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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들여다보는 경전 63-하루를 살다
이 세상 누구에게나 아주 평등하게 주어진 것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하루라는 시간입니다. 누구나 똑같이 1년이란 시간을 살았는데 지난 1년을 뒤돌아보면 아쉽기만 합니다. 허무하게 끝나버린 한 해를 반성하면서 새해에는 달라지겠다며 사람들은 일일생활계획표를 짜기도 합니다. 새해부터는 한 시간 일찍 일어나 새벽 시간을 알차게 활용해볼까? 퇴근 후에 외국어라도 배워볼까? 헬스클럽에 등록해서 근육을 키워볼까? 건강을 위해 금주와 금연을 과감하게 실천해볼까? 이런 생각들은 연말이면 어김없이 찾아옵니다. 요즘 ‘루틴(routine)’이라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이 오늘 같은 빤한 하루살이에 특별한 행동을 집어넣고 그것을 몸에 배이도록 꾸준하게 이어가는 것을 말합니다. 날마다 그 행위를 규칙적으로 반복하는 것을 가리켜 ‘데일리 루틴’이라고도 하는데, 사실 이 말은 ‘일과’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익숙한 ‘일과’라는 말보다...
2020-12-29
가만히 들여다보는 경전 62-집을 짓다
뜨거운 여름이 지나 서늘한 바람이 한 자락 불어오면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 <가을날>이 떠오릅니다. “주여!”라며, 저들이 세상만물을 창조했다 여기는 창조주를 소리 높여 부르면서 “때가 왔습니다.”라고 운을 뗍니다. 달콤한 열매를 맺어가는 여름은 위대했지만 그래도 풍요로운 수확을 위해 뜨거운 볕을 조금만 더 내려달라고 청하면서도 시인은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고, 지금 고독한 사람은 오래오래 고독할 것”이라고 노래합니다. 서둘러 집을 지어야 추운 겨울을 지낼 수 있을 텐데 왜 시인은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더 이상 집을 짓지 않는다’고 하는 걸까요? 가을을 찬미하는, 종교성 짙은 시에 ‘집’이 등장하는 것이 참 특이합니다. 아마 릴케는 집이란 인간이 추구하는 가장 세속적인 목표라는 뜻으로 여긴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가을은 세속의 온갖 수고로운 노동을 멈추는 계절이요, 겸손하게 자기 내면으로 침잠해야 할...
2020-11-30
가만히 들여다보는 경전 61-집을 짓다(1)
부처님께서 코살라국 사위성에 계실 때의 일입니다. 사위성에 80대 노인이 한 사람 살고 있었습니다. 이 노인은 아주 큰 부자였지요. 그런데 인색하고 욕심이 많았습니다. 재물을 쌓고 모으는 일에 열중할 뿐 그 밖의 일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고집불통이어서 누가 좋은 말을 해도 쉽게 마음이 열리지 않았고 저 혼자만 옳다고 여겼습니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것이 덧없다는 사실을 전혀 알아차리지도 못한 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이 노인의 취미는 집을 짓는 일이었습니다. 그 많은 재물로 집을 증축하고 인테리어에 공을 들였지요. 부처님이 그 노인을 만나러 가던 날도 노인은 한창 집을 짓던 중이었습니다. 앞에는 사랑채를, 뒤에는 별도의 건물을 지었고, 바람이 잘 통하도록 높게 다락을 만들었고, 방은 한기를 잘 막아서 따뜻함이 오래 유지되게 했습니다. 동서로 수십 칸의 행랑을 지어서 누가 보더라도 으리으리한 규모였습니다. 이제 집 공사도 마지...
2020-11-12
가만히 들여다보는 경전59-병들다(2)
병은 누구에게나 찾아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에게도, 스님들에게도, 재가신자들에게도…. 경전에는 극심한 병고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병문안을 가면 이렇게 묻습니다. “참을 만합니까? 견딜 수 있겠습니까? 그대의 괴로움이 줄어들기를 바랍니다. 아픔이 많이 줄어들고 더 이상 아프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병상에 누운 이들은 자신의 괴로움을 토로합니다. “아파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고통은 나날이 더 심해지기만 합니다. 얼마나 아픈가 하면, 마치 힘센 사람이 날카로운 칼끝으로 머리를 쪼개는 것처럼 거센 바람이 머리를 휘젓습니다. 그 아픔을 견딜 수가 없습니다. 힘센 사람이 단단한 허리띠로 머리를 조이는 것처럼 극도의 통증으로 머리가 아파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도축장에서 날카로운 칼로 가축의 배를 가르는 것처럼 거센 바람이 나의 배를 엄습합니다. 힘센 사람 둘에게 붙잡혀 뜨겁게 달아오른 숯불 구덩이에 지져지는 것처럼 지금 제...
2020-10-12
가만히 들여다보는 경전 58-병들다(1)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다-살아 있는 생명체가 피할 수 없는 네 가지 이치입니다. 이 네 가지 이치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새삼 거론할 그 무엇도 없습니다. 문제는, 이 네 가지가 존재를 너무나도 힘들게 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경전에서는 태어남은 괴로움이요, 늙음도 괴로움이요, 병듦도 괴로움이요, 죽음도 괴로움이라고 하여 생노병사라는 네 개의 단어 뒤에는 괴로울 고(苦)라는 글자가 꼭 따라붙습니다.그런데 병듦은 괴로움보다 더 사무친 느낌을 안겨주었으니 그게 바로 ‘아픔’이었습니다. 얼마 전, 사랑하는 사람을 병고로 급작스레 떠나보내면서 나를 사로잡은 말은 “아프다!”라는 그의 고백이었기 때문입니다.그는 이 말을 나지막하게 몇 번 했습니다. 부처님 가르침을 공부하면서 머리로는 그 이치를 이해했지만 병듦이라는 엄연한 현실 앞에 몸으로 그 이치를 체득한다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는 말도 제게 했습니다. ‘○○병’이라는, 병원에서 전문가가 내려준 병명의 무게는 그리 느껴지지...
2020-09-22
가만히 들여다보는 경전 57-설거지하다
카필라밧투의 왕자 싯다르타가 성을 나설 때 그에게는 소유물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왕자의 신분으로 입고 있던 옷도 사냥꾼의 옷과 바꿔 입었지요. 그 후에 보리수 아래에 앉기까지 싯다르타 태자, 아니 보살이 무엇인가를 지녔다는 기록은 경전에 없습니다. 깨달음을 이룬 뒤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몸을 보호하고 가려야 하니 옷은 당연히 입어야 할 테고, 입은 옷 한 벌 말고 지닌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이렇게 완벽한 무소유자인 부처님이 깨달은 직후 지닌 것이 딱 하나 있습니다. 바로 밥그릇이지요. 부처님이 되어서 처음으로 가진 물건이 밥그릇이라고 하니, 역시나 먹는 일은 살아가는 데에 가장 중요한 모양입니다. 수행자의 밥그릇을 ‘발우’라고 합니다. 그릇 발(鉢), 그릇 우(盂)의 발우는 산스크리트어로 빠뜨라(pātra) 빨리어로 빳따(patta)인데 아마 ‘발우’라는 한자어는 인도말을 소리 나는 대로 옮긴 낱말로 보입니다. 출가수...
2020-08-10
가만히 들여다보는 경전 56-먹다(3)
“슈라바스티에는 아주 훌륭한 분이 머물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스승으로 모시고 존경할 만한 분인가요?”슈라바스티(사위성)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살고 있는 아기닷타 바라문이 수닷타 장자에게 물었습니다. 아기닷타 바라문은 지혜로운데다 어마어마한 부자였습니다. 지혜도 갖추었고 재력도 갖추었으니 훌륭한 분에게 나아가 자주 법을 청해 듣고 그분에게 공양을 올리며 복을 짓는 일만 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습니다.마침 아기닷타 바라문에게 훌륭한 분이 근처에 와 계시다는 소문이 들렸고, 호기심이 일어난 그는 부처님의 신자로 유명한 수닷타(급고독) 장자를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물은 것입니다. 수닷타 장자는 아기닷타 바라문에게 이렇게 부처님을 소개했습니다.“이런, 아직 그 분에 대해서 잘 모르시나보군요. 석가족의 왕자였다가 집을 떠나 수행해서 깨달음을 이뤄 부처님이 되신 분입니다. 그 분은 일단 겉모습만 봐도 감탄이 절로 나올 만큼 맑고 깨끗하며 행동거지가 부드럽고도 점잖습니다. 그분이 깨...
2020-07-28
가만히 들여다보는 경전55-먹다(2)
코살라국과 마가다국 사이에 자리한 다끼나기리라는 고장의 한 마을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그곳에는 넓은 논밭을 경작하는 바라문 까씨 바라드와자가 살고 있었지요. 어느 날 이른 아침, 바라문은 밭농사를 지으러 모여든 농부들에게 음식을 나눠주고 있었습니다. 부처님도 빈 발우를 들고 그곳으로 가서 한쪽에 서 있었습니다. 한 사람씩 음식을 나눠주던 바라문 바라드와자가 부처님을 보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수행자여, 나는 밭을 갈고 씨를 뿌립니다. 밭을 갈고 씨를 뿌린 뒤에 먹습니다. 당신도 밭을 갈고 씨를 뿌리십시오. 그런 뒤에 음식을 먹어야 합니다.” 일하지 않은 자는 먹지도 말라는 뜻입니다. 생각해보면, 세상의 이치가 그렇습니다. 일을 한 사람에게 밥을 먹을 권리가 있지요. 그래서 모두들 그렇게 열심히 일을 하며 삽니다. 그런데 이른 아침, 빈 발우를 들고 탁발에 나선 부처님에게 이런 말을 했다는 것은 충격입니다. 빈 밥그릇...
2020-07-13
가만히 들여다보는 경전 54-먹다(1)
살면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은 무엇일까요? 먹는 일입니다. 먹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삼시세끼를 먹는다는 것이 곧 산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밥 수저를 내려놓는 행위는 이승의 삶을 다한다는 다른 표현이기도 하지요. 금강산도 식후경(食後景)이라고 합니다. 이따금 불교 강좌 시간에 우스갯소리삼아 이렇게 바꿔서 말하기도 합니다. “금강경도 식후경(食後經)”이라고요. 부처님 가르침의 정수가 담긴 금강경을 무엇에 비교할 수 있을까마는, 그래도 일단 밥부터 먹어 허기를 지운 뒤에 금강경을 읽어나가는 것이 우리들 보통 사람들에게는 순서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소중한 밥에 치우치다보면 오히려 건강을 해치게 된다는 것이 늘 문제입니다. 균형 잡힌 식단으로 규칙적으로 밥을 먹으면 문제가 없지만, 사람들은 늘 혀끝의 달콤함에 사로잡혀 편식을 하고, 과식을 합니다. 건강과 즐거움을 위해 먹은 밥이 오히려 건강에 치명적인...
2020-06-08
가만히 들여다보는 경전 53.-목욕하다(2)
절에서 만나는 불상은 아름답고 거룩합니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공을 들여 조성한 불상을 볼 때면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특히 부처님의 피부는 늘 매끄럽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32상 가운데 한 가지 항목으로, 위대한 성자의 신체적 특징 32가지 가운데 ‘피부가 매끄럽고 때가 끼지 않는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부처님의 신체적 특징을 나열하는 데에 굳이 피부에 때가 끼지 않고 매끄럽다는 것까지 넣을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이 역시 이유가 있습니다. 피부에 끼는 때는 번뇌를 상징합니다. 그리고 피부에 먼지나 때가 끼지 않고 매끄럽다는 것은 번뇌를 완전히 벗어버렸고 지혜롭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부처님은 세세생생 목욕을 아주 열심히 해오셨다는 말일까요? 맞습니다. 하지만 목욕탕이나 강에서의 목욕이 아닌, 지혜로 내면의 목욕을 쉬지 않고 해왔습니다. ‘디가 니까야’에 들어 있는 「위대한 사람의 특징에 관한 경(32상경)」에 따르면 부...
2020-05-25
52.가만히 들여다보는 경전-목욕하다(1)
씻는다는 행위는 사실 그리 특별하지 않습니다. 일상에서 늘 하는 동작입니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에게 씻는 일은 나름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씻는 일은 우리를 개운하게 해줍니다. 집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씻습니다. 집밖에서 묻혀온 온갖 먼지를 씻어냄은 물론이요, 사람들을 만나느라 마음에 쌓인 피로도 간단한 샤워로 말끔하게 씻겨나갑니다. 향긋한 목욕 비누가 있다면 금상첨화입니다. 너무 힘들 때면 우리는 이렇게 말합니다. “어찌나 피곤하던지 어제는 씻지도 않고 잠들었지 뭐야.” 씻지 않고는 잠자리에 들 수 없다는 불문율이라도 있는 걸까요? 아무튼 씻는다는 행위는 어느 사이 하루를 마감하는 거룩한 의식으로 자리했습니다. 저녁에 씻는 것이 거룩한 의식이라면 아침에 씻는 것은 활기찬 하루의 시작입니다. 잠에서 덜 깬 몸과 마음을 씻어야 맑은 정신으로 또 하루를 열심히 살아갈 테니까요. 씻는다는 행위는 몸의 더러움을 벗겨...
2020-05-12
51.가만히 들여다보는 경전-홀로 지내다
석가족 출신의 스님 메기야 존자는 아난다 존자 이전에 부처님의 시자였습니다. 어느 날 메기야 존자가 부처님에게 다가와서 작별인사를 올렸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어제 잔뚜가마 마을에서 탁발하고 돌아오는 길에 끼미깔라 강가를 따라 산책했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아름다운 망고나무 숲을 발견했습니다. 그 숲에 머무른다면 더할 수 없이 행복하고 즐거울 것 같았습니다. 이제 그 망고나무 숲으로 가서 저 홀로 수행에 매진하고 싶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수행하기에 딱 맞는 곳을 찾아냈고, 그곳에서 홀로 수행하려고 한다는 제자의 결심이 장해 보입니다. 그런데 부처님은 뜻밖의 대답을 하십니다. “메기야여, 조금만 있다가 갔으면 좋겠구나. 지금은 우리 둘밖에 없지 않은가. 다른 수행자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가려무나.” 얼핏 보면 부처님에게는 지금 시자인 메기야 존자 한 사람만 곁을 지키고 있으니 다른 제자가 와서 당신을...
2020-04-20
50.가만히 들여다보는 경전-술마시다(2)
불교에 입문하면 오계를 받습니다. 다섯 가지 계를 지킨다고 맹세함으로써 불자의 삶이 시작되는 것이지요. 이 오계 속에 불음주계가 들어 있습니다. 살생과 도둑질, 거짓말, 사음과 나란히 거론되는 ‘악행(?)’이 바로 음주입니다. 다섯 가지를 저지르지 않겠다고 맹세한 사람이 불자인데, 사실 수많은 불자들은 술 한 잔의 즐거움을 떨치지 못합니다. 그러다보니 이런 점들이 좀 헷갈립니다. 술! 마셔도 되는 걸까? 절대로 마시면 안 되는 걸까? “불자들은 술을 마시면 절대로 안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여러 경전에서 술의 폐해를 들고 있습니다. 술을 마시면 서른 가지가 넘는 폐해가 따르므로 절대로 마시지 말고, 팔지도 말라고 하는 경전구절을 자주 만납니다. 그런데 현실생활에서 술을 완전히 끊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술이 무슨 죄인가요? 술 마신 뒤의 행동이 문제인 것이지요. 경전에서 술 관련 이야...
2020-03-23
49.가만히 들여다보는 경전-술마시다(1)
아주 독실한 불자 한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그는 성품이 어질고 현명하며 오계를 받아서 계를 깨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지냈지요. 그런데 어느 날 이 남자는 지독한 목마름에 시달리다 문득 맑은 물이 담겨 있는 그릇을 보고는 홀랑 마셔버렸습니다. 마시고 난 뒤에 물이 아니라 술인 줄 알아차렸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어 버렸지요.문제는 이제부터입니다.술을 한 대접 들이켜고 나니 취해버렸고, 취한 남자는 이성을 잃고 말았습니다. 때마침 이웃집 닭이 이 남자 집으로 들어왔는데 남자는 대뜸 닭을 잡아서 먹어 치웠습니다. 이웃집 여인이 닭을 찾으러 왔다가 술 취한 남자에게 강제로 성추행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이웃은 즉시 관청에 이 일을 알렸고 남자는 끌려갔습니다. 그런데 남자는 아직 술이 깨지 않아서 자기가 한 일을 횡설수설 얼버무리고 심지어는 성추행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했습니다.술 한 대접을 마셔버린 이 남자가 저지른 일은 기가 막힙니다. 이웃집 닭을 허락 없이 잡았...
2020-03-06
47.가만히 들여다보는 경전-믿다(2)
두 친구가 있습니다. 그런데 한 친구가 늘 상대를 업신여겼지요. “자네는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일 거야.” 그러나 업신여김을 당한 친구는 이런 조롱을 그리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습니다. 이 사람은 늘 부처님 가르침을 듣는 즐거움으로 살아가고 있었는데, 수많은 법문 중에서도 ‘만족할 줄 아는 법(知足法)을 가장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자신을 업신여기는 친구에게 이런 노래를 불러주었지요. “세상에서 으뜸가는 이로움은 병이 없는 것이요, 세상에서 으뜸가는 재물은 만족할 줄 아는 것이요, 세상에서 으뜸가는 친구는 좋은 벗(선지식)이요, 세상에서 으뜸가는 즐거움은 열반이라네. 내 보물은 믿음이라서 아무도 빼앗아가지 않으니 믿으면 마음이 평화롭고 즐거우며어떤 근심, 걱정도 괴로움도 없다네.” 남자는 이렇게 노래를 불러주고 나서 자신을 업신여기는 친구에게 물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르면 만족할 줄 아는 것이...
2020-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