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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에서 배우고 깨닫는다 7
[2014-03-17 16:12]

붕어빵 장수에게 배운 행복-서원하는 삶


마른 풀 사이로 드문드문 여리고 파란 새싹이 보인다. 촉촉하게 비가 내리더니 말라있던 나뭇가지가 비로소 물기를 머금고 잎을 피워낼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겨울, 세상을 다 덮어버리기라도 할 듯이 기세 좋게 퍼붓던 눈도 녹아 내렸다. 봄이다.

저녁나절 운동 삼아 자주 다니는 길이 있다. 그 길목을 지키고 있던 붕어빵 수레가 며칠째 보이지 않는다. 천원을 건네면 다른 곳보다 팥소를 유독 듬뿍 넣은 붕어빵 네 개를 종이봉투에 담아 기분 좋은 미소와 함께 건네던 젊은 부부. 그 미소가 아름다워 지날 때마다 인사를 하곤 했는데…. 여느 붕어빵 수레보다 볼품 없이 낡고 초라했던 부부의 수레. 바람막이조차 변변치 않아 온몸을 꽁꽁 싸매고도 무에 그리 좋은지 웃고 재잘거리며 붕어빵을 굽던 뇌성마비 부부. 늘 그곳은 붐볐다. 학생들이 집에서 학원으로 가는 길목이기도 했지만, 부부의 넉넉한 마음씨와 꾸밈없고 아름다운 미소가 학생들을 끌어들인 것이 아닐까.

며칠 후, 길목에 제법 그럴 듯한 포장마차가 들어섰다. 포장 겉면엔 떡볶이, 순대, 어묵 등 학생들이 좋아할 만한 간식거리 메뉴가 적혀있다. 틈 사이로 슬쩍 들여다보니 붕어빵 부부였다. 반가운 마음에 포장을 헤치고 들어가 근황을 물었다. 온몸을 비틀면서 어렵게, 그러나 활짝 웃으며 말했다. 지난 겨울에 칼바람을 견디며 구워낸 붕어빵 장사가 그런대로 잘 되어 욕심을 좀 부렸단다. 임신한 아내가 좀 더 편하게 일을 하게 하고, 곧 태어날 아기를 위해 돈을 모아야 하기 때문에 내린 결단이란다. 장사가 잘 되어 지금보다 조금 더 넓은 셋방도 구했으면 좋겠단다. 가장 큰 꿈이 뭐냐고 했더니, 장애인학교를 세우는 것이란다. 그러면서 그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그저 꿈일 뿐 회의적이란다. 진실로 서원하면 꿈이 이루어질 것이란 내 말에 환한 미소로 보답했다. 연신 웃음을 잃지 않은 채 칼질을 하고 어린 손님들을 대접하는 부부를 보고 있노라니 내 입가에도 저절로 미소가 번진다. 교화를 하고 있는 내가 그들에게 교화를 받을 만큼.

동창 중에 주위로부터 부러움을 받으며 사회적으로 제법 큰 성공을 거둔 이가 있다. 가끔 만나지만 그가 웃는 모습을 보인 적은 거의 없다. 늘 얼굴은 찌푸려져 있고, 사람을 경계한다. 그가 맨손으로 부를 축적하는 동안 얼마나 많은 수모를 겪었으며, 얼마나 많이 사람에게 실망을 느껴왔을지 그 심정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당하지 않기 위해 사람을 경계하고 쌓은 곳간을 지키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으니 어찌 마음이 편할 수 있으며, 어찌 얼굴에 아름다운 미소를 떠올릴 수 있겠는가? 하지만 이제 놓을 때가 되었다. 이미 환갑의 나이 아닌가? 그도 행복해질 때가 되었다. 넌지시 종교를 가져 보라 했더니, 정색을 한다. 아마 그의 눈에는 내가 사람을 꼬드기어 헌금이나 강요하는 유사종교인쯤으로 보였나 보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오대서원'을 적어주고 서원 하는 삶을 살아보기를 권했다. 그는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가를 스스로 측정하는 행복지수(幸福指數)라는 용어가 있다. 국민총생산액(GNP), 국내총생산액(GDP) 등 자본수치만으로 한 나라의 삶의 질을 판단하는 지수에서 벗어나 스스로 자신의 삶의 질을 평가하는 수치이다. 그런데 매년 발표되는 결과에 따르면 덴마크,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뉴질랜드 등 서구권 국가와 더불어 부탄, 코스타리카 등 GNP와 GDP에서 중·하위에 속한 나라가 행복지수 상위권에 분포한다는 점이 특이하다. 잘 살펴보면 대체로 인간적인 사유를 하면서 생활할 수 있는 나라, 지독한 천민자본주의에 찌들어 있지 않고, 지금 이 순간 충분함을 느끼면서 탐욕에 물들지 않고 스스로 삶을 축하할 줄 아는 나라의 사람들이 사는 나라들이다. 경제적인 가치가 삶의 만족도에 크게 작용하지 않는다는 증거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회학 교수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우리가 복지국가라고 알고 있는 스칸디나비아 국가에 우울증을 앓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았단다. 교육, 의료, 양육을 보장해주고, 실업상태에 있는 국민들에게는 충분한 실업급여와 함께 적극적인 구직에 나서는 나라가 아니던가. 그런 낙원에서 우울증이라니, 게다가 자살률이 상상 외로 높은데다가 마약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그 나라의 현실에 교수는 깜짝 놀랐다고 한다. 고상하고 합리적이며 안정된, 그러나 스스로 행복하지 않다고 하는 스칸디나비아 국가의 사람들을 접하고, 교수는 과연 행복한 삶이란 것이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명제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봄비와 함께 꽃망울을 맺은 매화=보원심인당에서 덕일 정사


그런데 그가 여행했던 또 다른 나라 쿠바에서는 전혀 다른 경험을 했다고 한다. 가난해서, 외부와는 단절된 사회주의 국가여서 슬플 것 같았던 나라 쿠바 사람들의 활기에 찬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던 것이다. 소박한 거주지와 식사에도 만족해했고, 틈만 나면 허름한 악기를 연주하고 춤과 노래를 즐기는 모습과 스스로 불행하다고 할 여지를 주지 않는 긍정적인 삶의 태도가 그를 감동케 한 것이다.

다시 붕어빵 부부와 부자 친구의 삶을 통해 사람에게 행복이란 무엇일까를 헤아려본다. 탐욕이 인간의 삶의 질을 저하시키고 행불행을 결정한다는 결론에 닿는다. 부자 친구가 가지고 있는 탐욕은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추구하려 하는 특징을 가진다. 이미 충분한데도 더 많이 추구하면서 스스로 탐욕에 매몰되며 결국 그는 불행해져 있다. 스스로 탐욕의 노예가 되어 불행해질 뿐만 아니라 주위까지 불행하게 하니 그 친구의 삶은 결코 행복할 수 없으며, 그런 상태에서 그에게서 따뜻한 미소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붕어빵 장수 부부의 욕심은 노력과 합리적인 방법에 따라 가치 있는 것을 추구하려는 욕망이다. 열심히 일하고 검소하게 생활하되 남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는 소박하고도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욕망이다. 장애를 가진데 다가 가난하기까지 한 그들 부부에게 어찌 곤란이 없을까? 그러나 그들은 현재 자신의 삶에 만족하면서 세상을 원망하기는커녕 항상 감사하면서 열심히 일한다. 그들은 이미 행복하며 그래서 미소를 잃지 않는다. 게다가 그들은 개인적 욕망에 그치지 않고 장애인학교 설립이라는 서원까지 마음에 세워 두었다. 어찌 행복한 삶이 아닐 수 있겠는가? 
붕어빵 부부는 오늘도 미소라는 양념을 곁들여 어린 손님들을 행복하게 하고 있다. 이미 그들은 부처의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들 부부의 아기가 건강하게 태어나기를 서원한다. 부부의 포장마차 장사가 잘 되기를 서원한다. 그리하여 그들의 서원인 장애인학교가 그들의 손으로 이루어지기를 서원한다.

부자 친구에게서는 아직 피드백이 없다. 하지만 기대해본다. 그리하여 그가 하루 빨리 탐욕이라는 그물을 벗어 던지기를 서원한다. 추구하면 추구할수록 스스로 행복해지고, 다른 사람들까지 행복하게 만드는 서원의 열락을 맛볼 수 있기를 서원한다. 행복이란 쌓아두는 것이 아니라 나눔에서 나오는 것임을 인지하기를 서원한다.

중생가가 없는지라 제도하기 서원이며
복지가가 없는지라 모으기를 서원이며
법문가가 없는지라 깨치기를 서원이며
여래가가 없는지라 섬기기를 서원이며
보리위가 없는지라 증득하기 서원이라.

 보원심인당 주교 덕일 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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