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제 정사-알기쉬운 교리문답 78

편집부   
입력 : 2018-07-23  | 수정 : 2018-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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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세상에 왜 부귀와 귀천의 차별이 존재하나요?

언어분석 연구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감정을 표현할 때 자주 쓰는 말은 430여 개라고 합니다. 그것을 ‘불쾌함’에 속하는 부정적인 말과 ‘유쾌함’에 속하는 긍정적인 말로 구분할 수 있는데, 분석해보면 결과는 7대 3 정도의 비율이 된답니다. 부정적인 말을 그만큼 많이 하고 산다는 뜻이에요. 그중에서 긍정적인 상태를 표현하는 최고의 단어로 꼽힌 것은 바로 ‘홀가분하다’는 말이었다고 합니다. 얼핏 생각하면, 뭔가를 얻었다는 ‘성취감’이나 짜릿한 자극과 같은 ‘황홀감’이라는 단어가 최고의 긍정적인 경지일 듯도 합니다만, 의외로 인간의 마음이란 그와 달리 무엇이 보태진 상태가 아닌 ‘거추장스럽지 않고 가뿐한 상태’, 바로 이 ‘홀가분한 상태’에서 가장 큰 기쁨을 느낀다는 겁니다.

『본생경』이라는 경전에는 먹이 하나를 놓고 다투는 매의 무리에 관한 얘기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하늘을 날던 매 한 마리가 땅 밑을 내려다보니 고깃덩어리 하나가 눈에 띄는 거예요. 쏜살같이 내려와 고기를 덥석 물었는데, 그 순간 주위에 있던 다른 매들이 그것을 뺏으려고 떼거리로 공격해오는 겁니다. 하는 수 없이 물었던 고기를 땅에 떨어뜨리고는 나뭇가지로 몸을 피했어요. 정신을 차리고 땅밑을 보니 매들이 고기가 떨어진 쪽으로 몰려가 서로 차지하려고 난리가 난 거예요. 날개를 푸닥거리고 발톱을 세워 할퀴기를 여러 번, 몇몇 매들은 상처를 입고 나뒹굴었습니다. 나뭇가지로 몸을 피했던 매는 그제야 한숨을 내쉬면서 탄식을 했습니다.
“내려놓기만 하면 온 천지는 내 것인데, 그걸 못해 여태껏 아웅다웅 살았구나…….”

내려놓고 살면 정말이지 홀가분하게 살 수 있는데, 중생들은 그렇지 못해서 늘 걱정이 많습니다. 한 환자가 의사를 찾아와
“저는 건망증이 너무 심해서 왔습니다.”
하고 말하자, 의사가 하는 말이,
“그럼, 돈부터 먼저 내시죠.”라고 하더랍니다.
환자의 병을 어떻게 고칠까 궁리하기보다는 건망증 때문에 치료비를 떼일까 싶어 노심초사하는 거예요. 어쩌면 대부분의 중생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특히나 요즘과 같은 황금만능의 물질 시대에는 돈에 대한 집착심으로 전전긍긍하며 전도된 삶을 살아가기 일쑤입니다. 부정한 수단으로 돈을 모은 이들은 그 돈 때문에 괴로워하고, 대다수의 돈 없는 이들은 일부 부도덕한 부자들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분노와 희열을 함께 맛보곤 하지요.

그러나 연기(緣起)의 이치를 근본으로 인과(因果)를 성찰한다면 인간의 귀천이나 부귀의 차별이란 그렇게 눈이 벌게져서 날뛸 일도 아니에요. 부처님께서는 사람이 귀하게도 되고 천하게도 되는 것은 출생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 사람의 행위에 의해서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출신성분에 따라서 부자도 되고 가난하게도 되고, 또 출세하기도 하고 못 하기도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뜻이지요. 따라서 우리가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태어난 것은 우연이 아니라 전생의 원인에 의한 결과라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말과 행위, 그리고 마음으로 짓고 있는 모든 생각은 미래의 내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믿고 받아들이는 것이겠지요.

진각성존 회당대종사의 말씀에 귀 기울여 봅니다.
“인(因) 지어서 과(果) 받음은 우주 만유 법칙이라. 좋은 인을 지은 이는 좋은 과를 받게 되고 나쁜 인을 지은 이는 나쁜 과를 받게 된다. 전생 인을 알려 하면 금세(今世) 받는 그것이요, 내생(來生) 과를 알려 하면 금세 짓는 그것이라. 모든 법은 인연으로 이뤄지는 것이므로 만약 인연 없게 되면 모든 법도 없느니라.” (‘실행론’ 2-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