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사년에 나에게 던져진 무상의 가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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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 https://www.milgyonews.net/news/detail.php?wr_id=38725작성 : 밀교신문

을사년의 새해 첫날 친정아버지를 떠나보내며 ‘모든 것은 항상 하지 않고 인연 따라 변한다.’라는 무상의 가르침을 뼛속 깊이 다시금 새기게 되었다.
포항으로 인사발령을 받게 된 인연으로 오랜만에 친정 부모님과 친정 식구들과 함께 보내며 새해 가정 강도 불사도 하고 덕담도 나누며 단란한 시간을 보냈는데… 몇 시간 사이에 명을 달리하며 우리와는 함께 할 수 없는 다른 세상으로 가신 아버지는 “사람의 목숨이 한 호흡 사이에 달려 있다.”라고 하신 부처님의 말씀을 철저하게 체험하게 하였다.
이 몸도 가족도 재산도 명예도 다시 말하면 지금 내가 지니고 누리는 모든 것들은 영원히 함께할 수 없으며, 인연을 따라 잠시 내 곁에 존재했다가 인연이 다하면 떠나고 마는 것임을 알면서도 때때로 이를 잊고 조금씩 집착을 하면서 제대로 살아내지 못하고 있는 나에게 친정아버지는 죽음의 순간에 무상의 도리를 몸소 보여주시며 경종을 울려주셨다.
‘내일이 먼저 올지 내생이 먼저 올지 모른다.’라는 티베트 속담처럼 삶과 죽음의 경계가 너무나도 가깝다는 것을 확연하게 체험하게 한 을사년 새해 첫날의 가르침은, 가장 오래된 부처님 가르침이 담긴 경전인 『숫타니파타』의 제1품 「뱀의 품」의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 버리듯이’라는 부처님의 말씀을 떠올리게 하였다.
뱀이 자기의 몸을 옥죄이며 성장하지 못하게 가로막고 있는 묵은 허물을 아까워하지 않고 훌렁 벗어던지며 잘 살아가듯이, 나 또한 지난 시간 동안에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묵은 허물을 모두 탈탈 털어 정리하고 새롭고 희망차게 올 한 해 동안을 살아가야 한다고 강력하게 전달하여 주는 것 같았다.
뱀이 허물을 벗듯이 내가 정리해야 하는 묵은 허물을 생각해보면 ‘나는 나답게 주인공의 마음으로 여법하게 살려고 최선을 다하며 외부에 대해 원망하거나 탓한 것이 없는가?’ ‘ 다른 이를 섬기고 존중하고 사랑하는데 진심이었는가?’ ‘부처님 가르침과 종조님 가르침을 열심히 배우고 익히고 실천하면서 법의 바퀴가 잘 굴러가도록 하는데 성심을 다하고 있는가?’ ‘마음 밭에 좋은 생각의 씨를 뿌려 고운 말과 바른 행동의 열매를 부지런히 키워가고 있는가?’ 등이다.
친정아버지의 열반 49재 불공을 하면서 아버지가 내게 인연 지어 주신 이러한 질문에 대해 생각하면서 나 자신을 옥죄이는 마음의 짐과 걸림 등 부족한 부분들을 참회하고 마음 근육을 단련하여 따뜻한 말과 품격있는 행동을 잘 실천하려는 서원을 세우며 새해의 희망찬 다짐을 하여 본다.
어제 죽은 사람에게는 오늘을 살 수 있는 사람이 가장 부러운 존재라고들 한다.
그 소중한 하루가 허락된 나는 이 귀한 시간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매 순간을 최선을 다하여 최대한으로 살아가려고 수행 정진하고, 나와 가족들과 이웃과 일체중생들을 위해 불보살님들께 허물을 참회하면서 나와 남을 포함한 일체중생에게 기쁨을 주고 이익이 되는 삶을 살아갈 것이다. 매일매일 일상생활 속에서 몸으로 나와 남을 이익되게 하는 행동인 신밀을 하고, 입으로 진실하고 사랑스럽고 따뜻한 말인 구밀을 하고, 마음으로 지혜로운 생각인 의밀을 하게 되면 삼밀을 모두 갖춘 진실한 진각행자로서의 삶을 살게 되어 을사년 한해가 평안과 안락으로 가득 차게 될 것이며, 나에게 던져진 무상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동시에 열반에 드신 아버지를 위한 추선 추복이 될 것이다. 친정아버지의 이고득락 구경성불을 서원하며….
여원성 전수/보정심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