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세상의 가장 큰 선(善)과 가장 큰 악(惡)은 무엇인가요?

밀교신문   
입력 : 2018-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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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프리쇼강연으로 유명한 김창옥씨를 아십니까? 그분이 어느 날 열여덟에 결혼하신 일흔아홉 어머니께 엄마, 나 어떻게 낳았어?”하고 여쭈었답니다. 그랬더니 어머니 왈, 양가 사이의 할아버지가 서로 친구 사이였는데 술을 드시다가 그쪽에서 자네 딸, 우리 아들 주세.”하고 말씀하셨는데, 외할아버지가 너무 취하셔서 그러세!”하고 대답했다는 것이었지요. 결국 어머니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결혼했던 겁니다.

 

어머니는 결혼 첫날 알았답니다. 아버지가 청각장애인이며, 시어머니는 두 번째 분이었고, 시댁 식구는 열두 명이나 된다는 사실을 말이에요. 그래서 어머니는 도망가기로 결심했답니다. 그런데 덜컥 애가 생겼대요. 그래서 얘만 낳고 도망가야지.’ 했는데 덜컥 또 둘째가 생겼고, 그 이후에 덜컥 또 셋째가 생겼고. 결국에는 아들 하나, 딸 넷이 생겨버렸답니다. 제사는 일 년에 열두 번. 그래서 큰아들 걱정을 하게 되었고, 걱정 끝에 아들 하나를 더 낳기로 결심하고 둘째 아들을 가졌다고 해요. 결국 김창옥씨는 본인이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형님의 제사 부담을 덜기 위해 태어난 거란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고 하소연을 하시더라고요.

 

중학생 때 버스를 타면 어머니가 글을 보지 않고 자꾸 숫자를 보시는 것을 보고 엄마가 글을 모르신다는 사실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지만, 학교에서 받아온 성적표를 조작한다든가 성적표가 안 나왔다고 거짓말을 한다든가 해서 엄마가 글을 몰라서 나의 삶에 관여하지 않으니까 좋은 면도 있구나.’ 하고 생각했답니다. 청소년이 되면서 돈이 필요해지면, “엄마, 나 영한사전 사야 돼. 돈 줘!” 돈을 받아내서 다른 데 쓰고, 일주일 후 또 사전 사야 돼!” 하고 졸랐다고 해요. 어머니께서 또 사? 지난번에 샀는데 뭘 또 사?”하시면, “이번엔 한영사전 사야 돼.” 나중엔 프라임 사전 사야 돼.” 등등, 어머니를 속이는 일은 점점 늘어났다고 합니다. 그 당시엔 어머니를 잘 속였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 본인이 어른이 되고 나서 생각해보니 알고 계셨으면서도 속아 주신 어머니의 마음을 막연하게나마 알 것 같더랍니다.

 

나중에 사업이 잘되어 돈을 좀 벌게 되어서, “어머니, 우리 금강산 한 번 갈까?”하고 전화로 물었답니다. 그랬더니 어머니 왈, “막둥아. 엄마는 다 살았다. 3년 살면 이제 끝이여. 뭐단디 금강산을 가?” 하시더래요. 그러고는 본인 얘기만 다 하시고는 전화를 뚝 끊으시더라는 거지요. 그래서 취소를 하라고 하시는 건지, 돈으로 보내라고 하시는 뜻인지, 어떻게 할지 몰라 고민하고 있는데 10분쯤 후에 셋째 누님한테서 전화가 왔대요. 누나 왈, 너 때문에 누나들이 못 살겠다. 엄마한테서 방금 전화가 와서 막둥이는 금강산 보내준다는데 너희들은 뭐냐고!” 하시면서 자랑 반, 욕 반을 쏟아부으시더라는 거예요. 그 이후로 김창옥씨는, 어머니의 뭐단디란 말은 금강산 표를 꼭 끊으라는 뜻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대다수의 어머니들은 자식에게 많이 주기 위해 본인은 못 먹고 못 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생선을 좋아하는 자식을 위해 젓가락으로 생선살을 정성스럽게 발라 밥 위에 올려주시곤 하셨던 어머니. 생선살을 다 발라주시고 대가리와 뼈만 남은 찌꺼기를 입에 넣고 쪽쪽 빠시면서 생선은 역시 대가리가 더 맛있다.”며 애써 위안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세상의 모든 인간은 어머니의 젖을 먹고 자랐습니다. 어머니가 무슨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건 아기의 몸속으로 건네지는 과정에서 악성(惡性)을 비롯한 대부분의 바이러스는 소멸된다고 합니다. 어머니의 절대적인 희생과 사랑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음을 명상하면서 진각성존 회당대종사의 말씀을 참회하는 마음으로 되새겨 봅니다.

 

착함이 지극한 것은 효()보다 큰 것이 없고 악함이 지극한 것은 불효보다 큰 것이 없다. 내가 효순하는 길이 모든 중생들이 효순하는 길이 된다.” (실행론 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