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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각대도 8
[2014-04-01 09:58]

"중생 있는 곳에서 불국토 성취해야"


지난 시간에 이어서 대승불교시대 초기에 보살불교이자 재가불교의 가치를 선양한 '유마경'과 종조님 사상과의 관련성에 대하여 두 가지의 측면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하나는 '유마경'의 주인공 유마거사의 재가보살행에 관한 것이고, 또 하나는 종조님께서 '유마경'을 통해서 수용하신 불국토사상에 대한 것이다.

경에서 설하는 유마거사를 살펴보면 "유마거사는 비야리성의 장자로서 이름은 유마힐이었고, 일찍이 무량제불을 공양하여 선의 뿌리가 깊었으며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어서 변재가 걸림이 없었고 신통으로 유희하였다고 한다. 훌륭한 지혜바라밀로서 방편에 통달하여 대원(大願)을 성취하였으며 중생의 마음쓰는 바를 잘 알고 모든 근기의 날카롭고 둔함을 잘 분별하여 불도에 마음이 성숙해 있었으며, 대승의 길을 결정하여 부처님의 위의에 주하여 마음은 바다와 같았기에 모든 부처님께서 찬탄하였으며 부처님의 제자와 모든 천신들이 공경하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대승의 기치를 든 유마거사가 행한 재가보살행의 실천을 가능케 한 토대는 무엇인가? 그것은 경에 설하는 것처럼 무생법인을 얻은 것이다. 무생법인이란 모든 존재가 본래 생한 바 없다는 진리 즉 일체가 불생불멸하는 진여법성의 진리를 확실히 알고 그 진리에 머물러서 흔들리지 않는 진리를 얻었다는 것을 말한다. 그러하기에 부처와 중생이 다르지 않고, 생사와 열반이 다르지 않으며, 세간과 출세간이 다르지 않는 것이다.(이 무생법인의 진리가 '대일경'에 와서는 '아자본불생' 즉 아자를 통한 본불생의 이치를 체득하는 것으로 나타났음을 전편에서 밝혔다.) 이 무생법인의 진리를 '금강경'에서는 무상(無相)과 무주(無住)로 전개하고 있으며, 종단초기부터 육자심인과 함께 상 닦는 공부를 통하여 사상(四相)을 닦고 무상(無相)정신을 근본으로 하여 마음을 닦은 것은 유마거사가 무생법인의 진리에 통달하여 재가불교의 올바른 토대를 세운 취지와 다르지 않는 것이다. 이 무생법인의 진리를 얻은 반야의 힘에 의해서 보살이 재가의 삶 속에서도 윤회에 떨어지지 않으며, 반야를 섭수해서 윤회의 삶에 들어가기에 보살은 윤회에 결박되지도 않고 해탈로부터 벗어나지도 않는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것을 '유마경' 문수사리문질품에서 다음과 같이 설하고 있다. "방편을 여의고 윤회에 들어감은 결박이며, 방편을 섭수해서 윤회의 삶 속에 들어감은 보살의 해탈이다. 반야를 여의고 윤회 속에 들어감은 보살의 결박이며, 반야를 섭수해서 윤회의 삶 속에 들어감은 보살의 해탈이다. 보살은 방편과 반야의 구족을 원함으로써 무주처열반을 얻으며, 반야의 힘에 의해서 윤회에 떨어지지 않으며 방편의 힘에 의해서 열반에 떨어지지 않는다"라고 설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방편은 육바라밀로써 중생을 구제하는 것을 말하며, 이것은 올바른 대승보살행을 위해서는 무생법인의 반야의 진리를 닦지 않으면 오염되고 타락하여 윤회에 떨어져 범부중생을 면하기 어려우며, 방편의 육바라밀의 실천을 닦지 않으면 성문과 같은 열반에 떨어져 깨달음으로부터 멀어지게 되기에 반야와 방편을 함께 닦아야 한다는 것이다. 유마거사의 중생구제행인 육바라밀 방편의 실천을 설한 경의 내용을 보면 "훌륭한 방편으로 사람들을 제도하고자 비야리에 거주하되 재산이 한량없어서 가난한 이들을 거두며, 청정한 계율을 받들되 모든 계를 파한 이들을 섭수하고, 인욕으로써 행위를 다스리되 모든 성내고 분노한 이들을 섭수하며, 대정진으로써 모든 게으른 이들을 섭수하고, 일심(一心)의 선정으로써 모든 어지러운 생각들을 섭수하며, 결정된 지혜로써 모든 무지를 섭수하였다"라고 설하고 있다. 

또한 그는 재가인이면서도 출가인과 다르지 않는 청정성을 가지고 있었음을 경에서는 설하고 있다.  흰옷을 입은 재가인(在家人)이지만 항상 사문의 청정한 율행을 수지하고, 비록 집에 살지만 삼계에 집착하지 않으며, 처자가 있음을 보이지만 항상 범행(梵行)을 닦으며, 권속이 있음을 나타내지만 항상 원리함을 즐겼으며, 비록 보배로 장식한 옷을 입지만 상호를 장엄하였으며, 비록 음식을 먹지만 선(禪)의 기쁨으로써 맛을 삼았다. 아울러 유마거사의 모든 행은 중생구제의 행으로 귀결되었음을 밝히고 있다. "만약 도박하는 곳에 가더라도 오직 사람을 제도하고, 모든 이교도의 가르침을 받되 바른 믿음을 훼손하지 않았으며, 비록 세간의 학문에 밝았으나 항상 불법을 즐겼으며, 일체를 보고 모두 공경하여 가장 으뜸으로 공양하고, 바른 법을 닦고 수지하여 모든 나이 든 사람이나 젊은 사람들을 섭수하고, 일체의 살림을 고르게 하여 비록 세속적인 이익을 얻으나 기뻐하지 않았다. 모든 사거리에 노닐며 중생을 이롭게 하여 정법에 들게 하여 일체 중생을 구호하며, 강론하는 곳에 들어가서 대승으로 이끌며, 모든 학교에 들어가면 학생들을 이끌며, 창녀가 있는 곳에서는 애욕의 허망함을 보여주었으며, 모든 술집에 들어가되 능히 그 뜻을 세웠다."

이처럼 유마거사의 재가행이 모두 중생을 구제하는 일체의 방편과 실천으로 귀결되었음을 밝힌 바, 이에 영향을 입은 중국 선종의 육조인 혜능 스님은 '육조단경'에서 무상법문(無相法門)을 통하여 세간과 출세간의 공간적인 차별성을 타파하고, 승과 속에 차별이 없음을 설하였다. "만약에 선 수행을 하고자 하면 세속의 집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며, 절에서 선 수행한다고 깨닫는 것은 아니다. 절에 있으면서 마음을 닦지 않으면 극락세계 안에 악한 사람이 있는 것이나 같고, 집에 있으면서도 수행을 열심히 하면 이 곳 인간세상에서 불도(佛道)를 성취한 사람과 같다. 스스로 자기가 있는 곳에서 수선(修禪)하여 청정여여(淸淨如如)하면 바로 이곳이 극락세계가 아니겠는가?"라고 설하고 있다.

또한 부처님 진리를 수행함이 어느 곳에서나 가능한 이유에 대하여 육조혜능은 육조단경에서 '유마경'의 불국품을 인용하여 "불도의 성취란 자성(自性)으로부터 발현되어 나오는 것이며, 자신의 몸 밖에서 구해지는 것이 아니다. 자성이 미혹되어 있으면 부처를 중생이라 부르고, 자성이 깨어있을 때는 중생을 부처라 부른다. 미혹되어 있는 사람은 다른 부처를 찾아서 자신의 평안함을 구하려 하고, 깨어 있는 사람은 자신의 본래 청정한 마음에 계합된다. 그래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본래 청정한 마음과 계합되어 있으면, 자신이 있는 곳 그 자리가 바로 불국토'이다"라고 하였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유마경'의 유심정토(唯心淨土)사상을 설한 것이며, '유마경'에서는 "보적이여, 보살이 그 곧은 마음(直心)을 따라 실천하고, 실천함으로써 깊은 마음(深心)을 얻고, 그 깊은 마음을 따라 번뇌를 조복하고, 그리하여 부처님의 말씀처럼 행하며, 부처님의 말씀처럼 행함으로써 회향하고, 그 회향을 따라 방편이 있고, 방편을 따라 곧 능히 중생을 성취하고, 중생을 성취함으로써 불국토가 청정해지고, 불국토가 청정해짐에 따라 지혜가 청정해지고, 지혜가 청정해짐에 따라 그 마음이 청정해지고, 그 마음이 청정해짐에 따라 일체의 공적이 청정해지나니, 이런 까닭에 보적이여, 만약 보살이 정토를 얻고자 할진대 마땅히 그 마음을 청정히 할 것이니, 그 마음의 청정함에 의해 불국토도 청정해지는 것이다"라고 마음이 청정함으로써 불국토도 청정해짐을 설하여 유심정토사상을 밝히고 있다. 

다음으로 종조님의 불국토사상을 보면 '진각교전'의 '보살의 정토'(145쪽)에서 '유마경'을 수록하여 유심정토의 사상을 계승하고 있으며, '성불과 진호국가'(79쪽) 에서는 "진호국가의 실천은 즉신성불의 조건이 되며 과거 신라, 고려시대에도 진호국가를 실천하였으며, 이것이 진언밀교의 본지가 된다"라고 설하고 있다. 또한 '진각교전'의 서문인 '불교는 우리의 풍토성과 혈지성에 맞는 것'에서는 "우리 국토의 풍토성과 우리 민족의 혈지성에 맞는 불교를 선택 신앙하여 불국토를 이룩함으로써 단군성조의 홍익성지에 보답하는 동시에, 자손만대에 전해줄 수 있는 낙토를 건설함이 편자의 포부임과 동시에 우리 동포에 대한 간절한 희망입니다"라고 밝히며, 불교를 통하여 이 땅에 불국토를 건설하고자 하는 간절한 원을 밝히고 있다.

이 같은 종조님의 사상은 '유마경' 불국품에서 보살의 정토행에 대하여 설한 바를 계승하고 있다. 경에서는 "모든 중생의 무리가 바로 보살의 정토이다. 왜냐하면 보살은 중생을 교화하는 바에 따라서 불국토를 이루며 중생을 조복하는 바에 따라서 불국토를 이루며, 모든 중생이 어떤 국토에 따라서 보살의 근기를 일으키는가에 맞춰서 불국토를 이루느니라. 왜냐하면 보살이 정토를 취하는 까닭은 모든 중생의 이익을 위한 까닭이니 비유컨대 마치 어떤 사람이 공지(空地)에 궁실을 짓고자 하면 뜻대로 하여 장애가 없거니와 만약 허공에 짓고자 한다면 마침내 이룰 수 없는 것과 같은 것이다. 보살도 이와 같아서 중생을 성취하고 불국토를 원하고 취하나니 불국토를 원하고 취한다는 것은 헛된 것이 아니니라"라고 하여, 보살은 중생을 이익되게 하는 까닭으로 중생이 있는 곳에서 불국토 건설을 원하고 성취함을 밝히고 있다. (계속) 

 법경 정사 / 시복심인당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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