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죽비소리

계묘년 새해, 너에게 묻는다.
지난 한 해, 돌아보니 그 어느 해보다 바빴다. 돌이켜보면 실속 없이 바쁘기만 했지 나는 여전히 공허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쳇바퀴처럼 심인당에서 심인당으로 심인당에서 서울 아사리교육까지 그 와중에 코로나까지 겹쳐 무엇 하나 제대로 야무지게 해내지 못했다. 그 공허감의 정체는 공부를 핑계로 보살님들을 제대로 보살피지 못했다는 죄책감이었다. 그 누구는 공부를 ‘자기 삶을 연구하는 과정, 자성을 찾는 과정’이라 말한 바 있다. 나는 매일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이 다른 사람이기를 원했다. 어쩌면 분별심은 깨달음으로 가는 최대의 걸림돌이라는 것을 알기엔 내 수행이 너무 부족했다. 지도무난(至道無難)이요 유혐간택(唯嫌揀擇)이니, 단막증애(但莫憎愛)면 통연명백(同然明白)이라. 참된 도는 어렵지 않음이요, 오직 간택함을 꺼릴 뿐이니, 미워하고 사랑하는 차별심이 없으면 통연히 명백하리라. 3조 승찬스님의 <신심명>에 나오는 말씀이다. 나는 한때 사람은 애증으로 산다고 믿었다. 너와 ...
2022-12-29
의식전환
12월이 되면 허전해진다. 매년 반복되지만, 올해는 유독 더 그런 것 같다. 무언가를 많이 한 것은 같은데 남아있는 것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시간은 흘러만 가는데 올해의 마무리를 어떻게 할까 조급함이 앞서는 때이다. 시계를 보니 벌써 12시를 가리킨다. 어찌 되었건 시간은 지났으니 허기를 채우려 식탁 앞에 앉는다. 12시에서 시간이 흐르면 오후 1시, 오전에서 오후로 아침의 일과가 끝나고 이제 오후의 일과가 시작되는 때에 우린 힘을 비축하기 위해 영양을 섭취한다. 이는 오전에 써버린 힘을 다시 비축하여 쓰기 위함이다. 어떤 경계의 지점에서 무엇을 축적해 놓았느냐에 따라 당연히 넘어갈 수도 있고 넘지 못하고 막혀 버릴 수도 있다. 우리의 의식의 경계도 모든 것이 무너지는 순간에 다른 모든 것이 생긴다. 없어지고 새로 시작되는 것 같지만,경계를 넘기 위해 써버린 것은 다음을 위해 필요한 영양분이 된다. 몇 년 전 큐브를 좋아하지 않던 나에게 아들이 큐브를 사달라 했다. 낭패였다. 두뇌...
2022-12-01
계행의 생활화로 행복한 삶을 영위하자.
부처님은 우리에게 괴로움에서 벗어나 행복한 삶을 살아가라고 하시며, 괴로움의 원인이 갈 애이고, 그 소멸을 위한 행동기준으로 유익한 선법의 실천과 해로운 불선법의 소멸을 제시해 주셨다. 즉 선법은 탐·진·치 삼독의 제거를 통해 성취한 맑은 지성인 지혜와 함께하며, 나와 남을 모두 사랑하는 순수한 감성인 자비. 자애와 함께 공생하는 것이기에,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자 하는 우리는 지혜와 자비를 증득할 수 있는 선법의 구체적인 실천 조항인 십선계를 마땅히 수지하고 실천해야 한다.계를 지킨다는 것은 자신의 도덕적 소양을 계발하여 인격을 완성하는 길인 동시에 이웃에 대한 최고의 이타행인 봉사가 되는 것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면 계의 수지는 부처님 제자가 되는 첫걸음이며, 인격완성을 통해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출발이 되며, 종국에는 불교의 궁극적 목적인 열반을 얻게 하는 시작점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계의 실천은 먼저 우리 자신 내부의 덕성을 함양하게 하고, 결...
2022-11-03
뼈아픈 후회, 기꺼이 견뎌내라
은연중 내 무의식에 “사람이 얼마나 변변찮으면, 자기관리도 제대로 못 하고 코로나에 걸리나.”라는 부정적 생각이 자리했었나 보다. 속수무책으로 당하고야 말았다. 아슬아슬 피할 수만 있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피하고 싶었다. 코로나에 걸리면 변변찮은 사람이 되고, 자기관리 못하는 사람이라는 신념이 있었으니, 철통방어는 기본이었을 것이다. 잘못된 신념은 그리 오래가지 못하고 온전히 코로나에 뚫려버렸다. 불행한 일일수록 어느 날 갑자기 한꺼번에 그것도 나에게 닥쳐오리라는 예상을 했겠는가. 한 달 가까이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었다. 후유증은 상상외로 오래갔다. 그사이 슈퍼항체가 생기기는 했을까. 의심스러웠다. 신문지상을 오르내리는 2, 3차 감염됐다는 보도를 연일 접할 때마다 심기가 불편했다. 코로나19 이상반응 때문에 1차 백신 접종밖에 못 한 터, 철통방어니 뭐니 운운하기에는 방역을 충실히 따르지 못한 대가가 이 정도에 그쳤으니, 얼마나 감사해야 될 일인지. 코로나에 걸리기 한 달 ...
2022-10-05
보름달
추석이 다가온다. 추석 하면 생각나는 건 보름달이 뜬 밤에 소원을 비는 것이다.각자의 소원들이 다 있겠지만 그 소원들이 이루어지려면 인연을 잘 지어 나아가야 한다. 인지어서 과받음은 우주만류의 법칙이다. 마음에 새기고 말만 내뱉으며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면 보름달에 빈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부자와 거지를 나누는 기준은 물질의 많고 적음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마음자리에 따라서도 부와 가난은 또 나누어진다.외형적으로 호화찬란하다고 해서 마냥 좋다고는 할 수 없다. 내면의 마음이 얼마나 잘 갖춰져 있는가가 중요할 때도 분명있다.태양과 달은 지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은하계 속에서 빛을 내뿜어 우주를 밝히는태양, 나머진 그 빛을 받아 다시 세상을 간접적으로 비추는데 불교에선 이 태양의 능력을 일러 법신이라 한다. <진각교전>에 ‘법신불은 본래있어 보리심에 비유하고 화신불은 닦아나니 보리행에 비유한다.’ 그리고 ‘법신불은 태양 같고 화신불은...
2022-08-30
말은 본성(本性)이고 인격(人格)이다
연일 이어지는 무더위에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구슬땀은 소리 없이 흐르고, 여름빛이 짙어지는 따가운 햇살에 밤낮을 가리지 않는 매미 소리는 한여름 무더위와 겨루기라도 하듯 점점 더 요란해지며 여름 절정을 알려줍니다. 강렬한 햇빛에 더욱 신이 난 열정적인 매미들의 합창은 내리쬐는 태양처럼 쨍쨍하기도 하고, 한여름 계곡에서 흐르는 물소리처럼 시원스럽기도 합니다. 우리는 눈으로 사물을 보고 관찰하면서 자신의 안목(眼目)으로 취사선택하여, 보고 듣고 말합니다. 상대방의 표정을 읽기도 하고, 말투나 마음 씀씀이나 행동을 보고 ‘이렇다, 저렇다’라고 말을 많이 하는 경우도 생기고, 말을 해도 소용이 없다는 판단이 서면 일부러 줄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우리는 언제나 ‘말’을 합니다. ‘삼사일언(三思一言),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말을 할 때는 신중하게 여러 번 생각하고 해야 함을, 말이란 항상 조심해야 하며 꼭 필요한 곳에 적절하게 잘 사용하면 어려운 일도 해결할 수 있음을 뜻하는 ‘말의...
2022-08-02
계율 속에 숨어있는 자비의 가르침
일상에서 계율을 잘 지키면서 살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소중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몸과 입과 뜻으로 바르게 행동하고, 말하고, 생각하는 것에 늘 집중하려고 했다. 선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알고서 멀리하려고 노력하면 내가 원하는 평안한 삶이 이루어질 거라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악을 멀리하고 선을 추구하려고 노력할수록 타인과 세상을 향해 점점 더 비판을 일삼으며 자꾸 냉소적으로 변해가는 나를 보며 괴로웠다. 왜일까? 이렇게 살아가면 마음이 따뜻해져서 타인과 세상을 향해 너그러워지고 유연해질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계율에 대해 바르게 알고 깊게 사유해야 이전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내가 꿈꾸는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아 경전을 공부하였고, 그 과정에서 놓치고 있었던 부처님 가르침의 핵심이자 내 괴로움의 해답이 되는 지점을 알게 되었다. 그 내용은 바로 「법화경 관세음보살보문품」에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자애가 본질인 계율은 우레가 되고 자비로운 마음은 아름다운 큰 구름 되...
2022-07-06
다시 꽃피는 일상, 그리고 화양연화
자신을 성찰하고, 자신을 알아가고,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끊임없이 자기 변화를 시도하며, 자기를 사랑하고, 자기를 보살피고, 자기를 행복하게 하는 이런 일련의 모든 일들, 즉 지혜와 기도, 그리고 창조성이 그 어떤(교화)것보다 더 앞선다고 나는 생각한다. 실로 2년 만에 교구전수님들의 워크숍이 4월 28일 영천 천혜심인당에서 발단불사를 시작으로 29일까지 경북 청송에서 있었다. 말이 워크숍이지 저마다 집(심인당)을 벗어나 자연을 벗 삼아 어린아이처럼 맘껏 뛰놀며 쉬고 싶었을 것이다. 스승이 즐거워야 교화도 즐겁게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스승이 즐겁고 행복해야 교도가 해탈되고 교도가 즐겁고 행복하기 때문이다. 스승과 교도는 한 몸으로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스승들에게도 재충전의 휴식이 절실히 필요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코로나 블루(우울감), 코로나 레드(분노감), 코로나 블랙(무기력감)과 같은 부정적 감정들을 겪으며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부정적 정서들이 ...
2022-05-30
생과 사
더위가 한층 기승을 부리려는 계절이 다가온다. 춘삼월에 피어났던 벚꽃들은 우리에게 이별을 고하며 꽃비를 내리며 사라졌지만,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신 5월이 되면 모든 생명에게 새로운 에너지를 생겨나게 한다. 자비의 마음을 밝혀 연등을 달며 다시금 자신의 마음에 자비의 등불을 밝혀 세상을 아름답게 꽃 피울 마음을 가진다.부처님 법을 만났기에 마음의 등불을 밝힐 수 있었지만 우리는 본래 태어날 때부터 소중하고 아름다운 선한 존재이다. 이 세상에 무언가가 생겨난다는 것은 참으로 좋은 것이다. 허나 그것들이 사라지는 것은 우리에게 슬픔을 남긴다. 생은 좋은 것이나 사는 나쁘다. 그럼 시작은 좋으나 끝은 좋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고 “인은 좋은 것이고 과는 나쁘다”라고 이야기한다면 여기에는 좀 이상한 것이 있다. 우리가 받는 과보는 좋을 때도 있으며 나쁠 때도 있기 때문이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이지만 우리는 항상 마지막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러므로 생과 사를 이야기할 때 생을 좋...
2022-05-03
마음, 찰나(刹那)의 순간에···
짧게 끝이 날 줄 알았던 코로나 상황이 2년째 계속 이어져 오고, 남의 일처럼 여기며 먼발치에서 보고 느낀 것들이 어느새 가까운 주위를 맴돌고 있다.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과 절제력으로 방역수칙을 잘 지켜오면서 끝이 잡힐 듯했지만, 어느덧 2년이란 시간이 흐르며 마스크를 쓴 채 생활하는 반복되는 일상. 그 일상을 지키기 위해 오늘도 역시 마스크를 쓰고 손을 열심히 씻으며 별일 없이 지나가고자 하는 마음이다.요시다 겐코의 수필집〈도연초(徒然草)>에 ‘팽나무스님’ 이야기가 있다.성격이 급해서 화를 잘 내는 스님이 머물던 암자에 오래된 팽나무가 한그루가 있었기에 사람들은 그를 ‘팽나무 스님’이라 불렀다. 법호를 부르지 않고 자꾸 ‘팽나무 스님, 팽나무 스님’하고 계속 부르자, 자신에게 붙여진 별명이 싫었던 스님은 화가 나서 어느 날 큰 팽나무를 잘라버렸다. 팽나무는 없어졌지만, 팽나무의 뿌리 밑둥치가 남아있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또 ‘밑둥치 스님’이라 불렀다. 기분이 나빠진 스님은 노...
2022-03-29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
고등학교 시절 생일이면 허물없이 지내던 친구들이 불러주었던 생일 노래가 있다. “왜 태어났니? 왜 태어났니? 사랑하는 내 친구 왜 태어났니?”이 노래를 들으며 나는 맘속으로 ‘부처님 가르침과 종조님 가르침을 배워 익히는 기쁨을 누리고, 고귀한 인간이 되기 위해 정진하면서 사람들과 어울려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태어났으니 그렇게 거룩하게 살려고 최선을 다하겠노라!’ 다짐했던 기억이 있다. 정말 다짐했던 대로 열심히 노력하며 살았다. 그런데도 고귀한 인간이 되지도 못했고, 사람들과 잘 지내지도 못했으며, 행복하지도 않았다. 한마디로 우물 안 개구리처럼, 내가 바라보는 세상 안에 갇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신세가 되어 너무 괴로웠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그 원인을 찾기 위해 깨쳐 보아야 했다. 나의 말과 행동과 생각에 집중하며 깨쳐 보니 부처님이 룸비니 동산에서 남기신 탄생게송에 그 답이 있었다.“온 우주에서 오직 나만이 홀로 존엄하다. 이 세상에 가득 찬 고통을 내 반드시 평안하게 ...
2022-02-25
임인년 새해, 그럼에도 모두 사랑하기를
새해 49일 불공이 시작되기 전에 무작정 인천행을 감행했다. 친정아버지는 올해 구순이 되셨다. 친정어머니와 함께했던 젊은 날의 기억을 간직한 채 등 굽은 소나무가 마을을 지키듯 그렇게 40년을 오롯이 인천집을 지키고 계신다. 2년 가까이 코로나는 핑곗거리의 좋은 안주로 종종 등장한다. 만해 한용운은 일찍이 시 <사랑의 끝판>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바쁜 것이 게으른 것이다.” 이 역설의 무게를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으랴. 바쁘다는 핑계로 챙기지 못한 일, 놓치고 사는 일들이 수없이 많으니, 그 진짜 실체는 바쁨을 가장한 게으름이다.친정집에 들어서니 친정어머니가 다녀가신 듯 아버지 얼굴이 뽀얗고 정갈했다. 아버지 말씀에 따르면 요양보호사 아주머니가 오셔서 한결 수월하고 말벗도 되어 하루가 지루하지 않다지만 허리 보호대를 차고 계시는 아버지는 오랫동안 고통을 참고 있었다. 복전(福田)이신 양가 부모님들을 떠올렸다. 우리 곁에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날로 쇠약해지는 부모님들, ...
2022-01-27
알고 가면 새롭다
인생은 두렵고 고통의 연속이다. 하지만 미래를 알고 오늘을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2022년 새해가 밝았다.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다는 기대와 희망으로 작년의 잘잘못은 과감히 지워버리고 새로운 마음자세를 가지는 달이다. 매년 이 중요한 순간들을 맞이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은 평소에 하지 않던 행동 들을 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꼭 다이어트에 성공하겠다거나 건강을 위해 노력해 보겠다는 등의 새해 미션들을 구성한다. 나도 그중 한 사람에 속한다. 하지만 평상시에 하지 않던 것들을 갑자기 하니 당연히 부작용이 따른다. ‘작심삼일’ 기대에 부풀었던 마음은 어디가고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어 버린다. 매년 하는 새해 이벤트 같은 이 상황들은 늘 반복되지만 성공에 접근하기는 참으로 힘들다. 또다시 시간이 지나면서 엄습해오는 실패에 따르는 두려움들 그리고 나의 삶은 다람쥐 쳇바퀴 돌듯 다시 돌아간다. 그리고 나오는 한숨들 뭐가 문제인가를 돌아보지만 딱히 답을 찾기는 힘들어진다. 한 해를 시작하며...
2021-12-28
12월 길목에서···
세월의 흐름에 자연스레 거리의 나무도 옷 색깔을 바꾸고 더 추워지기 전에 아름다운 풍광을 한껏 뽐내며 저무는 계절에 또 한 장의 추억을 남기고 있다. l아침저녁으로 부는 찬바람에 낙엽 뒹구는 가을은 매번 무엇이 그리 바쁜지 서둘러 스쳐 지나갔지만, 올해 가을 끝자락은 조바심도 접은 채, 우리 곁에 좀 더 머물렀다 떠나는 듯하여 고즈넉하고 예쁜 가을 향기를 여유롭게 마음에 담을 수 있었다. 만남과 이별이 순환되는 계절을 자연스럽게 보내고 맞이하고··· 또 그렇게 가고 다시 오는 계절을 만나는 변화의 시점에서, 일상에서 잊어버렸던 소중한 기억들도 잠시 떠올릴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시간.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게 속삭이듯 다가섰던 봄은 싱그럽고 풋풋한 향기를 더해 주었고, 작열하는 태양의 열정은 젊은 청춘의 몫을 다하듯 푸른 잎들을 풍성하게 하여 시원함을 보내왔었다. 높고 푸른 하늘 아래 열매를 수확하던 가을은 고운 단풍으로 절정을 이루며 가을 끝자락을 조금 더 길게 내어준 여유로운...
2021-11-30
삶의 변수가 가져다주는 즐거움
영국인들이 인도를 식민지로 만들었던 시절에 일어난 일이다. 인도를 손에 넣고 사업이 안정되자, 여가를 즐기고 싶었던 영국인들은 콜카타 외곽에 ‘로열 콜카타’라는 인도 최초 골프장을 만들었다. 멋지고 아름다운 골프장은 완공되었지만, 원숭이들이라는 변수로 인해 영국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골프 경기를 할 수가 없었다. 사람들이 골프를 칠 때마다 원숭이들이 골프공에 엄청나게 관심을 보이며, 스스로 경기에 참여했다. 골퍼가 필드 안으로 공을 날려 보내면 나무에서 내려온 원숭이들이 재빨리 필드로 달려가 공을 집어 들고, 장난치다가 엉뚱한 곳에 던지고 달아나곤 하였다. 당연히 경기가 지연되거나 무효화 되고, 골퍼들 간에 다툼이 일어나는 일이 다반사였다.골프장 운영자들이 온갖 방법을 동원했지만, 영리한 원숭이들에게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원숭이들의 훼방에 골머리를 앓던 영국인들은 마침내 그 골프장에만 해당하는 특별한 규칙 한 가지를 만들었다. ‘원숭이가 공을 떨어뜨린 자리...
2021-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