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도와 수행은 별개가 아니에요”

편집부   
입력 : 2007-07-02  | 수정 : 2007-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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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함과 따뜻한 마음 지닌 영원한 茶人-'시경심인당 다도회 법상윤 보살'-

시경심인당 다도회 법상윤 보살이 차를 우려내고 있다.

올해 불기 2551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대구 동성로에서 펼쳐진 연등축제의 장.
그 신심의 열기 넘치는 공간에 청아한 차와 꽃, 과일 등 육법공양을 부처님 전에 올린 시경심인당(주교 경당 정사․대구 수성구 수성4가) 다도회의 단아한 모습은 연등축제를 맑은 향기로 뒤덮고도 남는 아름다움으로 기억된다. 그 단아한 아름다움의 시작은 누구의 손길에서 비롯된 것이었을까? 그 손길을 찾아 시경심인당 다도수업이 열리는 금요일 대구행 기차에 몸을 맡겼다.

지난 3년 간 시경심인당 다도회를 이끌어 오면서 진각다도인 육성을 위한 사범반, 대구교구 전수님반, 일반인을 위한 반 등을 개설해 다도로 보살행을 실천해 오고 있는 법상윤 보살을 만나기 위해 들어 선 시경심인당. 기분 좋은 만남의 설레임으로 서울과 대구간 거리가 주는 피곤함은 애초에 없었지만, 육자진언 염송소리와 보슬비가 내려 방울방울 맺힌 맑고 향기로운 연꽃이 반겨주던 시경심인당의 평온한 분위기는 지난 한 주의 피로마저 쓸어내리는 느낌이었다.

약속 시간이 되자 차 한대가 들어온다. 진언행자로 30년. 다인(茶人)으로 15년. 향기나는 이력을 지닌 법상윤 보살과의 첫 만남이 시작됐다. 먼길 온 기자에게 먼저 차 한잔을 우려 건내는 보살. 차향처럼 맑은 기운의 미소를 지닌 그의 이야기를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을 법한 그 느낌은 무엇이었을까? 수업이 시작되기 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려 달라는 말에 “드러내려고 한 일이 아니었는데 이렇게 찾아와 주셔서 참 쑥스럽네요”라고 한다. 그 마음이 만남을 더 고대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3년째 수행과 함께하는 시경다도 지도
스승반․사범반․일반인반까지 개설해

차향이 가득한 시경심인당 다도실에서 도란도란 이야기꽃이 피었다. 15년 전으로 기억을 돌려 차와 함께한 그의 이야기에는 어떤 거창함은 없었다. 그냥 차가 좋았고, 소중한 사람들과 차를 함께 마시는 그 자체가 좋았었다는 이야기 외에는 말이다. 그치만 그 거창함 없는 시작이 누구보다도 근사한 출발이라고 여겨졌다. 그가 차와 인연 맺고 꾸준히 다도를 해오다 청백다례원에서 사범과정을 수료하고 한국전례원에서 예절지도사과정을 수료한데 이어 차인연합회의 다도대학원과정을 2000년에 7기생으로 수료하게 된다.

지금과는 달리 다도인이 많지 않았던 그 당시 다도에 대한 그의 열정이 얼마나 컸는지 지난 이력을 들어보아도 짐작할 수 있었다. 다도를 가르칠 자격을 완벽하게 구비한 그였지만 어딘가에 나서서 차를 가르치는 사람이 아닌 처음 그가 차를 접했을 때처럼 소중한 가족들과 차를 나눠 마시는 것을 우선으로 했다. 그러던 중 심인도량에 펼칠 인연이 되었던지 시경심인당 주교로 경당 정사와 자선원 전수가 부임한 것이다.

다도에 조예가 깊었던 두 스승님께서 다도반을 개설하자는 뜻을 세웠을 무렵 법상윤 보살이 차와 맺은 인연을 듣고 다도반을 맡아 달라고 말을 건내게 돼 3년 전 시경심인당 다도회가 만들어지게 된 것이었다.
법상윤 보살은 “시경의 차문화를 선도하자는 거창한 그림을 그리고 시작한 것은 아니예요”라며 “차가 좋아 시간을 보내다 보니 차를 먼저 알게 되고 배웠으니 같이 차 마시면서 내가 알고 있는 것 전하겠다는 생각으로 주어진 것을 맡게 되었어요”라는 겸손하고도 향긋한 이야기를 전했다.

처음 시작의 모든 것이 순수함 그대로 한결같이 이어져서일까. 그는 차가 좋았을 뿐이었는데 심인도량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차를 도반들과 나누는 인연의 결실을 맺었고, 지난 4월 20일에는 앞으로 진각다도를 이끌어갈 사범 11명을 배출한 어엿한 다도지도자의 모습으로도 꽃피워진 것이다.

지난 3년간 그가 시경의 다도회를 꾸려온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초등학교 졸업장이 있어야 6년 과정을 보낸 실력을 인정받고 중학교를 가는 것처럼 처음엔 가볍게 시작한 다도반을 맡아가다보니 자격증이 있어야 보살님들이 더욱 열정적으로 배움의 깊이를 더해가겠다는 생각이 들어 사범반을 개설하게 되었어요”라고 한다. 이어 “여기서는 다도를 배우는 것이 최종 목표가 아니라, 다도를 통해 봉사하는   이 바로 시경심인당의 다도반이죠”. 자신을 위한 그 무엇은 어디에도 찾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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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매주 금요일마다 열리는 일반인반 다도수업의 한장면. 

다도와 수행 그리고 봉사가 늘 함께하는 그의 다도수업이기에 시경 다실에는 유난히 깊은 향기가 풍겼던 모양이다. 일반인을 위해 마련된 금요일 수업이 있는 날이면 좀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는 법상윤 보살은 “지난 1년 6개월 동안 다도반을 거쳐 간 사람들에게 차향이 스며들 듯이 불법과 좋은인연을 맺어드리고 싶었어요”라며 다도를 통한 포교의 체험을 이야기해준다. 지난 사범반 초급 수료식 때 오셨던 전수님이 다도를 배워보겠다는 열의를 표시해 마련된 전수님반. 처음엔 선뜻 마음을 내지 못하다가 전수님들께서 다도를 배우게 되면 심인당 곳곳에 다도의 보급이 더 빠르고 수행과 함께하는 다도로 용이하게 보급될 것 같아 개설된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통해 부처님 일을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는 말을 연신 아끼지 않은 법상윤 보살. “차를 어렵게 느끼고 사치스러운 것으로 인식하는 분들이 많아 차의 올바른 정신을 모두에게 전하는 것예요. 특히 마음 닦아가는 심인도량에서의 다도수업은 더욱이 겉멋에 물든 것을 벗겨내야 된다고 생각해요”라며 진솔함 그대로 이야길 맺어준다. 가족들과의 대화는 집에 마련된 다실에서 한다는 보살은 평소 차 마시기 적당한 모임에는 꼭 차를 챙겨 이제 그가 나타나면 손에 든 차를 먼저 확인한단다.

“이 다도실은 시경심인당 신교도 모두의 것이기에 언제든 편안하게 와서 차를 마시면서 법담의 향기와 인정의 향기가 피어오르는 사랑방 같은 화합의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라고 한다. 그동안 다도반을 맡아오면서 그래도 힘든일이 있지 않았을까? 법상윤 보살은 “사범생들이 믿고 잘 따라와 주었기에 특별한 어려움은 없었어요. 다도를 배워서 봉사하겠다는 마음을 내는 분들과 함께 차를 나눌 수 있어서 저에겐 늘 이익인거죠”라며 환한 미소를 짓는다.

특히 시경심인당에서 차향이 짙어져 갈 수 있었던 것은 스승님의 의지가 꾸준히 이어져 크나큰 힘이 되었다는 보살은 “진각종과 차는 제 인생을 늘 긴장케 만들었고 저란 사람을 증장시키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어요. 끊임없이 계속 공부하게 만든 거죠”라며 “지금은 제가 시경의 다도반을 맡아야 하는 때라서 나에게 주어진 몫으로 여기고 하지만 저 자신을 위한 다도반이 아니기에 제 뒤를 잇는 분들이 한분 한분 배출될 때 참 기분이 좋았어요. 하지만 아직도 이 공간을 어려워하는 분들이 계셔서 안타까움이 있네요. 보다 많은 분들이 행복해 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정진해야겠다는 마음을 늘 가져요”.

다도 선생님 법상윤이 아닌 법상윤 보살로 그를 칭하게 만드는 이유는 한결같은 순수한 마음과 늘 남을 먼저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차가 지닌 기품을 그대로 닮은 그. 수행하는 마음으로 차를 우려내는 그가 있기에 매주 금요일마다 시경심인당 다도실에는 진언향기와 차향이 넘실댄다.

대구= 백근영 기자 muk@milgyo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