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밀교전개사 80

허일범 교수   
입력 : 2005-06-30  | 수정 : 2005-06-30
+ -
(한반도 진언문화의 일본전파) 1. 일본전파 진언의 실체 우리나라에서 반야심주와 육자진언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진언이 발견된 예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 다만 화성의 봉림사 아미타불 복장유물 속에서 발견된 여러 종류의 진언들 가운데 이 두 가지 진언이 조합형이 아닌 형태로 활용되었을 뿐이다. 정작 반야심주와 육자진언이 조합된 형태는 일본에 전래된 우리나라의 불교 법구에서 발견할 수 있다. 현재 일본에는 수많은 우리나라의 문화재가 산재해 있으며, 그 중에는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문화재들이 다수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것들이 모두 세간에 공개된 것은 아니다. 그 중에는 밀교적 요소를 띤 진언관련 문화재들도 존재하고 있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일본의 나가사키현 보광사에 소장되어 있던 금고(金鼓)가 세간에 공개되어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거기에는 일본 국내에서 흔히 찾아 볼 수 없는 육자진언이 양각되어 있고, 그 중심에는 반야심주가 장엄되어 있다. 여기서 반야심주와 육자진언의 조합형태는 매우 보기 드문 경우이며, 그것은 신앙적으로도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일본에서 육자진언은 황벽종의 수행으로써 일부 활용된 예가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리고 이 진언은 청나라 초 중국의 남부로부터 일본에 전파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일본 국내에서는 육자진언이 진언수행의 일부로써 활용되었을 뿐 반야심주와 조합된 형태로 전개된 예는 없었다. 우리들은 이 점에 대해서 보광사 금고의 진언장엄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2. 진언의 교리적 해석 보광사 금고의 진언표현에서 반야심주와 육자진언이 주류를 이루는 것은 지혜와 자비라고 하는 불교수행과 신앙의 구극적 경지가 표현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반야심경은 한국을 비롯하여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널리 독송되고 있는 경전이다. 그 뿐만이 아니라 티베트 불교의 닝마파에서는 상용경전 속에 이것을 의식집 내용의 일부로 부가하여 독송하고 있다. 이와 같이 대승불교가 전파된 동북아시아와 티베트 지역에서 반야심경은 매우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서 이들 지역에서는 경전에 대한 독송신앙과 더불어 경전자체에 대한 다양한 주석서가 찬술되었다. 그 중에서 일본과 티베트에서는 반야심주를 밀교적으로 해석한 주석도 등장하였다. 특히 일본의 공해는 그의 저작 반야심경비건에서 법상, 삼론, 천태, 화엄 등 여러 종파의 교판과 반야심경의 경문을 배대하여 주석한 다음, 말미에 설해진 반야심주에 모든 종파의 교리가 내포되어 있다고 주장하였다. 즉 반야심주는 성문, 연각의 도로부터 밀교에 이르기까지 불교 전반에 걸친 교리를 함축적으로 표현한 진언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즉 일본의 공해는 반야심주 중에서 첫 번째 아제는 가르침을 듣고 깨닫는 자의 수행 성과를 나타내는 것, 두 번째 아제는 독자로 깨닫는 자의 수행 성과를 든 것, 세 번째 바라아제는 제대승(諸大乘)의 가장 뛰어난 수행 성과를 가리킨 것, 네 번째 바라승아제는 진언만다라가 가르치는 수행 성과를 명확히 한 것, 다섯 번째 모지사바하는 앞의 모든 가르침의 궁극적 깨달음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주석하였다. 한편 육자진언의 경우, 티베트에서는 육자진언의 총집대성인 마니칸붐을 통하여 단순한 독송진언으로써 뿐만이 아니라 불교와 밀교의 제반 교리가 함장되어 있는 진언으로 해석하였고, 그것은 우리나라에까지 영향을 주어 고려시대와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찬술경전의 편찬으로까지 이어졌다. 3. 진언의 신앙적 표현방식 일본에 전해진 나가사키현 보광사의 금고에는 마흔 두 자의 진언이 양각되어 있다. 그것은 하나의 진언이 아니라 여러 종류의 진언을 세 겹으로 된 원 속에 안으로부터 바깥쪽을 향하여 우선방향으로 차례차례 전개시킨 형태이다. 여기서 진언의 이와 같은 전개형태는 신앙적인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즉 여기서는 진언을 통하여 피안의 세계에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그 세계는 자비와 재보가 가득 찬 세계라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이 삼중의 원으로 나뉘어진 금고의 표면에는 반야심주, 마니주, 육자진언과 더불어 보살의 종자진언 등이 차례로 양각되어 있다. 그 진언과 종자진언의 내용은 중심으로부터 바깥쪽을 향하여 첫 번째 원에는 '아 가테 가테 파라가테', 두 번째 원에는 '파라 삼가테 보디 스바하 훔', 세 번째 원에는 '이 타드야타 옴 마니마니 마하마니 스바하 옴 마니 파드메 훔'이라는 종자자와 진언이 나타나 있다. 이들 진언종자의 성격을 나누어 보면 반야심주를 첫 번째와 두 번째 원에 넣고, 세 번째 원에는 육자진언과 재보획득의 성취를 기원하는 마니주를 나타내고 있다. 이들 진언종자의 내용을 살펴보면 참으로 소박하면서도 현세복락을 추구하기 위한 선인들의 지혜가 엿보인다. 여기서 이 금고의 제작 발원자는 맨 먼저 본불생의 세계를 아자로 나타내고 나서 반야심주를 통하여 피안이라는 곳에 완전히 이르렀을 때, 그 세계는 어떤 곳인가를 육자진언과 마니주를 통하여 표현했다. 즉 그곳은 연꽃이 만발한 세상에 자비와 재보가 충만하고, 모든 소원이 이루어진 곳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우리들은 경의 교설이나 도화를 통한 표현이 아닌 다양한 진언종자의 조합을 통해서 교리는 물론 신앙적 측면의 종교적 의도를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