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두름의 비극, ‘조장’을 다시 생각하다
뉴스 원문 정보
원문 : https://www.milgyonews.net/news/detail.php?wr_id=39399작성 : 밀교신문
서울의 한 유치원에서 만 5세 아이가 피아노 발표회를 앞두고 심한 스트레스 증상을 보였다. 아이는 매일 3시간씩 피아노 연습을 강요받았고, 유치원 수업 후에는 영어, 수학, 과학 등 다양한 학원을 전전했다. 결국 아이는 밤에 악몽에 시달리고 식욕을 잃었으며, 소아정신과 진료까지 받게 되었다. 유치원생에게 이런 과도한 학습 부담을 지우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이는 ‘조장(助長)’의 현대적 비극이다.
조장의 사전전 의미는 바람직하지 않은 일를 더 심해지도록 부추킨다는 뜻이다. 이 단어는 맹자(孟子)에서 유래한 2자성어로, 송나라의 한 농부가 벼가 빨리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에 모든 벼를 위로 조금 당겨놓았다고 한다. 그러나 다음날 모든 벼는 말라 죽고 말았다. 이처럼 '조장'은 자연스러운 성장을 기다리지 못하고 서두르다 오히려 해를 끼치는 행위를 의미한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조장사회’라 할 수 있다. 아이들은 마치 강제로 뿌리가 들어올려진 벼와 같다.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을 존중받지 못하고, 더 빠르게, 더 높이 자라야 한다는 압박 속에 놓여 있다. 교육의 본질은 개인의 성장과 발전을 돕는 것이지만, 현실은 무한 경쟁 속 생존을 위한 전쟁터가 되어버렸다.
획일적 경쟁이 만연한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은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도록 강요받는다. 개인의 적성과 재능, 관심사는 무시된 채, 오직 입시라는 하나의 관문을 통과하기 위한 경주에 내몰린다. 학벌 위주 사회에서 명문대 입학은 마치 인생의 전부인 양 여겨지고, 그 과정에서 교육은 본연의 가치를 잃어버렸다.
입시 위주의 획일화된 교육은 아이들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억압한다. 정답 찾기에만 매몰된 교육은 생각하는 힘, 질문하는 힘을 키우지 못한다. 이런 환경 속에서 청소년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상위권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우리 아이들이 느끼는 압박과 좌절감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증거이다.
우리는 ‘조장’의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벼는 강제로 당겨서 자라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환경과 시간이 주어졌을 때 건강하게 성장한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이다. 각자의 속도와 방식으로 성장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이 필요하다.
희망은 있다. 최근 다양한 대안교육과 혁신학교의 등장, 자유학기제 시행 등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가 시도되고 있다. 일부 학교와 교사들은 성적보다 아이들의 행복과 전인적 성장에 가치를 두고 교육에 임하고 있다.
진정한 교육의 목표는 경쟁에서 승리하는 인재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인간을 키우는 것이다. 아이들이 자신만의 속도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기다림과 믿음의 자세가 필요하다. '조장'의 오류를 범하지 않고, 각자의 꽃을 피울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만들어 나갈 때, 우리 아이들은 비로소 행복한 미래를 꿈꿀 수 있을 것이다.
신용식/진선여중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