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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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 https://www.milgyonews.net/news/detail.php?wr_id=40235작성 : 밀교신문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왔습니다. 봄은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고 찾아오는 계절입니다. 그래서인지 봄꽃은 더 단단하고 더 아름답게 피어납니다.
계절은 늘 고개를 넘어 이어집니다. 겨울의 추위를 지나 봄의 따뜻함으로, 여름의 더위를 지나 가을의 선선함으로 이어집니다. 이처럼 자연은 추위와 더위라는 고비를 넘으며 다음 계절로 나아갑니다. 우리 인생도 다르지 않습니다. 살아가면서 수많은 고개를 마주하고, 때로는 그 한가운데 서 있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는 흔히 ‘아홉수’를 인생의 고비로 여겨 스스로를 돌아보며 조심하기도 합니다. 숫자 9가 한자리의 끝이라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직전의 불안정한 시기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숫자에 특별한 힘이 있기보다는 변화의 시기로 받아들이며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되는 것입니다.
교화를 하다보면 아홉수에 해당하는 해에 더욱 법을 세우며 정진하는 분을 보게 됩니다. 어떤 보살님들은 새해불공 때 대시를 하고 어떤 분들은 월초불공 회향일마다 건강, 원만한 인연을 서원했습니다. 미신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미연에 화를 막고자하는 마음으로 그 시기에 더 조심하고, 마음을 다잡으며 정진하기도 합니다.
인생에 있어 고개는 아홉수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언제, 어디서든 예고 없이 찾아옵니다. 그래서 우리는 늘 불안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고개를 어떻게 넘어야 할까요?
중요한 것은 피하는 것이 아니라 넘어가는 힘입니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마음을 다잡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한 걸음씩 고개를 넘을 수 있습니다.
수행의 길에서도 고비는 있기 마련입니다. 진각성존은 안락한데 이르는 공부 고개는 있다고 하시면서 용맹정진으로써 고개를 넘어가야만 평탄한 길을 얻어 안락한데 이르게 된다고 하셨습니다. ‘한 자성 공부에는 사 일 고개가 있고, 삼칠 공부에는 열하루 고개, 칠칠 공부에는 이십오 일 고개가 있고, 백일 불공에는 육순 고개가 있고, 평생 공부에 4년 고개가 있다(실행론 4-5-4)’고 했습니다. 또 ‘고개를 알면 고가 적고 모르면 고가 많다. 고개를 이기고 넘기지 못하면 점점 더 큰 고개가 온다’고 했습니다.
불공 고개는 전체 기간의 절반 전후에 나타납니다. 처음에는 의욕이 앞서지만, 시간이 지나면 마음이 흐트러지고, ‘왜 이 길을 가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바로 그때가 하나의 고개입니다. 이 고개를 넘지 못하면 다시 더 큰 고개가 찾아오지만, 그 마음을 알아차리고 정진하면 고개는 자연히 낮아집니다.
우리 인생도 이와 같습니다. 언제 어떤 고개가 올지 알 수는 없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마주하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두려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담담히 받아들이고 한 걸음 내딛는 일입니다. 자신의 마음을 바로 세우고 한 걸음을 내디딜 때 우리는 이미 고개를 넘고 있는 것입니다.
밀엄심인당도 고양으로 이사 온 뒤 7년이라는 시간을 지나며 고개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아픈 분들이 늘어나 신교도들이 서로의 업장을 녹이고 건강 회복을 서원하는 마음으로 자성일 불사 후 염송 정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고개의 시간을 정진과 위로로 함께 견디며, 다시 밝고 평온한 날들이 찾아오기를 서원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각자의 자리에서 고개를 넘고 있는 분들이 계실 것입니다. 부디 그 길 위에서 멈추지 않기를 바랍니다.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어느새 고개를 넘어 꽃이 피어 있는 자리에 서게 될 것입니다. 그 꽃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 마음 안에 피어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보원정 전수/밀엄심인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