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스럽고 영적인 삶을 완성하는 인생의 한 자락인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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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 https://www.milgyonews.net/news/detail.php?wr_id=38383작성 : 밀교신문

중년으로 접어들고 보니 죽음이라는 단어가 예전처럼 그냥 지나쳐지지는 않는다. 나를 비롯한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면 늙고 병들고 죽는 이 흐름을 벗어날 수가 없다. 인간의 삶에 있어 가장 근원적인 화두여서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정말 다 알고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긴다. 죽음은 태어남과 함께 존재하는 손등과 손바닥같이 떼어낼 수 없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죽음이 따라오는 태어남에는 기쁨과 환희를 느끼면서, 다양한 죽음의 사연을 만나면 아직도 슬픈 마음이 생긴다. 더욱이 최근에 접한 죽음의 사연들, 지인이 밤에 자는 중 심정지로 사망했는데 혼자 살고 있어 며칠이나 지나서 발견되었다. 그리고 아들의 대학 선배는 임관한 후 복무 중에 실족사로 세상을 떠났고, 연세에 비해 건강이 양호한 편이셨던 시어머님께서 갑자기 우리 곁을 떠나셨다.
어릴 때부터 몸이 허약했던 나는 늘 죽음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지도 못하면서 막연히 죽음을 생각했고, ‘죽음이 다가오면 죽으면 그만이지’라는 약간은 오만한 생각을 했다. 그런데 몇 년 전 정사님의 급성심근경색으로 인한 위급한 상황, 현재 나 자신의 병고, 이번 시어머님의 죽음을 겪으면서, 한 사람의 죽음을 직면하는 상황은 결코 죽는 자만의 문제가 아님을 알게 되었고, 내가 죽음에 대해 진정 나의 문제로 가져와서 고민하지 않았음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부처님은 생애 처음으로 접한 죽음을 보고 바로 본인의 죽음을 생각하시며 괴로워하셨고, 그 일이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이들의 문제임을 자각하면서 이를 해결하고자 이전까지와는 다른 삶을 사셨다. 그리하여 결국 죽음을 뛰어넘는 존재가 되어 모든 중생에게 본인의 죽음과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으로 인해 겪는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성스러운 가르침을 베풀어 주셨다. 그렇다면 나 또한 죽음과 관련된 괴로움을 해결하는 방법을 부처님과 종조님 가르침에서 찾고 실천하며, 죽음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성스럽고 영적인 삶을 구현하여야 할 것이다.
시어머님을 비롯한 인연 된 돌아가신 분들을 위하여 열반 49일 불공을 하며 ‘티베트 사자의 서’ 요약본을 읽고 있다. 그러면서 나와 가족들에게 다가올 죽음에 대해서도 연습하고 있다. 그리고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하려면 훌륭한 삶을 살아야 함을 진정으로 깨달으며 이를 실천하기 위한 질문을 나에게 던지고 있다. 내 인생에 죽음이 다가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많이 사랑했느냐고, 열심히 살았느냐고,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일이 없느냐고, 삶이 얼마나 아름다웠느냐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어떤 열매를 얼마만큼 맺었느냐고 물을 것이다. 그때 가벼운 마음으로 대답하기 위해 나는 지금 많은 이들을 사랑할 것이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맞이하고 있는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아갈 것이고, 얼른 대답하기 위해 사람들에게 상처 주는 말과 행동을 하지 말아야겠고, 기쁘게 대답하기 위해 삶의 날들을 아름답게 가꾸어 가야겠고, 자랑스럽게 대답하기 위해 마음 밭에 좋은 생각의 씨를 뿌려 고운 말과 바른 행동의 열매를 부지런히 키워야겠다.
아들은 선배의 죽음과 할머니의 죽음을 겪고 장기기증을 신청하고 싶다고 한다. 그것이 돌아가신 선배와 할머니에 대한 슬픔을 해결하는 방법이자, 자기의 죽음을 바라보는 방법인가 보다. 그래서 정사님도 나도 예전에 결심하고 실행하지 못한 장기기증을 함께 하려고 한다. 이렇게 실천하며 생사불이(生死不二)의 성스럽고 영적인 삶을 구현하고, 회향하는 불자가 되려 한다.
여원성 전수/부천심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