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보통의 하루, 그래서 더 특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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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 https://www.milgyonews.net/news/detail.php?wr_id=38606작성 : 밀교신문

‘삼사횡입황천기’라는 조선시대 고전소설에는 저승사자의 실수로 지옥에 끌려들어온 선비 세 명에게 염라대왕이 소원을 들어주는 내용이 나옵니다. 첫 번째 선비의 소원은 ‘과거시험에 급제하기’, 두 번째 선비의 소원은 ‘세상에 이름을 날리는 장군 되기’ 였습니다. 여기까지는 염라대왕이 흔쾌히 수락했지만, 마지막 선비의 소원인 ‘너무 가난하지도 부유하지도 않게 평범하게 살며 평범하게 생긴 아내를 맞이해 아들딸 낳고 평범하게 죽기’를 듣고는 염라대왕이 그런 게 있으면 내가 하겠다며 화를 버럭 냈다고 합니다. 이처럼 ‘평범하고 순탄하게 사는 것’은 이루기 어려운 것입니다. 그러므로 삶을 대하는 태도는 그 자체가 삶의 가치로 드러납니다. 우리들은 삶 속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을 사소하게 여기며 그 일이 지닌 소중한 의미를 놓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인생을 이루는 대부분은 바로 작은 일이며, 작은 일들이 쌓여 삶의 모습을 결정짓는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우리 인생에도 때로는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리 치명적이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동시에 우리 삶을 흔들거나 심지어 무너지게도 하면서 때로는 지탱하게 하는 주춧돌 같은 것이 있습니다. 그것이 도대체 무엇일까요? 그것은 다름 아닌 바로 ‘마음’ 입니다. 마음은 열린 가능성입니다. 내가 마음을 어떻게 먹고, 쓰느냐에 따라 마음먹은 일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게 됩니다. 마음에 따라 행복해 질 수도 있고, 불행해 질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진각성존께서는 이 가능성을 통해 행복의 의미를 조명하고 있습니다.
“마음이 항상 새로우면 어떠한 것이라도 항상 새로운 것을 맛볼 수 있는 것이다. 하염없이 밖의 변화를 구하면서 마음을 채우지 못하는 생활보다, 날로 새로 새로운 마음을 가져 평범함 속에 한없는 생활미를 발견함이 사람으로서 참으로 행복한 생활이다.”
내가 누구인지를 깨닫는 것은 인생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나의 긍정적 가능성을 인식하고, 나는 가치있는 존재라는 생각을 통해 우리는 건강한 인격을 갖고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 따라서 내가 얼마나 귀중한 존재인지를 자각해야 합니다. 불행이 찾아오면 그 불행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서도 안 됩니다. 불행이 찾아오면 의연히 맞서 싸워야합니다. 왜냐하면 <난 귀중한 존재이니 반드시 행복할거야> 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난 하찮은 사람이니 행복하지 못할거야> 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정반대의 삶을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는지 정진과 불공을 통해서 찾아야 합니다. 인간이라면 한 사람도 예외없이 모두 다 행복할 권리가 충분히 있는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부처님께서 <모든 존재에는 부처가 될 가능성이 내재되어 있다(일체중생 실유불성)> 라고 선언하신 것은 의미심장합니다.
진리는 특별한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모습을 띠고 있습니다. 불공에서도 일상적인 불공이 특별한 불공에 동참하는 것만큼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실제로는 일상적인 보통불공을 통해 실제적인 공덕과 복덕의 기반을 조성할 수 있습니다. 이런 태도를 견지했을 때 큰 변화를 도모할 수 있게 됩니다. 씨앗이 땅에 떨어져 발아를 위해 꿈틀거릴 때 소리를 지릅니까? 조용해 보이고 미동도 안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생명의 태동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신행의 성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신행은 어릴 적 읽었던 <잭과 콩나무>에서 잭이 우연히 얻게 된 콩나무 씨앗과 같은 것이 아닙니다. 하루밤 사이에 하늘을 뚫을 만큼 급성장을 하는 마법의 씨앗이 아닙니다. 따라서 늘 비슷비슷해 보이는 것이 정체된 상태라고 예단해서는 안될 일입니다. 꾸준하게 수행하고 또 하다보면 성냥에 불이 확하고 붙듯이 정진의 힘이 팍하고 튀면서 힘이 생기게 됩니다.
심인당에서의 신행생활도 늘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분명히 성장이 있습니다. 지금 아름드리 나무도 처음에는 작은 씨앗에서부터 시작한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을사년 새해에는 아주 보통의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삶의 평범한 가치를 놓치지 않았으면 합니다. 평범한 날들이 모여 우리의 삶을 더욱 의미있게 만든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삶에 대한 감사와 고마움이 자연스럽게 흘러넘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일상의 공덕이고, 일상의 복덕이고, 일상의 은혜이며, 일상의 염혜력이 아닐까요?
선법지 전수/유가심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