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칠존이야기- 16.금강당보살

밀교신문   
입력 : 2018-10-08  | 수정 : 2019-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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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배의 깃발을 높이 드는 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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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이라는 시에서 유치환시인은 이상향에 대한 동경을 펄럭이는 깃발로 노래하고 있다.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저 푸른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탈쟈의 손수건/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의 푯대 끝에/애수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아아 누구던가/이렇게 슬프고도 애닯은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그저 펄럭이는 무정물에 불과한 깃발에서 시인은 이상적 세계를 향한 강렬한 향수와 그리움을 아우성이라는 단어로 응축시키고 있다. 깃발은 푯대 끝에 매달려 해원이라 표현되는 이상세계를 실현하고자 아우성을 치지만 그 몸부림은 소리가 없기에 끝내 이상에 도달할 수 없는 애수의 손수건으로 그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에서는 깃발을 통해 이상세계를 향한 인간의 간절한 의욕을 상징하고 있다. 

 

깃발은 이처럼 우리의 감성을 드러내고 이상을 표현하는 상징물이다. 천이나 종이로 넓게 만들어 깃대에 다는 물건으로 그 천에 어떠한 상징을 넣는가에 따라서 국기나 군기, 단체의 상징으로 사용된다. 과거 일제 치하에서의 태극기나 종교탄압을 받는 나라에서 보는 종교의 깃발은 그대로 애국심과 애종심을 표현하기도 한다. 불교에서도 불보살 및 도량을 장엄하는 법구의 일종으로 중생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중생을 지휘하며 마군을 굴복시키는 상징물로 오래전부터 사용하여 왔다. 대체로 불전 안에 두는 소형의 당간을 지칭하는데, 장대 끝의 모양에 따라서 용머리 모양을 취한 용두당, 여의주를 장식한 여의당 또는 마니당, 사람 머리 모양의 인두당 등이 있다. 당은 갖가지 다양한 색의 비단으로 표치하고 장엄한다.  

 

특히 그 꼭대기에 여의주를 매달은 것을 보당이라 칭하였으니 그 여의주에서는 중생들이 원하는 갖가지 재물이 쏟아지고 소원이 성취된다. 더 나아가 광명으로 빛나는 지혜의 당으로써 모든 번뇌의 마군을 물리친다는 뜻을 상징한다. 

이통현의 '신화엄경론'에서는 ‘십회향위의 금강당보살은 보살의 지광삼매에 드는데 금강당보살은 이 삼매에 들어서 무량한 가르침의 빛을 이끌어내어 근본지로써 빛의 근본을 삼고 차별지로써 가르침의 빛을 삼아서 근기에 따라 이익을 준다’고 하고 있다. 여기서도 지혜광명의 깃발을 높이 들어 중생에게 법의 이익을 얻게하는 면이 보이고 있다. 이 서원은 지장보살과 같다고하여 금강당보살의 동체보살로 지장보살을 든다. 

 

지장보살은 중국·한국·일본 등지에서 관세음보살과 함께 가장 많이 신앙되는 보살의 하나로 도리천에서 석가모니부처님의 부촉을 받고 매일 새벽 항하사의 선정에 들어 중생의 갖가지 근기를 관찰한다. 석가모니부처님과 미륵불 사이의 부처님 없는 시대에 천상·인간·아수라·아귀·축생·지옥의 중생들을 교화하는 대비의 보살이다. 특히 지옥에서 고통받는 중생들을 구원하기 위해 짐짓 지옥에 들어가 죄지은 중생들을 위무하고 교화해 제도하는 위대한 ‘지옥세계의 부처님’으로 신앙된다. '지장보살본원경'에는 지장보살이 석가모니부처님에게 한 서약의 내용이 있다. 

 

“지옥이 텅 비지 않는다면 결코 성불을 서두르지 않겠나이다. 그리하여 육도의 중생이 다 제도되면 깨달음을 이루리다.” 

 

악행을 일삼는 중생이 아직 남아있고 그 과보를 치뤄야할 지옥이 남아있는 한 지장보살의 서원과 보살행은 그칠 날이 없다. 지옥중생을 남김없이 제도하여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인도하였을 때 지옥세계가 사라지면 그때 지장보살의 원과 행이 다할 것이다. 그리하여 모든 중생이 해탈을 얻게 되면 지옥도 극락도 존재하지 않게 된다. 지장보살의 이와 같은 서원은 중국과 한국·일본에서 대중들의 큰 호응을 얻어 민간에 널리 신앙되었다. 지장이란 이름은 ‘지옥에 스며들어가 지옥의 중생을 교화하는 부처님’이라는 의미 외에도 편안하게 견디는 것이 흔들리지 않음이 대지와 같고 생각하는 바 치밀하기가 비밀창고와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기도 하다. 그 모습은 천관을 쓰고 왼손에는 연화를 오른손에는 보주를 들었으며, 후세에 이르러 석장을 든 사문의 모습이라든가 동자를 안은 지장의 모습이 대두되게 된다. 또는 육도를 맡아 교화하는 육존지장의 보습, 전쟁을 갈무리하는 승군지장상도 출현한다. 

 

대승불교의 지장보살이 밀교에 와서는 태장만다라 지장원 가운데 9존의 중존 지장살타가 된다. 금강계만다라에 들어와서 밀호를 비원금강·여원금강비민금강이라 하며 금강당광명을 유출하여 널리 시방세계를 비추고 일체중생이 마음에서 바라는 것을 가득 채우는 금강당보살로 변모하여 남방 보생여래의 서방에 위치하게 된다. 

 

'금강정경'에는 ‘일체여래대마니보당’과 ‘묘보당즉금강당’으로 표현되며, 그 외에 ‘허공기보살’, ‘보당대보살’이라 한다. 백팔명찬에 ‘중생을 이익하게 함·금강의 광명·뛰어난 환희⋅보배깃발⋅대금강⋅금강의 보배창고’라는 명칭으로 그 덕이 찬탄된다.

'금강정경'에서 그 출생을 밝힌 문단은 다음과 같다.

 

“이때에 세존은 다시 보당대보살삼매로부터 출생한 보배로 가지한 금강삼마지에 드시었다. 이것을 일체여래의 원만의요삼매라 이름한다. 곧 일체여래심이다. 일체여래심으로부터 나오자마자 저 훌륭한 지금강자는 갖가지로 교묘한 색상과 장엄한 깃발을 이루고 출현한다. 그리고 저 위대한 보배깃발의 성품은 금강살타삼마지에서 아주 견고한 까닭에 합하여 한 몸이 되어 보당대보살의 몸을 출생한다.”

 

삼십칠존 가운데 일체여래의 대마니보당을 상징하는 금강당보살은 '금강정경'에 의하면 일체여래의 하고자 하는 일을 모두 성취하는 삼매로부터 보당대보살신을 출생한다. 이 보살은 당을 들고서 언제나 사람들에게 자신이 있는 곳을 알려주어서 스스로 불도를 수행하여 얻게된 지혜를 중생들에게 널리 펼치고자 한다. 깃발을 높이 매다는 것은 멀리 있는 중생들이 이를 보고 자신들이 가야할 불도를 알려주는 활동이다. 

 

'성위경'에는 금강당보살의 삼마지지를 다음과 같이 설한다.

“비로자나불은 내심에서 금강보당삼마지지를 증득한다. 자수용인 까닭에 금강보당삼마지지로부터 금강당광명을 유출하여 널리 시방세계를 비추고 일체중생이 마음에서 바라는 것을 채운다. 돌아와서 한 몸으로 거두어져서 일체보살로 하여금 삼마지지를 수용케하기 위하여 금강당보살의 형상을 이루고 보생여래의 왼쪽 월륜에 머문다.”

 

경문에 나타나듯이 금강당의 광명이 두루 시방세계를 비춤에 따라 일체중생은 그 빛의 비추임을 받아 진리의 세계에 눈을 뜬다. 비로자나불이 진리의 경지에서 진리의 빛나는 가르침을 시방세계에 전하는 활동이 금강당보살로 표현된 것이다. '금강정경'에 ‘금강당인을 성취함으로 해서 곧 온갖 바라는 바를 원만하게 된다’고 하며, '약출염송경'에는 ‘금강당의 인계를 결함으로 말미암아 여러가지 보배의 비를 뿌린다’고 그 결인의 공능을 설하고 있다. 금강당보살을 허공의 깃발이라고도 하는 것처럼 중생들이 하나라도 더 볼 수 있도록 오른손으로 장대의 끝에 여의주를 매달은 당을 가지고 허공 가득히 보배를 흩뿌려서 이 당을 보는 자 모두가 그 보배와 같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가져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제불경계섭진실경'에는 다음과 같이 금당당보살의 인계를 설한다.

“먼저 양손으로 금강권을 하고 그 손바닥으로 행자의 얼굴을 향하고 좌우의 두 주먹을 곧바로 공중에 세우라. 이를 금강당인이라 이름한다. 온갖 중생이 애착하는 물건을 원만케 하기 위하여 이 계인을 결하고 진언을 송한다.”

 

여기서 금강당보살은 그 이름처럼 오른손으로 장대 끝에 보배의 깃발을 달고서 허공 가득히 나부끼는 모습을 보여서 이 깃발을 보는 자 모두가 부처님의 위신력을 입어 불도를 성취하게 돕는 보살임을 알 수 있다. 유치환의 시에서 깃발은 이룰 수 없는 이상세계에 대한 간절한 염원의 상징이었으나 금강당보살이 들고 있는 당은 절대적인 믿음으로 성취하고자 하는 이상세계, 즉 불국토 구현을 위해 높이 내걸은 깃발이다. 더 나아가 높이 돌출되어 대보리심을 표치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장엄구이기도 하다. 여의주가 매달린 이 깃발이 높이 높이 흔들려서 허공 가운데 휘날려서 이 깃발을 더욱 많은 중생들이 보고 깃발을 따라오게 하려는 간절한 마음이 금강당보살의 당에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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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당보살

 

김영덕 교수/ 위덕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