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기72(2018)년 7월 18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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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자존심이 있다고요
[2018-06-18 09:07]

자주 가는 산에 길고양이들이 많다. 갈 때마다 마주치니 익숙해져서 도망가기는커녕 오히려 모여든다. 처음 본 사람에게도 재롱떨며 먹을 걸 달라고 칭얼거린다. 사람들도 당연한 듯 챙겨 준다. 아무것도 가지고 오지 않는 날은 다음에 주겠다고 달래기도 한다.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를 대하는 것 같다.

한 녀석이 배가 불룩한 채로 어슬렁거리더니 한동안 보이지 않았다. 그의 새끼들인 모양이다. 언제 태어나 자랐는지 제법 똘망똘망하다. 어미는 보이지 않고 산 입구 길목에 올망졸망 모여 장난을 친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힐끔거리며 좀 봐달라는 눈치다. 한 녀석이 꼬리를 물고 늘어지니 옆의 녀석이 말리고 또 다른 녀석은 구경한다. 그러다 서로 엉켜 귀를 잡아당기고 도망가고 난리다. 덩치가 조금 커 보이는 점박이는 싸우는 녀석들의 머리를 번갈아 가며 톡톡 친다. 

시골집 집 마당에서 고만고만한 동네 꼬맹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아직 애기 티가 나는데 어미가 옆에 있으면 좋으련만. 그들 나름대로 규칙이 있겠지. 넋을 놓고 쳐다본다.

그 와중에 단잠에 빠진 녀석도 있다. 대낮에 웬 낮잠을 그리 자는지. 하기야 아직 어린 녀석이라 잠을 많이 자야겠지. 녀석을 깨운다. 잠이 가득한 눈으로 겨우 실눈을 뜬다. 단잠을 깨운 불청객이 못마땅하다는 듯 쳐다본다. 만사가 귀찮다는 둣 다시 누우려는데 일으켜 세우니 마지못해 앉는다. 잠시 멀뚱히 있더니 낯가림도 하지 않고 팔에 매달려 손가락을 잘근잘근 깨물다. 등산 가방의 끈을 물고 늘어진다. 줄 게 없다고 해도 놓지 않는다. 억지로 떼어 내니 착 달라붙어 얼굴을 파묻는다.

순찰 돌고 있던 관리소 직원이 다가온다. 안아주면 따라나선다며 데려가 키울 마음 없으면 안아주지 말라고 한다. 한 아주머니는 결국 어쩔 수 없이 한 마리를 데리고 갔단다. 한참 놀아주다가 일어서니 버스정류장까지 따라오는 바람에 내칠 수가 없었단다.

그 소리를 듣고 놀라 안고 있던 녀석을 털썩 내려놓았다. 안타깝기는 하지만 직접 거둔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따라오면 어떡하나. 겁이 나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내달렸다. 숨을 헐떡이며 버스정류장 가까이 와서 뒤를 돌아보았다. 혹시 쫓아오지 않나 해서. 그런데 웬걸. 녀석들이 고개를 쭉 빼고 쪼로니 앉아 내 꼴을 구경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이건 뭐지? 아양 떨며 매달릴 때는 언제고 저 표정은? 따라올까 봐 겁낸 마음과 무관심한 행동을 보니 섭섭한 이 마음은 또 무엇인지. 나도 나를 모르겠다. 마주친 눈을 어쩌지 못해 머쓱하게 쳐다보고 서 있었다. 녀석들의 속마음이 전해진다.

‘잘 놀다가 갑자기 왜 그렇게 달아나세요? 누가 무어라고 했나요? 천천히 가세요. 그래놓고 넘어져 다치면 우리 때문이라고 원망할 건가요? 그러게, 누가 달라고 했나. 값싼 동정은 왜 베풀어요. 비록 길고양이로 태어났지만 아무나 주인으로 섬기지 않아요. 우린 자존심도 없는 줄 아시는 모양인데 적어도 주인을 선택한다고요. 진짜 사랑과 가짜 사랑 정도는 구분할 줄 알아요. 길에서 이 눈치 저 눈치 보며 보낸 세월이 얼만데요.

당신이 몰라서 그렇지. 우리도 생각하는 건 당신과 별반 다르지 않아요. 잘난 척하지 말고 제대로 살아요. 그 위선을 봐주기가 껄끄럽네요. 누가 떡을 준다고 했나요? 김칫국부터 마시게. 어이가 없군요. 그러면서 처음 본 당신께 왜 아양을 떨었는지 궁금하지요. 친절해서 나쁠 건 없잖아요. 일종의 손님 대접이기도 하고요. 운 좋으면 맛있는 것도 얻어먹을 수 있으니 도랑 치고 가재 잡는 격이죠. 이런 곳에 살아도 기본은 지키며 산다고요. 당신 마음 읽었으니 염려 놓으세요. 다음에 우릴 만나면 어쩔 거예요? 보아하니 단골손님인 것 같은데. 그렇다고 너무 자책하지는 마시고 인사 정도는 하고 지내요. 잠시 뒹굴며 놀았다고 다 친구가 되는 건 아니잖아요.’

동물행동학자인 프란스 드발은 ‘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인간이 동물보다 우월하다고 믿던 요소들이 사실은 동물도 가지고 있는 특성이라고 한다. 인간은 동물이 얼마나 똑똑한지 알만큼 충분히 똑똑하지만 동물 각각의 상태를 이해해야 제대로 관찰해 낼 수 있단다. 버스가 시동 거는 소리를 핑계 삼아 돌아섰다. 뒤통수가 근질거리지만 자리에 앉아 앞만 본다.

백승분/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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