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죽비소리

기해년, 나보다 더 큰 내가 되게 하소서

밀교신문   
입력 : 2019-02-01 
+ -

 

20181122093853_f3a6c34e675f748b67625ee90a589fd4_f989.jpg

아프리카 민요 중 말라이카(malaika)란 노래가 있다. 스와힐리어로 나의 천사란 뜻으로 남녀 간의 이루지 못한 가슴 아픈 사랑이 담겨져 있다. 우리나라의 아리랑과 결이 비슷한 느낌의 민요다. 두 민요를 듣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내면 깊은 곳에서 울려 퍼지는 속울음이 들리는 것만 같다. 이내 주체할 수 없는 슬픔의 감정이 복받쳐 오른다.

 

작년부터 줄곧 들어 온 또 하나의 노래가 있다. 북아일랜드 민요를 편곡한 “you raise me up (다시 나를 일으켜 세운다)", 삶에 지치고 견디기 힘든 순간이 올 때마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내 손은 자동으로 시작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가사 중 “ you raise me up to more than l can be (다시 나를 일으켜 세우기에 나보다 더 큰 내가 되게 한다.)” 란 가사가 틈만 나면 비집고 들어와 계속 끊이지 않고 떠올랐다. 한동안 이렇게 바꿔 보기도 했다. “부처님께서 미혹한 중생을 일으켜 세우기에 이전에 잘못한 내 행동과 말과 생각이 바뀌고 깨달아 나보다 더 큰 내가 되게 하시는구나.” 하며 가사를 음미할 때 마다 하염없이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노래를 듣고 있을 때 마다 영혼이 맑게 씻기는 것만 같았고, 힘내서 다시 정진해보라는 무언의 메시지 같았다.

 

새해불공을 마치고 나면 매년 느끼는 것이지만 왠지 일 년을 다 살아 낸 것처럼 홀가분하고 상쾌한 기분이 든다. 그만큼 일 년 살림불공의 중요성을 실감케 하는 것이고 동시에 은연중 심리적 압박감에 자유로울 수 없었던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새로 이전할 심인당부지 지진불사를 시작한 지 한 달이 다 되어간다. 법계와 유형무형의 영식에게 땅을 샀음을 알리고 복된 터전이 될 수 있도록 작년 12월 중순에 지진불사를 성황리에 마친 바 있다. 지진불사를 기점으로 <홍원심인당 이전불사 원만 회향을 위한 신교도 1000일 불공> 시작의 의미 또한 남다를 수밖에 없다. 종단 내 7개의 교구청이 있지만 교구청으로서는 땅을 새로 구입해 신축불사를 한다는 것은 큰 의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원력을 많이 세워야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신교도의 동참을 이끌어 내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 사람 보다는 열 사람 열 사람 보다는 백 사람 백 사람보다는 천 사람의 동참은 마음을 한 곳에 모으는 사부대중의 원력과 복력의 힘이란 두루 미치지 아니한 곳이 없으므로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종조님께서 말씀하셨다. 심인당이 세워지는 자리는 관광지가 아니라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지역주민들이 많이 살고 있는 자리에 위치해 있어야 된다고 강조했다. 새로 신축될 심인당부지(황성동)는 흔히 말하는 젊은층들이 밀접해 있는 아파트 대단지를 끼고 있는 경주의 떠오르는 신도시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리라.

 

기해년 새해에 세워둔 목표는 2가지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천천히 스며드는 것, 좋은 일이라고 생각되면 무엇이든 미루지 말고 곧바로 실천하자이다. 나는 일상생활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두 번 다시 같은 강에 발을 담글 순 없다.”고 말했다. 오늘하지 못하면 내일도 할 수 없다는 것이 언제부턴가 철칙이 되고 말았다. 옛날은 가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자꾸 오는 것이란 말이 새롭게 다가온다. 세상에서 가장 먼 길은 머리에서 가슴까지 가는 길이란 말 또한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새록새록 가슴에 새겨진다. 머리에서 가슴까지 가는데 걸린 시간이 70년이라 말한 김수환 추기경의 말씀은 그가 평생 수행의 목표로 삼을 만큼 의미심장한 것이었다. 앎과 실천 사이의 경계가 너무도 멀리 와 있다. 일과 수행이 둘이 아니 듯 앎과 실천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

 

새해 49일 불공이 21일부터 시작된다. 경주로 이사와 그것도 신축 이전 불사를 앞두고 처음 하는 뜻 깊은 불공이다. 그래서 이번 새해 49일 불공은 그 어느 해 보다 남다르다. 그래서 슬로건을 , , 우리 다시 보리심으로정했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새롭게 다지자는 의미로 처음 시작은 초발심으로 보리심을 일깨우는 일이 최우선이다. 그리하여 새로 지어질 심인당에서는 매일 조금씩 매 순간에 감사하라. 그리고 최고의 순간에 최대한 겸손하고 하심하라. 부처님을 섬기 듯 자신을 섬기고 사랑하라. 부처님을 섬기듯 이웃을 사랑하고 섬겨라. 그럴 때만이 나보다 더 큰 나를 발견하게 될 테니까.

 

수진주 전수/홍원심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