. 범부들이 생각하는 움켜쥐는 사랑, 소유하고자 하는 그런 사랑으로 피어나는 꽃이 아닙니다. 우리는 착각합니다. 집착과 애착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진실한 사랑이라 합니다. 집착하는 사랑 움켜쥐는 사랑에서는 꽃을 피울 수 없습니다. 그럼 꽃은 언제 필까요? ‘백만 송이 장미’는 답을 줍니다.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아낌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주기만 할 때/수백만 송이 백만 송이 백만 송이 꽃은 피고/그립고 아름다운 내 별 나라로 갈 수 있다네∼.” 그런데 내가 피워야 할 꽃은 한 송이 두 송이가 아니라 수백만 송이입니다. 이 세상에서 나의 사명입니다. 그렇기에 수백만송이 꽃을 피우기 전에는 나는 내가 왔던 내별 나라, 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천수천안관세음보살이 떠오릅니다. 나의 두 손을 따스히 내밀면 나의 손은 천개의 손이 됩니다. 나의 두 눈을 크게 멀리 뜨게 되면 나의 눈은 천 개의 눈이 됩니다. 천개의 손 천개의 눈으로 온 누리 보살펴주고, 온 세상 껴안아주는 관세음보살은 수백만 송이 연꽃을 피워내겠지요. 만월광명은 허공에 두루 차서 분별없이 세상을 비춥니다. 좋은사람, 싫은사람, 미운사람이 따로 없습니다. 어두운 밤하늘을 밝고 청명하게 온 중생을 온 세상을 밝힙니다. 우리 진언행자가 실천해야 할 덕성입니다.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없이 베풀어야 합니다. 나의 손도 천개의 손이 됩니다. 나의 눈도 천개의 눈이 됩니다. 나는 관세음보살을 닮아가고 부처님을 닮아갑니다.

여기에서 또 하나의 의문이 생깁니다. 내가 돌아가야 할 나의 고향, 아름다운 내별 나라는 어디일까요? 그곳은 내가 돌아가야 할, 내 생명의 근원입니다. 귀명(歸命)의 자리이지요. 우리 모두는 모순없는 원점의 자리에서 흘러나와 오늘의 여기에 이르렀습니다. 다시금 참으로 아름답고 거룩하고 멋지게 승화된 원점으로 되돌아가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 가를 설하고 있습니다. 참회(懺悔)의 이유입니다. 참회는 회심(回心)입니다. 내 마음을 돌리는 수행입니다. 중생의 마음에서 보살과 부처의 마음으로 돌려야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돌아가야 할 나의 고향 나의 별은 얼마만큼 멀리 있을까요? 지심참회로 지심귀명으로 내 생명의 근원으로 돌아가고자 정성을 다하고 지혜로운 마음을 회복할 때, 내가 서 있는 이 자리가 그대로 그 원점이 되고 극락이 되고 불국정토가 됩니다. 그립고 아름다운 내별 나라는 다름아닌 지금 내가 숨 쉬고 살아가는 바로 이곳입니다.

“미운 사람이 생기면 복을 지어야한다 ∼ 진리로 복을 지으면 행복하게 살다가 내세에도 극락에 간다.”(실행론 4-7-1) 현세에도 내세에도 내 삶은 수백만 송이 연꽃으로 가득합니다. 내가 바로 연꽃입니다. 

보성 정사/시경심인당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