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만다라

당신, 왜 부끄러워하나요?
“사실 나 심리상담 다녀”라는 말에 주변 반응은 둘로 나뉜다. 보통은 “에이~ 네가 그런 델 왜 가?”라며 문제 있는 사람처럼 여기지만 미국에서 생활한 친구들은 오히려 부러운 마음을 내비친다. “정기적으로 상담 받는다는 건 여유가 있다는 거잖아!”. 인터넷 발달 덕분에 마음을 돌볼 수 있는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지만, ‘우울증이 아닌데 나도 상담받아도 되나?’, ‘상담을 받기엔 너무 사소하지 않을까?’란 걱정부터 앞선 개인의 인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미국에선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정신적 문제가 누구나 조금씩 있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는 것만큼 자연스럽다. 칼에 베이면 피가 흐르는 몸과 달리 마음의 상처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몸이 아플 때보다 더 자주 들여다봐야 한다. 상담은 나를 위한 투자이자 마음을 위한 건강검진이다.네이버웹툰엔 여러 직원복지가 있지만, 그중 하나로 심리상담 비용을 현재 전액 지원해주고 있다. 회사 지원 덕분에 비용 부담이 덜해도 ...
2021-09-28
“경쟁은 인정하는 것을 배우는 것이다”
2020년에 개최되었어야 할 올림픽이 코로나19로 인해 연기되어 올해 치러졌다. 세계인의 스포츠 축제인 올림픽의 연기, 그리고 무관중 경기로 진행되었다. 뉴노멀(new normal)이 스포츠 세계에도 예외는 아니다. 새로운 방식의 스포츠 문화가 형성되는 시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포츠는 우리를 하나로 만든다. 스포츠 경기는 ‘경쟁(競爭)’을 기본 전제로 한다. 여기에는 반드시 승자가 있고 패자가 있다. 규정과 규칙에 따라 선수들은 상대를 이기기 위해 전력투구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를 하나로 만드는 것은, 단지 경쟁에서 ‘이기는 것’만이 아니다.경쟁을 성립하게 하는 규칙을 기반으로 선수들은 혼신을 다해 경기에 임한다. 결과는 이기거나 패하거나 둘 중 하나다. 이 두 가지 선택지 외에 다른 것은 없다. 그 선택지 사이에서 응원하는 국민들은 승패 결과 자체만을 놓고 선수를 판단하거나 경기를 해석하지 않는다. 스포츠는 흔히 드라마라고 표현하는 은유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스포츠는 승...
2021-08-27
4차 산업혁명 시대, 창의성 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 것인가?
최근 창의성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학이든 기업이든 어떤 기관을 막론하고, 선발이 이루어지는 기관에서는 ‘창의성’을 선발의 기준으로 삼은 지 오래되었다. 창의성을 일부 영재들에게만 존재하는 특성으로 생각하거나 일부 전문가 집단의 전유물인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창의성은 전적으로 타고나는 것만은 아니며, ‘교육’을 통해 계발한다면 누구든지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이다.창의성을 지식과 관련이 적은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창의성은 기존 지식에 갇히지 않는 사고이므로 지식이 아니라 특별한 영감에서 오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창의성의 기반은 다름 아닌 기초지식(基礎知識)이다. 미국의 생리학 교수인 루트번스타인이 생리학·심리학적 접근을 한 끝에 "모든 인간은 각자 창의성을 갖고 태어나지만 이를 계발하는 것은 교육 등 후천적 노력이다."라고 주장한 말을 깊이 새겨 볼 필요가 있다. 창의성은 지루하고도 창의적이지 않은 듯한 과정을 이겨낸 결과물인 것이...
2021-07-29
어쩌다, 회사원
주변을 돌아보면 너도나도 주식이나 코인에 뛰어들고 있다. 노동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욕심부리지 않고 묵묵히 일하는 사람을 위축되게 만든다. 남들 따라 어설프게 재테크를 하는 대신 일하는 사람으로서 나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볼 때다. 대기업을 간절히 바랐던 적은 없지만, 불가능이라 생각하지도 않았다. 취업 준비 기간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를 뽑자면, 자기객관화다. 어떤 일이든 열심히 할 열정은 넘쳤지만, 그걸 숫자로 증명할 길이 없으니 내가 원하는 조건의 회사를 처음부터 노리지 않고 방향성을 같이 하는 회사로 지원했다. 한국에서의 첫 직장은 정직원 전환이 되지 않는 비정규직 인턴 3개월로 시작했다. 워낙 급여가 짜고 업무강도가 높은 거로 유명한 교육업계였지만 IT기술이 접목된 에듀테크 기업이었다. 에듀테크는 교육(Education)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인터넷 강의가 그 예다. 어디라도 소속된 것에 감사하며 티 나지 않는 일도 책임...
2021-06-22
“만보 걷기에서 얻은 깨달음”
코로나 시대, 집 안에 갇혀 산다. 강의도 연구실 컴퓨터 앞에 앉아서 한다. 퇴근시간 이후에도 화상회의를 한다. 시장에서 직접 장을 보던 습관은 온라인 주문으로 바뀌었다. 생일을 맞은 지인에게 축하 케이크 쿠폰을 보낸다. 극장에 가지 않고 넷플릭스에 주말을 반납한다. 최근 우리의 일상이다. 바깥 공기가 그립고,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싶다. 여름으로 질주하는 나무와 꽃들의 수채화도 보고 싶다. 그래서 걷기로 했다. 하루에 만보를 채운다. 사실 걷는 게 아니라 ‘채운다’는 것이 맞다. 이미 나에게 하루 만보 걷기는 과제이며, 달성해야 할 목표다. 스스로 출제한 문제에 답을 찾는 심정으로 시작한 하루 만보 걷기는 세상과 소통하는 시간이다.만보 채우기를 하다보면 모르지만 익숙한 사람들이 생긴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있다. 나처럼 그들도 걷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각자마다의 인생 이야기와 가족, 친구, 하고 있는 일들, 고통과 기쁨이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된...
2021-05-25
코로나 시대에 선인(先人)에게서 배우는 공부법
자녀를 둔 부모의 로망은 무엇일까? 공부 잔소리하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공부 잘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부모 생각처럼 그리 쉽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는 우리 아이들에게 자기 주도적으로 공부하는 습관을 들여 주기 힘든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기성세대에 비해 요즘 아이들은 공부를 방해하는 유혹 요소가 많은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우리 아이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공부하게 할 수 있을까. 이를 위해 율곡 이이의 공부 철학에서 그 힌트를 찾아볼까 한다. 율곡 이이는 결코 순탄한 환경에서 성공한 인물이 아니다. 어려운 환경을 딛고 조선 제일의 공부 달인이 되어 자신만의 학문 세계를 열었던 인물이다. 우리가 이이에게 주목할 것은 그의 치열한 자기계발 의지와 노력하는 자세이다. 그는 조선조 500년 역사상 유일무이하게 아홉 번이나 장원급제한 공부의 달인이었다. 그의 성공적인 학습은 바로 공부에 대한 강한 목표 의식과 엄중한 실천 강령과도 같았던 바른...
2021-04-30
끓이지 못한 된장찌개
여기 두 여자가 있다. 내 앞에 앉아있는 여자는 빨간 모자와 빨간 니트를 속에 입고 계절감 있는 재킷을 어깨에 가볍게 걸쳤다. 패션 감각뿐 아니라 색 감각이 뛰어난 게 느껴진다.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여자는 알고 보니 한국에서 손꼽히는 동양화 교수이자 협회 이사다. 최근에 사무실을 이전해서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며 제자를 양성하는 데 열중이다. 몸에 살이 붙을 틈도 없이 꼬박 그림을 그리느라 밥 먹을 때를 놓치기 일쑤다. 내 옆에 앉아 있는 여자는 등장부터 요란하다. 양손에는 동네에서 유명한 빵집의 갓 구운 빵과 깨끗하게 씻어 온 포도, 꼭지를 딴 탐스러운 딸기는 바로 집어먹을 수 있도록 준비해왔다. 도착하자 마자 능수능란하게 테이블을 세팅하고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며 식사 준비를 돕는다. 남들에게 인정받는 커리어를 지금까지 유지한 여자와 남은 이력이라고는 가족들에게 수없이 밥해준 것 밖에 없는 여자는 뜻밖의 공통점을 발견한다. 바로 두 아이의 엄마라는 사실.여기 두 엄마가 있다.어느...
2021-04-09
가지 못한 길
“오랜 세월이 흐른 다음 나는 한 숨 지으며 얘기하겠지요. 두 갈래 길이 숲속으로 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사람이 덜 밟은 길을 택했고, 그것이 내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라고. 중학교 시절 나의 마음에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와 삶의 고개마다 인생을 생각하게 한 시이다. 적막한 시골 마을에서 접할 수 있었던 문화로는 교과서나 신문, 책 속에 실린 글귀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한 편의 좋은 시는 두고두고 읽으며 때로는 오랫동안 가슴에 담고 살아가기도 했다. 그 시절에는 미래에 대한 설계를 한다기보다는 꿈을 꾸었었다. 삼등 열차를 타고 차창으로 스쳐가는 낮과 밤을 느끼며 책을 읽는 꿈을 자주 꾸었다. 누군가가 장래에 무엇이 될래? 라고 물으면 여류 소설가라고 말하면서 가슴이 두근거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너무나 아름답고 신비로워 차마 소리 내어 드러내기조차 조심스러웠던, 그러나 현실과의 타협 속에 아쉬움을 담아 떠나보냈던 꿈이 있었다. 신입생들의 진로 설계를 위한 상담을 하다 보면 자...
2021-03-23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대학 다닐 때 학과 축제의 한 코너에서 캉캉춤을 춘 적이 있다. 유려하게 잘 표현된 방식은 아니었다. 서툴고 우스꽝스럽게 연출해 웃음을 자아내는 것이 목적이었다. 선배의 손에 이끌려 몇 가지 동작을 익힌 뒤 청춘의 패기로 한 장면을 장식했던 것이다. 그러나 살아가면서 필자는 막상 막춤을 추어야 하는 상황에서도 그 순간을 잘 표현하지 못해 당황했던 기억이 더 많다. 그래서 어디 한 번 춤을 배워볼까 하고 뜬금없이 생각해 본 적도 있다. 젊은 뇌과학자 장동선은 <대한외국인>이라는 퀴즈프로그램에 나와 건강한 뇌를 유지하려면 소통을 잘하고 감정을 잘 표현하되 이 모두를 잘하려면 춤을 추라고 강조했다. 그래 그런 거지, 하며 고개를 끄덕이자 온갖 기억들이 밀려든다. 이를테면 이탈리아 피렌체 여행을 갔을 때 석양이 머무는 베키오다리 위에서 탱고를 추던 연인을 보며 뜨겁게 박수를 보냈던 기억이 있다. 마치 젊은 단테와 베아뜨리체가 격정적으로 춤을 추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l...
2021-03-08
네가 없는 나의 하루는
외로움과 분노를 몸에 담요처럼 두르고 상대방을 주시한다. 매섭게 눈만 빼꼼히 내민 채 가득 땀이 찬 두 손을 공기도 통하지 못할 정도로 움켜쥔다. 새해 다짐 11번에 적힌 ‘순간적인 감정을 폭발시키지 않기’가 지켜지지 않은 순간이다. 명상, 호흡, 요가 등 희망찬 새해와 어울리기 위해 그간 수련해온 마음 다스리기가 와장창 무너지고 지난해와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돌아온 것에 속이 상한다. 그토록 바꾸고 싶고, 바뀌고 싶은 부분인데, 열두 시가 되면 반짝반짝 빛나던 모습에서 보잘것없는 행색으로 돌아오고 마는 신데렐라처럼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제자리걸음이다. 지난해 다양한 운동과 전문 마사지로 몸 건강을 열심히 챙겼다면 올해 나이 앞자리가 바뀌면서 마음 건강도 올해 목표에 포함했다. 매 순간 평온함과 내면의 소리에 집중하려 하지만 바다 앞에 쌓인 모래성처럼 작은 파도에도 쉽게 무너져 버리고 만다. 나만의 견고한 성을 쌓고 싶은데 잦은 외부 침략에 보이지 않는 멍이 가득하다. 좋은 날...
2021-02-16
엄마의 발
식사 후 엄마는 보행기에 의지해 걷는 연습을 하고 있다. 바닥이 미끄럽다고 양말도 마다하고 실내화도 신지 않은 채 맨발로 조심조심 걷고 있다. 뒤뚱 거리는 모습이 불안하여 설거지를 하면서도 신경은 온통 엄마에게 향하였다. 마주 바라보던 얼굴을 이제는 내려다봐야 될 정도로 키가 작아지고 허리까지 굽어진 엄마의 뒷모습에 가슴이 저려왔다. 네발로 걷다가 두발로 걷고 다시 세발로 걷는 것이 인생(人生)이란 것을 이렇게 가슴 아프게 깨닫는 것이 또한 인생(人生)인가보다. 어릴 적 친구들과 수수께끼 놀이를 하면서 재미로 주고받았던 말들이 이제는 가슴에서 녹아내려 한 줄기 눈물이 되어 떨어졌다. 엄마는 십분도 채 걷지 못하고 의자에 앉아 무거운 허리를 펴고 있었다. 지난 해 낙상으로 골절상을 입은 후로 엄마의 세상은 실내로 축소되었고 발이 감당해야 될 무게는 더욱 무거워지는 것 같았다. 엄마의 발에 실내화를 신겨드리자 발목과 발의 차가움이 손바닥으로 스며들었다. 차를 타기 위해 끓여두었던 물...
2021-01-25
세한도에 길을 묻다
새해가 밝았다. 새로운 희망을 말하기엔 코로나19의 시간이 아직도 엄혹하다. 어쩌면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게 돌아가는 것이 더 당연한 것처럼 느껴진다. 이 답답함을 잠시나마 덜어 보려고 국립박물관을 찾았다. 마침 추사 김정희의 특별전 소식과 함께 굴곡 많은 세한도(歲寒圖)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위세는 세한도를 향한 시민의 발길도 멈추게 만들었다. 세한도는 허름한 집 한 채와 소나무, 잣나무 네 그루가 전부이다. 추운 시절의 그림에 걸맞게 단순한 구도에 보는 것만으로도 쓸쓸함과 한기가 느껴진다. 원근법도 버리고 여백 가득히 대체 무엇을 담고 싶었을까. 그저 추사의 마음을 헤아려볼 뿐이다.사실 추사는 참 극적인 생애를 보낸 인물이다. 요즘으로 치면 금수저 집안 출신인데다 그의 학문세계는 청나라까지 소문이 날 정도로 빼어났다. 청과의 인연은 그가 24세 때 자제군관 신분으로 청나라를 다녀온 이후부터인데, 홍대용의 ‘을병연행록’이나 박지원의 ‘열하일기’만 보더라도 당시...
2020-12-29
엄마도 엄마를 사랑했으면 좋겠어. 날 사랑하는 것만큼
우연히 유튜브 알고리즘을 타고 한 강연을 봤다. 코로나 시대로 아이들이 잃어버린 것을 이야기하는 짧은 강연인데, 학생이 학교에 가지 못하고 늘 집에 있으니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게 되고 정체성이 흔들리면서 급기야 자존감을 잃어버리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직장인은 회사 가는데 학생은 학교 안 가고 집에서 쉬니까 좋겠네’라고 나조차도 가볍게 생각했던 적이 있는데, 아이들에겐 그런 시선이 불편하고 억울했을 터이다. 그 영상 바로 옆에 비혼 관련 영상도 추천 알고리즘에 포함되어 있었다. 자녀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배우자도 재택근무를 하면서 기혼 여성은 늘어난 집안일로 힘들어하지만, 미혼 여성은 삶의 만족도가 높아졌다는 인터뷰였다. 꼭두새벽에 나가 밤늦게 퇴근하느라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늘 부족한 게 직장인의 비애였는데, 24시간 붙어있게 된 게 어째서 축복이 아닌 울상으로 바뀌었을까? 나만 하더라도 올해는 성인이 된 이후 엄마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한 해 이자 집안일에 가장 적극...
2020-12-17
맨드라미 사랑
집으로 들어가는 아파트의 조그만 화단에는 자줏빛의 맨드라미가 아직도 피어있다. 처음에는 요즘 보기 드문 꽃이 피었구나 하고 생각하다가 찬바람이 부는 늦가을이 다가도록 피어있는 모습을 보면서 아마도 맨드라미가 나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꽃 모양이 수탉의 벼슬처럼 생겼다고 하여 계관화(鷄冠花)라고 부르는 맨드라미를 나는 어릴 적에는 좋아하지 않았다. 꽃이 예쁘지도 않은데다 흉측하게 생겨 바라보기조차 무서웠던 닭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꽃에 얽힌 전설과 그 꽃말이 감동적이라 한 번씩 피어있는 모습을 볼 때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곤 했었다. 맨드라미 꽃에 얽힌 전설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주로 자신의 목숨을 바쳐서 충성을 다하는 신하 또는 닭의 이야기로 전해오고 있다. 옛날에 무예가 뛰어나고 성품이 곧은 무룡이라는 장군이 있었는데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무룡 장군을 간신 모리배들이 시기 질투하여 모함을 하였다. 무룡 장군...
2020-11-30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오늘은 노래에 대해 말을 걸어볼까 한다. 첫 번째 이야기. 필자의 큰 누인 어느 지방의 무형문화재로 우리 정가를 부른다. 다소 생소할 수 있겠는데 정가란 우리의 전통 성악으로 가곡이나 가사, 시조를 묶어 일컫는 말이다. 느린 가락에 매우 정적인 느낌이 있어서 옛 선비들이 즐겼던 장르이다. 정제된 형식의 가곡은 물론이지만 세줄 분량의 짧은 시조도 매우 긴 호흡으로 천천히 흘러간다. 영화 <해어화>에 나오는 ‘사랑이 거즛말이’를 감상해도 좋을 것이다. 따라서 정가는 흥보다는 멋의 음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양반들의 풍류음악으로 인식돼 지금은 어느 정도 저변이 넓어졌으나 여전히 대중성은 낮다. 필자 또한 누이의 정기공연장을 몇 차례 찾긴 했지만 국어 시간 시조를 가르치면서도 시조창 한 곡을 제대로 전하지 못했다. 어쩌다 정가 영상을 보며 읊조리듯 따라 불러보기는 하지만 취향은 잘 변하지 않는다.또 하나의 이야기다. 대중가수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가 유행하던 시절에 가수의 ...
2020-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