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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만남은…

밀교신문   
입력 : 2018-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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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여쁘고 곱게 물든 단풍잎은 바람결에 사르르 소리 내는 흔들림을 보이고, 붉고 노랗게 물들어 흐드러지게 매달려 있던 나뭇잎들도 찬바람에 떨어지면서 가을과 겨울이 공존하는 현재에 순응하면서 계절의 변화에 적응합니다. 해마다 찾아오고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계절의 변화에 사람도 자연의 일부인지라 자연이, 계절이 미치는 영향에 따라 반응을 하며 또 그렇게 마음도 감정도 되풀이되어 계절마다 변화에 적응하고 있습니다.

 

1년의 시간, 계절의 변화들이 녹아있는 겨울의 시작인 12월은 한해의 끝과 또 새로운 변화의 시작을 준비할 때입니다.

 

계절이 바뀌면서 사람들의 마음과 감정에도 많은 변화가 오는 것을 보고 우리는 계절을 탄다~’고 합니다. 해마다 항상 변함없이 흘러가고 또다시 어김없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사계절의 변화를 통과의례처럼 받아들이며 또 그렇게 한해의 끝자락에 와 있음을 알아차립니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것들을 기대합니다. 한마디로 대체 할 수 없는 무엇인가를.

 

우리는 일상에서 빠른 변화와 함께 작은 변화에서부터 큰 변화까지 많은 변화를 겪으며 살고 있습니다. 주어진 환경이 변화를 요구하며 변하게 만들기도 하고, 자신 스스로 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계절의 변화에, 환경의 변화에 따라 함께 해야 할 소중한 만남이 새로이 다가섰습니다. 우리는 많은 모습과 만나고 알아가고 헤어지는 관계로 일상이 펼쳐집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삶의 모습들, 방식들은 다양합니다. 끊임없이 일어나는 생각 생각들이 어떤 것들인지에 따라 다양한 모습과 인연으로 펼쳐지고, 다양한 모습으로 펼쳐진 세상에서 우리는 상대방과 좋은 인간관계, 좋은 인연의 모습이 되고자 합니다.

 

누군가를 만남에 있어서 우리는 우연이 아닌 필연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일상에서 만나기 싫은 사람을 어쩔 수 없이 만날 수도 있고, 내 삶의 변화를 함께 할 만남일 수도 있습니다.

 

떨어지는 나뭇잎조차 정확히 떨어져야 할 곳에 떨어진다고 하니, 우리의 만남은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인과의 법칙에서 만나고 헤어지는 것입니다.

 

언제 어디서 어떤 사람을 만날지 알 수는 없지만,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좋든 싫든 일상을 함께 해야 할 사람, 눈 앞에 펼쳐진 현재에 만나는 사람은 필연입니다.

 

같은 꽃은 비슷한 환경에서 서로 기대며 무리 지어 피고 지고 합니다. 또 동물들도 같은 무리끼리 비슷한 환경에서 생활함을 잘 알고 있습니다.

내 삶도 함께 어울리는 사람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긍정적인 말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듯이 스스로가 진취적이면 진취적인 사람과 어울리게 되고, 어떤 생각으로서 어떤 의식으로서 세상을 보느냐에 따라 내 주위의 환경변화도 내가 만들어 변화되어집니다. 그것이 무의식일지라도.

 

인지하지 않고 의식하지 않고 무심코 일으킨 마음작용도 결과가 없는 법은 없습니다. 바람의 존재처럼 스스로가 일으키는 한마음의 작용이 인과법칙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바람은 눈으로 볼 수 없지만, 나뭇가지가 흔들리거나 길을 걷다가 내 머리카락이 흩날릴 때, 땅에 떨어진 낙엽이 이리저리 뒹굴 때, 보이지는 않지만 바람을 느낍니다. 볼 수 없지만 느낄 수 있고 확실히 바람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마음이 움직여 한 생각을 일으키는 마음작용은 인연 따라 어떠한 모습으로든 되돌아와 내 앞에 현실에 와 있습니다. 마음만 일으켰다고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이는 게 아니지요. 일으킨 후 망각해버린 것들도 결국은 자동으로 인과법칙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주어진 환경, 펼쳐진 현재의 모든 것, 이 세상이 움직이는 법칙이 바로 인과인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올해는 언젠가는 반드시 이별함을 알지만 생자필멸(生者必滅)의 어찌할 수 없는 헤어짐도 있었고, 회자정리(會者定離), 바라는 바 없이 인연이 다해 헤어지고 다시 만나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소중한 물건이나 사람은 오래 곁에 두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우리 삶은 생각대로 그대로 흘러가질 않습니다. 만나면 언젠가 헤어지고, 헤어지면 또다시 만나는 것이 우리의 삶이고, 인연의 모습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계절을 묵묵히 기다리며 깊은 맛과 향을 품은 6월의 매실, 매혹적인 붉은빛의 가을 오미자, 서리 맞고 노란 겨울 모과처럼 고유의 맛과 달콤한 향은 다르지만 아름다운 자연의 빛깔이 조화를 이루는 것처럼, 올 한해의 끝자락에서 다시 반복되며 나에게 펼쳐질 사계절의 깊은 맛과 향을 지금 함께 하는 소중한 인연들과 만들어 봄이 어떨까요?

 

혹시 일상에서 새로운 만남이 느껴지나요?

 

인연입니다, 필연입니다.

 

우리 만남은.

 

심정도 전수/승원심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