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가만히 들여다 보는 경전-졸다

밀교신문   
입력 : 2018-12-10  | 수정 : 2019-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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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음을 떨쳐 버리는 열 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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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다가오면 전국 도로에서 음주운전단속이 강화됩니다. 자신과 타인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안기는 음주운전은 무조건 피해야 합니다. 그런데 교통사고 원인으로 음주운전보다 더 심각한 것이 졸음운전이라고 합니다. 졸음운전의 경우, 자신이 졸고 있다고 의식조차 하지 못할 때가 많아서 자칫 치사율이 높은 대형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졸음은 부처님의 제자 가운데 신통이 으뜸가는 목련존자도 시달리게 했던 번뇌입니다. 경전에는 부처님이 목련에게 어떻게 졸음을 떨쳐버리도록 이끌었는지 자세하게 실려 있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녹야원에 계실 때의 일입니다.

 

목련존자는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숲에 머물러 홀로 조용한 곳에서 참선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두 다리를 맺고 앉아서 오랜 시간 참선을 하다보면 이따금 몸을 움직여 줘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목련존자는 조용히 몸을 일으켜 참선하던 곳 주변을 천천히 거닐었습니다. 가만가만 내딛는 발걸음에 주의를 집중하며 거닐다가 그만. 깜빡 하고 졸음에 빠져들었습니다. 사방은 고요하고, 아무도 그의 졸음을 깨우지 않았습니다.

 

그 순간,

졸고 있느냐? 목련이여, 졸고 있느냐?”

 

부처님의 목소리였습니다. 부처님이 멀리 떨어진 곳에 계시다가 당신의 제자가 깜빡 졸음에 빠진 모습을 보시고 달려오신 것입니다. 경전에서는 종종 이런 장면들이 등장합니다. 제자들이 어떤 곤란한 처지에 놓이거나 뭔가 특별한 가르침이 필요할 때면 부처님은 한순간에 그 제자 앞에 모습을 드러내곤 하지요.

생각지도 못하게 부처님이 자기 앞에 서서 맑고 깨끗한 눈으로 바라보면서 나직하지만 기운이 넘치는 음성으로 자신을 부르자 목련존자는 깜짝 놀랐습니다.

 

목련이여, 졸고 있느냐?”

 

그는 가만히 두 손을 모으고 부처님께 합장하며 대답했습니다.

 

, 세존이시여,”

무엇을 생각하였기에 졸았느냐? 잡념에 이끌리고 있었구나. 그런 잡념에 이끌리지 말라. 분별하는 생각을 가지지도 말라. 그러면 졸음이 그대를 떠날 것이다.”

 

무엇인가 한 가지를 골똘하게 생각한다면 졸음에 빠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체로 사람들은 한 가지를 생각하는 순간 그 생각이 가지를 쳐서 옆으로 새고 맙니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어느 사이 온갖 생각조각들로 가득 채운 채 그만 잠에 빠져들게 됩니다.

 

처님은 이어서 말씀하십니다.

그래도 졸음이 떠나지 않거든 목련이여, 지금까지 그대가 들은 가르침을, 외우고 있는 가르침을 세세히 다시 한 번 떠올리고 자세하게 사색하라. 그렇게 하면 졸음이 그대를 떠날 것이다.”

 

흐리멍덩하게 있다 보면 어느 사이 무기력증에 빠져버리고, 그대로 까무룩 졸음의 공격을 받게 됩니다. 부처님은 한 순간이라도 그렇게 정신을 혼미하게 하지 말고, 지금까지 익히고 배워온 내용들을 세세히 머리에 떠올리라고 일러줍니다. 부처님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십니다.

 

그래도 졸음이 떠나지 않거든 목련이여, 지금까지 그대가 들은 가르침을, 외우고 있는 가르침을 다른 이에게 설명해주어라. 아주 자세하고 세밀하게 그들을 위해 법을 들려주어라. 그렇게 하면 졸음이 떠날 것이다.”

 

말을 하는 사람은 졸음에 빠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뜻 없는 수다가 아닌, 진리를 자세하게 들려주려면 집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 사람에게 졸음이란 없습니다. 부처님은 여기서 또 나아가십니다.

 

그래도 졸음이 떠나지 않거든 목련이여, 지금까지 그대가 들은 가르침을, 외우고 있는 가르침을 생각하고 행동으로 옮겨라. 그렇게 하면 졸음이 떠날 것이다.”

 

잡념에 빠지지 말고, 부처님에게 들은 법을, 자신이 깊이 사색하고 있던 법을 세밀하게 짚어나가며, 남을 위해 설명하고, 생각하고 행동에 옮기는 일로 졸음은 이미 저 멀리로 달아나고 말 것입니다. 하지만 부처님은 목련존자를 향해 다시 이렇게 이르십니다.

 

그래도 졸음이 떠나지 않거든 찬 물로 눈을 씻고 몸과 손발을 씻어라. 그래도 졸음이 떠나지 않거든 두 손으로 두 귀를 문질러라. 그렇게 하면 졸음이 떠날 것이다.”

 

아무래도 쉬이 졸음을 물리칠 수 없다면 이 방법이 최고일 것입니다. 아침에 눈을 떴지만 잠이 가시지 않을 때 샤워기 아래에 서서 물줄기를 온몸에 받다보면 어느 사이 정신이 맑아지는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귀를 문지르라는 방법을 일러주신 것도 놀랍습니다. 한방에서는 귀에 혈자리가 200개나 있어서 자주 당겨주고 눌러주고

 

마사지 해주면 건강에 큰 도움을 받는다고 하지요. 귀에 자극을 주면 뇌에도 자극이 가해진다는데, 어쩌면 이 방법은 2600여년도 훨씬 이전부터 인도 수행자들이 썼던 것이 아닐까 상상해 봅니다.

 

하지만 이런 물리력을 써도 졸음을 털어내지 못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부처님은 그 다음 방법을 이렇게 일러주십니다.

 

그래도 졸음이 떠나지 않거든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라. 밖으로 나가서 사방을 둘러보거나 하늘의 별들을 우러러보라. 그렇게 하면 졸음이 떠날 것이다.”

 

잔뜩 졸음이 내려앉은 눈꺼풀을 들기란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밖으로 나가 좌우 사방을 살피고 고개를 젖혀 하늘을 올려다보며 밤하늘의 별을 지그시 응시하는 방법은 눈꺼풀을 들어 올릴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해도 졸음이 가시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래도 졸음이 떠나지 않거든 호젓한 곳을 천천히 거닐어라. 눈과 귀와 코와 혀와 몸의 감각기관을 단속하고 이런저런 일들을 떠올리며 구체적으로 그 일들에 집중하라. 그렇게 하면 졸음이 떠날 것이다.”

 

경전을 읽을 때 절대로 서둘러서는 안 됩니다. 왜냐 하면 지금 부처님께서 일러주시는 졸음 물리치는 방법은 차례차례 그 순서가 제대로 지워져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앞에서는 단순히 밖으로 나와 사방을 둘러보고 하늘을 쳐다보라고 했고, 그 다음에는 이곳저곳으로 움직이고 거닐라고 이르시지요. 밖으로 나오자마자 거닐라는 말이 아닙니다. 사방을 둘러보고, 이후에 움직이라는 순서가 흥미롭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졸음이 가시지 않는다면?

 

그래도 졸음이 떠나지 않거든 목련이여, 천천히 거닐기를 그만두어라. 그 대신 좌복을 평상 위에 펴고 두 발을 맺고 그 위에 앉아라. 그렇게 하면 졸음이 떠날 것이다.”

 

실외에 좌복을 깔고 앉아 참선의 자세를 취하라는 방법입니다. 서늘한 기운이 머리를 맑게 해줄 것입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졸음이 떠나지 않을 수 있을까요? 하지만 부처님은 또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이런 마지막 방법을 일러줍니다.

 

그래도 졸음이 떠나지 않거든 목련이여, 안으로 다시 들어가라. 그리고 자리를 펴고 누워서, 밝고 환한 생각을 품고 어지러운 생각을 물리치고, 언제나 일어나겠다는 생각으로 선정에 들어라.”(<불설이수경>)

 

와선(臥禪)을 권하고 계십니다. 부처님 사전에 잔다는 말은 없습니다. 피곤하면 이렇게 오른쪽 옆구리를 바닥에 대고 누워서 생각을 가지런히 한 곳에 모으고 곧 일어나겠다는 생각을 품은 채 선정에 든다고 하는 것으로 을 대신합니다.

 

보통 사람들에게 이 말은 잠을 자라는 뜻과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사지를 아무렇게나 하고 잠에 빠져들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삶 자체가 온전히 수행의 시간이었던 부처님. 그런 부처님을 닮으려는 우리들. 졸음마저도 수행의 차례로 떨쳐버리게 하는 차분한 안내를 한 번 따라가 보시는 것 어떠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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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령/불교방송FM 진행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