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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즈음에

밀교신문   
입력 : 2019-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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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쌀쌀한 기운을 느끼면서 히터가 어서 달구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연구실 문을 가볍게 두드리더니 빼꼼히 문을 열고 3명의 학생이 들어섰다. 예쁘기 웃는 얼굴로 인해 연구실은 금방 환하게 변하고 나도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서 두 팔을 벌린다. 4년 동안 보아온 얼굴인데 오늘따라 더 반짝거리는 것은 내 기분일까? 연구실로 들어온 학생들은 이번에 졸업을 앞둔 제자들이고 자격증과 면허증 등 나름대로 4년의 결과를 손에 거머쥐었다. 너희들 고생했다, 그런데 오늘 너무 예쁘네. 역시 졸업이 좋구나 등 쉴 새 없이 말을 하면서 하나씩 얼싸안았다.

 

4년이 너무 짧아요, 금방 지났어요, 아쉬워요 하면서 애들도 같이 들떠서 이야기했다. 졸업 전이라 지금은 아르바이트도 하고 취업 인터뷰도 하고 또 면접에서 떨어진 이야기도 하면서 마지막 겨울방학 동안의 생활을 보고하고 나는 어쩜 너를 떨어뜨리다니 그 회사 이상해, 말도 안 돼 하고 학생 편을 들면서 면접 때 있었던 내용을 다시 물어보고 나름대로 개선방안이나 도움이 될 만한 사항을 열심히 말해주었다. 돌아보면 짧기도 하고 길기도 했던 우리 대학에서의 4년이 학생들의 인생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졸업식 때 다시 보고 사진 찍자고 하고는 애들을 보냈다. 조잘조잘 말하는 모습에서 아쉬움과 시원함이 함께 느껴졌다. 아마 나도 대학 졸업 때 이랬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그때는 지도교수님이 있었던가? 기억이 없으니 지금 우리 학생들이 보살핌을 더 많이 받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입학하면서 졸업할 때까지 사소한 일부터 큰일까지 같이 이야기하고 또는 상의도 하고 걱정도 하고 도움을 주려고 애쓰기도 하고 물론 혼내기도 하면서 정이 들었다. 마치 내 자식 같은 마음으로 대했는데 과연 학생들도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사랑은 주기만 하면 되는 거냐고 미소지었다. 

 

사실 우리 학생들의 장점은 성실하면서 심성이 착하고 자신을 잘 드러내지 못하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크다. 그래서 학생들과 상담할 때는 ‘너는 장점이 배려심이기 때문에 너의 주장도 배려심 있게 잘할 수 있어. 그러니까 소신껏 행동하고 네 실력을 믿어보렴’하고 격려도 한다.

 

상담사 자격증은 없지만, 학생들의 단점은 이미 스스로 잘 알고 있으므로 구태여 강조하기보다는 장점을 더욱 크게 칭찬해서 스스로 자신감을 갖도록 하는 더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말 다양한 성격의 학생들이 지나갔다. 이름이 그대로 기억나는 경우도 있지만, 얼굴만 떠오르고 특징이 기억나는 경우도 많다. 사회에서 제자들은 전공을 살려서 파스타 전문점을 운영하기도 하고 맛있는 쌀국수집 조리사도 있다. 물론 호텔의 조리사도 있고 유명 레스토랑에서 보조 주방장 경력도 있고 학교에서 선생님으로 또는 영양 교사도 있다. 전공과 전혀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제자들도 있고, 학교에서 우등생이 사회에서 우등생이 아니라는 말이 있지만, 우등생을 가리는 기준은 대학에서는 성적과 함께 성실성, 근면성 그리고 사회성 등이 함께 포함되는 것으로 생각된다.

 

영양사로 취업하고 전문가의 길을 가고 있는 졸업생 중에는 아직까지 연락하고 명절 때는 어떻게든 시간을 내는 고마운 제자들도 있다. 결혼도 하고 예쁘게 가정을 꾸려서 자기 일을 하는 모습을 보면 대견하고 자랑스럽고 혹시라도 도움이 되는 일들이 있으면 뭐든지 해주고 싶다. ‘교수님’이라고 불리다가 아이들과 함께 올 때는 “이모로 불러줘”라고 주문까지 한다. 아직까지는 젊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고 20대의 풋풋한 젊은이들과 지내면서 보니 나이를 잊어먹기도 한다. 내 눈에 보이는 상대방의 모습이 나라는 착각을 하면서 젊은 생각을 좇아가려고 열심히 지낸다.

 

오늘도 전화로 연구실에 계세요? 하는 예비 졸업생의 전화를 받으며 “그래, 오후에 보자”라고 신나서 대답한다. 나와 인연이 되었던 학생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고 싶지만, 결코 그렇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나 자신을 다시 되돌아본다. 나이가 들수록 입은 다물고 귀를 열고(이야기를 더 들어주고) 주머니를 열어야 한다는 말을 다시 새긴다. 이번에 졸업하는 제자들이 모두 건강하고 취업도 잘되고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진심으로 바라면서 연구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아, 너 왔구나, 기다렸어. 

 

이인숙/위덕대 외식산업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