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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들여다보는 경전 14-말을 하다
붓다의 여섯 가지 대화법
[2018-04-16 09:31]

아바야라는 이름의 왕자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니간타 나타풋타가 이끄는 자이나교의 신자였습니다. 그런데 니간타 나타풋타에게는 고민이 하나 있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의 귀의가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사람들이 그가 아닌, 석가모니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삼보에 귀의했기 때문입니다. 신자들이 줄어든다는 것은 유명세가 약해진다는 뜻도 되지만 그들이 올리는 공양물의 질과 양도 달라진다는 말이 됩니다. 자기 앞으로 오던 칭송과 공양물이 석가모니 부처님 앞으로 향하자 그는 석가모니 부처님을 질투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해서라도 부처님의 위신을 깎아내려야 했지요.

니간타 나타풋타는 속으로 끙끙 앓다가 아바야 왕자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이런 제안을 했습니다.
“수행자 고타마를 만나러 가십시오. 가서 그와 논쟁을 벌이십시오.”
왕자는 난데없는 제안이 반갑지 않았습니다. 비록 자신이 모시는 스승은 아니지만 세상에는 그 분의 인품과 지혜에 대한 소문이 널리 퍼져 있었습니다. 섣불리 논쟁을 벌였다가는 오히려 논파당할 것이 빤하고, 심지어는 그 분을 깎아내리려 했다는 비난마저 살 것이 틀림없었습니다. 왕자가 머뭇거리자 니간타 나타풋타가 말했습니다.

“걱정 말고 그를 만나십시오. 내가 일러주는 대로만 말을 하면 됩니다. 분명 그대가 이길 것이니 그러면 그대가 저 수행자 고타마를 논파했다는 명성을 얻게 될 것입니다.”
내키지 않지만 마음으로 섬기던 스승이 채근하자 왕자가 말했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에게 어떤 말로 논쟁을 벌이면 되겠습니까?”
니간타 나타풋타가 일러주었습니다.
“수행자 고타마를 만나면 조금도 머뭇거리지 말고 이렇게 물으십시오. ‘당신처럼 깨달은 분도 다른 사람에게 거친 말을 합니까? 다른 사람들이 질색할 정도의 험한 말을 건네십니까?’
이 질문을 받은 고타마가 ‘나도 거친 말을 한다’라고 대답한다면, 그때는 이렇게 받아 치십시오. ‘그렇다면 깨달으신 분도 보통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군요.’라고 말이지요.
그런데 만일 고타마가 ‘여래는 다른 사람들에게 거친 말을 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듣기에 거북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말을 여래는 하지 않습니다’라고 대답한다면 그때는 또 이렇게 받아치십시오. ‘하지만 당신의 제자인 데바닷타에게는 왜 지옥에서 오랫동안 머물고, 잘못을 용서받을 길이 없다고 단언하셨습니까? 당신의 이 말을 듣고 데바닷타가 얼마나 화를 내고 불만을 터뜨린 줄 아십니까?’라고요.”

니간타 나타풋타가 노린 것은 부처님을 딜레마에 빠지게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이렇게 대답해도 저렇게 대답해도 자기모순에 빠져버리게 만들자는 속셈이었지요.
부처님은 사람들에게 언제나 말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사실을 사실대로 말하되 그 말에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담겨야 한다고 강조했지요. 이런 부처님이 사람들에게 거칠고 험한 말을 할 리가 없습니다. 어쩌면 부처님은 아바야왕자의 질문을 받으면 당연하다는 듯 “나는 절대로 거친 말을 하지 않는다”고 대답할 것입니다. 부처님이라면 상대가 불쾌하게 여길 거친 말을 하지 않는 법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분명히 부처님은 아주 강하게 부정의 대답을 하실 것입니다. 바로 이럴 때 얼른 되받아치라는 것입니다.

분명 데바닷타에게 지독하게 쓰린 과보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고, 그 말씀을 들은 데바닷타가 너무나도 불쾌하게 받아들였다는 점을 일러주라는 것입니다. 이 또한 사실입니다. 데바닷타는 그동안 부처님과 승단을 깨려고 옳지 않은 행위를 일삼았습니다. 심지어는 왕자를 꼬드겨서 왕위를 빼앗게까지 했습니다. 이런 데바닷타의 악업을 보고 부처님은 괴로운 과보를 받을 것이라 말씀하셨습니다. 행위자는 사정이야 어떻든간에 자신이 훗날 괴로움을 받게 되리라는 예언을 들으면 불쾌하게 마련입니다. 사람들에게 거친 말을 하지 않고 사람들이 불쾌하게 여길 말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고 부처님이 자신의 입으로 말을 했지만 실제로 부처님의 말을 불쾌하게 여기는 사람이 나온다면, 이것은 부처님이 한 입으로 두 말을 하는 것이요, 성자가 해서는 안 될 거짓말을 하는 셈입니다.

니간타 나타풋타는 이렇게 부처님이 자기모순에 빠지게 유도하려는 속셈입니다. 경전에서는 이런 딜레마에 빠진 것을 “두 개의 뿔이 달린 질문을 받고 긍정하지도 부정하지도 못한다”고 표현하며 “사람 목에 쇠고챙이가 걸렸는데 삼키지도 못하고 뱉지도 못하는 것”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존경하고 우러러 마지않는 부처님이 이런 지경에 처하면 한순간에 명망과 신심을 다 잃을 것이 빤합니다.
그렇게 하겠노라고 약속한 왕자는 부처님 계신 곳을 찾아가서 다음 날 자신의 집으로 공양초대를 합니다. 부처님은 상대의 마음도 모른 채 묵묵히 그의 공양청을 받아들입니다.
다음 날 아침, 왕자는 부처님에게 훌륭한 공양을 올린 뒤 낮은 자리를 가져와 앉았습니다. 자신의 스승이 일러준 대로 부처님을 논박하기 위한 토론을 벌이기 위해서입니다. 왕자는 이렇게 물었습니다.
“세존께서도 다른 사람에게 불쾌하고 그들 마음에 들지 않는 말씀을 하십니까?”
‘그렇다’라거나, ‘절대로 아니다’라는 대답을 기다렸던 왕자에게 부처님은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그런 물음에 일방적으로 대답할 수 없습니다.”

부처님의 대답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그리고 현명한 왕자는 알아차렸습니다. 논쟁을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자신이 졌음을 말이지요. 그는 전날 자기 스승과의 일을 그대로 부처님에게 고했습니다. 논쟁을 벌여 상대방을 굴복시켜서 승리를 얻고자 했던 니간타 나타풋타의 의도를 들은 부처님은 그에 대해 아무런 말씀을 하지 않았습니다.

때마침 왕자는 어린 아들을 무릎에 앉히고 있었는데, 부처님은 이렇게 물었습니다.
“왕자여, 만일 그 아이가 위험한 것을 삼키려 한다면 어찌하겠습니까?”
“무조건 빼내려들 것입니다. 아이가 아프다며 입을 꼭 다물어도 빼내야 합니다. 피가 나도 어쩔 수 없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물질을 삼킬 텐데 얼마나 괴롭겠습니까. 가여워서 견딜 수 없을 것입니다.”
부처님은 그 대답을 듣자 말씀하셨습니다.
“여래도 그렇습니다. 여래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가여워서 말을 건넵니다. 하지만 말을 할 때가 있고 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첫째, 여래는 어떤 말이 사실이 아니고 진실하지 않으며 사람들에게 유익하지 않은지 잘 압니다. 게다가 듣는 사람들이 불쾌하게 여길 말이라면, 여래는 그런 말을 하지 않습니다.
둘째, 여래는 어떤 말이 사실이고 진실하기는 하지만 사람들에게 유익하지 않은지 압니다. 게다가 듣는 사람들이 불쾌하게 여길 말이라면, 여래는 그런 말을 하지 않습니다.
셋째, 여래는 어떤 말이 사실이고 진실하며 사람들에게 유익한지 압니다. 하지만 듣는 사람들이 불쾌하게 여긴다면 여래는 그런 말을 해야 할 때는 고려해서 말합니다.
넷째, 여래는 어떤 말이 사실이 아니고 진실하지 않고 유익하지 않은지 압니다. 그런데 그 말이 듣는 사람들에게는 듣기 좋고 기분 좋게 여겨진다면, 그렇다 하더라도 여래는 그 말을 하지 않습니다.
다섯째, 여래는 어떤 말이 사실이고 진실하지만 사람들에게 유익하지 않은지 압니다. 그런데 그 말이 듣는 사람들에게는 듣기 좋고 기분 좋아질 수도 있다면, 그렇다 하더라도 여래는 그 말을 하지 않습니다.
여섯째, 여래는 어떤 말이 사실이고 진실하며 유익한지 압니다. 그리고 듣는 사람에게도 기분 좋고 마음에 들 만한 말임을 압니다. 그럴 때 여래는 말을 해야 할 때는 고려해서 그 말을 합니다.
여래는 세상을 가여워하기 때문에 말을 알고 말을 해야 할 때를 잘 아는 것입니다.”

초기경전인 맛지마 니까야에 실린 58번째 <아바야왕자 경> 내용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똑똑함을 드러내기 위해 논쟁을 벌입니다. 논쟁을 벌여 상대가 지고 자신이 이겼음을 확인하려 합니다. 세상의 논쟁은 이기기 위해, 그래서 이득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벌이는 다툼입니다. 하지만 부처님은 세상을 가엾게 여겨, 그 연민하는 마음에서 말을 하는 분입니다. 그런 분의 말씀이 거칠 수 없습니다. 거짓이거나 해로울 리 없습니다. 게다가 아무리 진실하고 사실이고 이익을 안겨주고 듣기 좋은 말이라 하더라도 해야 할 때와 침묵할 때를 아는 분이 부처님입니다.

세상을 뒤흔드는 말들. 부처님의 이 여섯 가지 대화법 원칙을 기억한다면 말 한 마디로도 세상을 위로하고 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을 가엾게 여겨 말을 한다는 부처님에게 아바야왕자가 귀의한 것은 새삼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이미령/불교방송 FM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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