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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각대도 7
[2014-03-03 14:07]

이원사상 기반으로 재가불교 주창


무상사상과 함께 초기 종단 교학에 있어서 또 하나의 중요한 사상적 기반이 되었던 것은  재가불교사상이다. 이 재가불교사상은 바로 보살사상이며, 대승불교의 핵심적인 구성요소라는 것을 대승경전을 통하여 확인할 수 있다. 재가불교이자 보살불교를 가장 적극적으로 선양하는 경전이 바로 '유마경'이다. '유마경' 외에도 '승만경', '법화경' 등에서 적극적으로 재가불교를 선양하고 있으며, 이것은 육자진언이 최초로 등장하는 경전인 '대승장엄보왕경'의 법사사상과 함께 밀교경전인 '대일경'에 이르기까지 재가사상의 선양으로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대승불교는 그 역사의 처음부터 밀교경전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재가불교이자 보살불교를 계승하고 또 선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까닭에 회당대종사님께서는 이원시대의 새로운 불교이자, 개혁적인 불교의 모습으로서 재가불교이자 보살불교를 주창하셨고, 그 사상적인 기반을 '유마경'으로 하셨던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다. 종조님 당신께서 바로 이 시대의 유마거사임을 표방하신 것이요, 우리 진각종 스승님의 정체성은 유마와 같은 대승보살이라는 것을 천명하신 것이다. 지금 종단 스승님의 호칭인 정사(正師)도 이 유마거사의 거사(居士)를 정사(淨士) 또는 정사(正士)라고 번역하기도 하였기에, 그 발음은 빌려오되 한자는 달리하여 "일체 중생의 삿된 것을 바루는 스승"(대한불교진각종 보살회 헌법 제4장 제1조)이라는 의미로 사용하였다. 이 같은 호칭의 유래를 참고하여 보더라도 진각종 스승의 정체성이 어디에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출가(出家)의 정의에 대하여 '유마경'에서는 "보리심을 일으키면 이것이 바로 출가이며 구족이다"(제자품)라고 설하며, 불교인은 깨달음과 중생제도가 근본이며 이러한 근본을 실현하는데 승속의 차별이 전혀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 양무제(6세기) 당시에 이름을 떨친 거사인 부대사(傅大士)는 어록에서 "세간을 떠나 출세간에서 수행하는 것을 형(形)출가라 하고, 세간에 있으면서 출세간의 법을 닦는 것을 심(心)출가라고 하였다. 형출가는 출가한 스님을 말하는 것이고, 심출가는 재가자로서 여법하게 수행하는 이를 말한다"라고 하면서 "이 두 가지 출가는 수행해서 깨달음을 얻는 본질적인 입장에서는 아무런 차별도 없다"라고 설하고 있다.(부대사전록 제1권) 종조님께서도 종단의 스승님은 심출가자(心出家者)라고 언급하신 바 있다.

대종사께서 '불교의 정화에 대하여'라는 글에서 유마거사를 직접 언급하시며 재가불교로 분화하여 유마거사의 진리, 즉 부처님의 진리를 주로 세우는데 대하여 세 가지의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는 (출가종의)계율과 (재가종의)진리의 양자가 종교의 최고 가치를 상대적으로 가지고 있기 때문이며, 둘째는 하나의 교(敎) 안에서 이 둘을 세우자면 하나는 미약되고 부속되어져서 두 종지를 균등하게 최고도로 발전시킬 수 없기 때문이며, 셋째는 출가와 재가가 계율과 진리의 종지를 최고로 발전시키는데 계율과 진리가 상호 반영되어서 한편으로 기울어짐이 없이 평등하게 되어야 불교가 최고로 발전하고 장원한 문화를 보존하고 유지할 수 있으므로 그러하다는 것이다.(위덕대학교 간행 '회당논설집' 47쪽)

종조님께서는 또한 '현대불교는 출가와 재가로 분화되어야 한다'는 글에서 재가종단인 진각종을 창종하신 것은 불교가 민주시대에 맞는 교화방편을 펴서 대발전하기 위함이며 이를 위해서는 출가와 재가의 두 문을 열어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이에 대한 예로써 민주시대에 천주교에서 분화한 재가의 개신교를 들고 있다. 천주교의 신앙적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과정에서 개신교가 탄생한 것처럼 진각종 또한 출가종의 진리적 한계를 넘어서서 불교의 발전을 위하여 이원상대의 원리로서 재가의 종파로 분화함을 설하고 있다.

그렇다면 역사적으로 천주교에서 개신교가 분화될 때의 상황과 논리는 무엇인가를 잠깐 비교하여 살펴보기로 하자. 당시 천주교는 15세기에 일어난 르네상스의 영향을 받고 있었으며, 그 때의 교황은 천주교 성직자나 사제라기보다도 이탈리아 지배를 꿈꾸는 영주였다는 것이다. 또한 16세기 초에는 이탈리아 피렌체의 호사스런 메디치 가문 출신의 교황이 배출되어 규모와 아름다움에서 뛰어난 교회를 짓고자 엄청난 자금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에 교황의 환심을 사고자 하는 사제와 수도사들이 교회의 가르침과 일치하지 않는 방법으로 모금을 하였으며, 이 때 등장한 것이 죄를 면해주고 돈을 요구하는 면죄부라는 것이다. 교회의 가르침은 회개하는 사람만이 죄를 용서받을 수 있다고 했지만 이들은 이 가르침을 무시한 것이었다. 이에 대하여 독일의 수도사 루터는 교회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직권남용에 대하여 95개조의 반박문을 교회에 붙이고 면죄부 판매를 공개적으로 비난하였다고 한다.

가톨릭에 대한 종교개혁운동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루터는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고 한다.

"믿음 외에는 그 무엇도 필요하지 않다. 예배를 통하여 신자들에게 신의 은총을 나누어 준다고 하는 사제나 교회도 마찬가지이다. 신의 은총은 중재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로지 신의 은총에 대한 신자 개인의 확신과 믿음만이 구원을 가져올 수 있다.(중략) 그 누구도 다른 사람이 신의 은총을 얻도록 도와줄 수는 없다. 달리 말해 모든 신자는 그 스스로가 사제이다. 교회의 사제란 교사나 원조자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사제 역시 결혼도 하면서 다른 모든 사람처럼 살 수 있다. 신자는 교회의 가르침을 무조건 받아들여서는 안 되며 각자 성서를 열심히 읽어 신의 생각을 알아내야 한다. 성서에 나와 있는 것만이 타당하다."

이 같은 루터의 주장은 많은 이들의 호응을 불러일으켰고, 마침내 천주교와의 완전한 결별을 선언하고 개신교가 탄생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곰브리치 세계사, 270∼317쪽 참조)

이 같은 내용을 살펴볼 때 역사적 배경이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독신의 사제주의인 천주교에서 재가의 개신교가 분화한 그 내용적인 취지가 종조님께서 재가불교로서의 진각종이 탄생적 의의를 밝힌 부분과 상당히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개신교가 성서의 가르침에 입각한 진리위주의 종교이므로 사제(스님)의 중재 없이 오직 진리에 의해서 구원이 가능하며, 사제(성직자)는 교사나 원조자의 개념인 스승의 개념이며, 사제(성직자) 또한 결혼하여 다른 이들과 동일한 삶을 사는 재가자라는 것을 선언하고 있다. 루터가 주장한 개신교의 탄생적 의의와 진각종의 탄생적 의의는 위의 세 가지 측면에서는 거의 일치함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이렇게 탄생한 개신교는 당시의 여러 가지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비교적 단기간에 급속하게 성장하는 양상을 나타내었다. 우리 종단은 창종 이래로 오로지 자력으로 독자적인 성장을 해왔으며, 개신교와 같은 그 어떠한 정치적인 후원 없이 오직 종교 본연의 순수한 힘으로 성장해 왔다. 이런 까닭에 종단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출가종인 조계종의 위상에 비해서 진각종의 재가종으로서의 위상은 천주교와 개신교의 이원적 모습에 비하면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사상적인 측면에서는 진각종 창종을 통하여 불교가 출가종과 재가종으로 이원적으로 분화하는데 필요한 모든 사상적인 토대를 종조님께서 마련하고 제시하셨다고 할 수 있다. 언젠가 이 같은 흐름은 불교를 대표하는 양대산맥을 이루게 될 것이며, 그것은 진각종이 대발전하는 측면도 있지만, 서양에서 생겨나고 있는 재가불교운동의 다양한 모습들이 각각의 종파의 형태를 이루어 재가종이 출가종에 버금가는 위상을 가지는 쪽으로 발전을 이루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종단의 역사가 68년이라는 짧지 않은 역사를 가져왔지만 아직까지 진각종의 가르침은 사회 일반에 널리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우리 스스로 우리 것을 알리려는 더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못한 측면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한국불교의 거대종단인 조계종 일변도의 사고적 한계를 불자들 스스로가 극복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고 할 수 있다. 진각종과 같은 종단의 탄생적 의의와 그 가르침에 대하여 단 한 번도 불교계 일반에서 제대로 조명하려하지 않는 것은 불교계 내에도 조계종 위주의 힘의 논리가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이것은 우리 종단이 스스로 더 큰 종단으로 발전해 나가야만 종조님과 종조님의 가르침이 자연히 세상에 알려지고 조명되어질 것이라는 의미이다.

종조님의 가르침은 이 시대를 밝히는 위대한 진리이고, 불교를 대발전하게 할 가르침임이 틀림없다. 이 같은 종조님의 가르침이 우리 사회에 제대로 알려지게 되었을 때 종단은 대발전의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되기 위하여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다가올 미래에 대비하고 준비하여야 할 것이다.

 법경 정사/시복심인당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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