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칠존이야기- 22.금강업보살

밀교신문   
입력 : 2019-02-01  | 수정 : 2019-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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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사의한 교화행을 실천하는 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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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業)이란 짓는다는 뜻이다. 마음으로 하는 작용인 생각이 뜻을 결정하고 업을 짓게 하여 선악의 업이 생긴다. 업은 생각하고 사유하는 정신적인 뜻의 업과 한번 뜻을 결정한 뒤 바깥으로 표현되는 몸의 업과 입의 업으로 나뉜다. 곧 신구의 3업이다. 3업은 모두 인간의 의식을 기본으로 하여 펼쳐지는 것으로 한 개인의 삶이나 여럿이 모여있는 복잡한 사회생활까지도 물의 흐름과도 같이 끝없이 흐르는 우리 의식의 전개과정이다. 우리의 의식이 업으로 드러날 때에는 힘을 가지게 되어 과보를 불러일으킨다. 업력은 역학적 인과관계에 의하여 그 강약에 따른 인과응보의 결과로서 선악의 과보를 받게 되는 것이다. 불교에서는 이러한 업의 논리에 의하여 개인이 주변 환경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순환되고 있음을 강조한다. 이러한 일상생활의 굴레로서 윤회하는 업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해탈이라 한다.

그렇다면 업으로부터 해탈한 이후의 행위는 무엇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여기에 해당되는 업이 바로 부사의업이다. 그 옛날 인도의 니련선하 보리수 아래에서 정각을 성취한 석가모니불이 그대로 열반에 들었다면 우리는 불교를 알 도리가 없다. 그러나 범천의 권청에 의해 열반에서 방향을 돌려 중생계를 향하였으며, 전법이라는 업을 행하셨기에 우리가 지금 불교의 가르침을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이 깨달은 자의 중생제도를 위한 활동은 생사에 윤회하여 그 과보를 받는 중생의 업과는 달리 부사의업이라 한다. '대승기신론'에서 설하는 부사의업상은 지정상(智淨相)이라고도 하며 진실한 지혜로써 증득한 진여의 근본 깨우침 위에 갖추어 있으므로 다른 이를 교화하고 이익케 하는 부사의한 작용이라 하고 있다. 밀교에서는 이러한 작용을 행하는 존재를 일컬어 법신의 변화한 바, 즉 변화법신이라 한다. 만다라에 등장하는 여러 불보살은 근본인 비로자나불로부터 전개되는 다양한 활동을 상징하는 변화법신의 형상화이다.

금강계만다라에서는 북방에 그러한 역할을 맡기고 있으며 이 방향은 중생들이 보기 좋아하는 몸으로 변화하여 중생제도활동을 펼치는 불공성취여래의 세계이다. 불공성취여래의 해탈륜에 속하는 네 보살은 불공성취여래의 성격을 따라 대정진의 사보살이라 한다. '삼십칠존출생의'에서는 이들 사보살의 출생에 대해 일체여래의 뛰어난 공예와 대비의 갑옷, 두려움 없이 조복함, 성취에 머무름이라는 개념으로부터 각각 금강업⋅금강호⋅금강아⋅금강권의 네 보살을 출생한다고 하여 일체여래의 중생을 교화하는 대정진바라밀을 성취하는 활약을 나타내주고 있다.

그 첫 번째가 금강업보살이다. 정진바라밀을 성취한 북방 불공성취여래의 4친근의 첫째로서 '금강정경'에는 ‘일체여래의 헛되지 않는 갖가지 사업’이라 하며 ‘갖가지 사업을 행하는 금강업보살’이라 표현된다. 다른 경전에서는 ‘금강갈마보살’, ‘비수갈마대보살’, ‘교업대보살’, ‘허공고보살’이라 하며, 백팔명찬에는 금강의 뛰어난 활동⋅금강의 오묘한 가르침⋅모든 장소에서 두루 행함⋅금강의 헛되지 않음이라 하며 밀호는 금강불공⋅선교금강⋅변사금강으로 불린다. 업이라는 명칭이 말해주듯이 여래의 사업의 덕을 관장하며, 일체중생으로 하여금 일체여래와 모든 보살에 대한 공양 사업을 성취시키는 존이기 때문에 그 행위를 중시하여 뛰어난 교화행을 실천하는 보살로 그 덕이 찬탄된다. 바른 지혜로 관찰하고 훌륭히 설하는 행위가 모두 남을 이롭게 하는 것으로 그 미묘한 가르침이 세간 생활상에서 낱낱의 실천수행임을 보이고 있다. 이 보살은 무량겁에 스스로 수행하고 증득하여 선교방편으로 다른 이를 교화하는 사업을 성취하였다. '금강정경'에서 이 보살의 출생을 밝힌 문단은 아래와 같다.

“이때에 세존은 다시 일체여래의 교업대보살삼매에서 출생한 갈마가지의 금강삼마지에 들어가니 이 명칭을 일체여래의 갈마삼매라 한다. 곧 일체여래심이다. 일체여래심으로부터 내자마자 일체갈마평등지로써 금강살타삼마지에서 잘 통달한 까닭에, 곧 저 구덕지금강자는 일체여래의 갈마광명을 이루고 출현하고 나서, 이 광명으로 일체세계를 두루 비추고, 섞여서 일체여래의 광대한 갈마의 세계를 이룬다. 저 일체여래의 가이없는 사업의 성품은 금강살타삼마지에서 아주 견고한 까닭에 합하여 한 몸이 되고, 일체여래의 뛰어난 업을 행하는 보살의 몸을 출생한다.”

위와 같이 교업대보살삼매, 즉 갈마삼매에서 교업대보살신이 출생한다. 이 보살은 갈마금강저의 모습으로 상징되는데, 갈마금강저란 금속으로 만든 삼고저 두 개를 십자 모양으로 조합한 형태로서, 여래의 작업을 상징하는 삼매야형이다. 끝의 세 갈래는 신구의 삼업의 뜻이며, 십자의 결합에 의해서 중생과 부처 두 세계의 삼업이 명합한다는 뜻이 있다. 또는 모두 12개의 고(鈷)가 유전(流轉)의 십이인연을 깨어부수고 열반의 12인연이 되는 의의 등을 설한다. 진각종 심인당의 난간에 이러한 금강저의 무늬로 장엄해 놓고 있다.

갈마금강저를 들고 있는 금강업보살은 지혜를 바탕으로 하여 바르게 일체를 관찰하고, 바르게 선설하고 교화하는 활동을 상징한다. 그 활동을 원만히 행하기 위하여 '삼십칠존심요'에서는 다음과 같이 금강업보살의 동체인 허공고보살의 공능을 설하고 있다.
“허공을 변화시켜 창고로 삼으며, 그 가운데 진보를 허공 중에 채우고, 시방의 티끌처럼 많은 일체제불을 공양한다. 이 허공고보살은 바로 비수갈마보살의 다른 이름이다.”

여기에서 허공고보살을 비수갈마보살이라고도 하는데 비수갈마란 뛰어난 활동이라는 의미로서 바로 금강업보살의 다른 이름이다. 어떠한 장해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활동하는 비수갈마를 통해서 모두에게 행복을 주는 것이 금강업보살의 근본서원임을 알 수 있다.

'성위경'에서도 금강업보살이 허공고보살과 동체로서 일체중생의 광대한 공양을 성취함을 보이고 있다.
“비로자나불은 내심에서 금강업허공고장삼마지지를 증득한다. 자수용인 까닭에 금강업허공고장삼마지지로부터 금강업의 광명을 유출하여 두루 시방세계를 비추고, 일체중생으로 하여금 일체여래와 여러 보살께 광대한 공양을 하게 한다. 돌아와 한 몸에 거두어져서 일체보살로 하여금 삼마지지를 수용케 하기 위하여 금강업보살의 형상을 이루고 불공성취여래의 앞쪽 월륜에 머문다.”

이와 같이 이 보살은 허공고보살의 삼마지를 증득하였기에 여러 중생들에게 이익을 주는 광대한 공양의 활동을 펼치게 된다. '제불경계섭진실경'에는 금강업보살이 일체중생으로 하여금 행하게 하는 일체의 공양이 헛되지 않은 묘업임을 다음과 같이 설하고 있다.
“나는 금강갈마이다. 나는 금강불공이다. 반드시 정해진 결과를 얻는 것으로 헛되지 않다. 나는 갖가지 사업을 성취하고, 모든 장소에 도달하며, 갖가지 사업을 행하고, 묘한 사업을 성취한다.”
 
수행자는 금강업보살을 관함에 의해 금강업보살과 동등하게 모든 교화의 업에서 반드시 정해진 결과를 가져오는 금강불공의 갈마를 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취석'에서는 ‘모든 부처님께서 묘법을 설하심을 듣고 속히 복덕과 지혜의 자량을 채우고, 허공을 창고로 삼아 여러 중생계의 인연에 따라 모든 유정을 널리 구제하고 이익케 하고 점차 무상보리에 이르게 함을 교묘한 방편으로 삼는다’고 금강업보살의 동체인 허공고보살의 묘용이 설해지는데 그것이 다양한 공양으로 펼쳐진다.

따라서 이 보살은 모든 공양문의 중심이 된다. 공양문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유가경전의 가르침 가운데에서는 네 종류의 공양이 있다. 이른바 보리심공양·자량공양·법공양·갈마공양이다. 또 '소실지경'의 가르침에 의하면 다섯 종류의 비밀공양이 열거되어 있으며, 이외에도 8종의 공양, 16종의 대공양, 20종의 공양, 176종의 잡공양 내지 일체의 공양이 있다. 모두 다 허공고보살의 공양의궤 가운데에 섭입된다.

이와 같이 금강업보살은 수행자가 이타에 입각한 다양한 보시 등의 봉사행을 통하여 불의 묘법을 생활하는 가운데 모두 실천함을 그 묘용으로 삼는 보살이다. 금강업보살은 여러 중생들에게 이익을 주는 활동을 행하고 있음을 나타내기 위하여 왼손에 금강권을 결한 다음 갈마령을 가지고 있으며, 오른손은 갈마금강저를 가슴 앞에 대고 있는 계인이 있으며, 수인으로는 두 손을 나란히 펼쳐서 이마 위에 세우고 있다. 이 인계에 대해 '금강정경'에서는 ‘갈마금강인과 화합하여 금강갈마의 사업과 동등하게 될 수 있다’고 하며, '약출염송경'에는 ‘금강갈마계를 결함으로 말미암아 일체여래의 사업에 수순하게 된다’고 그 결인의 공덕을 찬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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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업보살
 
김영덕 교수/ 위덕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