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를 줍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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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 https://www.milgyonews.net/news/detail.php?wr_id=40653작성 : 밀교신문
인스타그램에서 낯선 영상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배수로 덮개를 들어올리자 담배꽁초 무더기가 끝없이 펼쳐졌고, 보기만 해도 인상이 찌푸려지는 그 쓰레기들을 사람들이 열심히 치우는 장면이었다.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악취가 느껴질 것 같았고, 어쩌다 저렇게 많은 담배꽁초가 버려졌을까 하는 궁금증에 나도 모르게 끝까지 보게 됐다. 집게와 빗자루로 쉼 없이 꽁초를 줍고 쓸어내자 어느새 지저분했던 자리가 말끔하게 변해 있었고, 수북이 쌓인 쓰레기봉투 앞에서 사람들이 구호를 외치며 영상이 마무리됐다.
그 영상을 보고 나서 청소하는 사람들이 궁금해져 다른 영상들을 찾아보았다. 장소만 바뀔 뿐, 하는 일은 똑같았다. 길바닥에 버려진 담배꽁초와 쓰레기를 줍는 것이었다.
청소를 이끄는 인플루언서 ‘청소하는 사람(1trash 1follow)’은 환경운동가도, 사회활동가도 아닌 평범한 직장인이다. 취미로 영상 편집을 공부하던 중 길거리 쓰레기가 눈에 밟혔고, 그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환경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혼자 쓰레기를 주웠지만, 줍는 속도보다 버려지는 속도가 훨씬 빨라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었다. 그래서 생각을 바꿨다. 팔로워가 1명 늘 때마다 쓰레기 1개를 줍겠다는 아이디어를 내어, 팔로우하는 것만으로 쓰레기를 줍는 느낌을 주며 자연스럽게 동참을 이끌어냈다. 계정을 개설한 지 2주 만에 10만 명, 채 1년이 되지 않아 34만 명이 팔로우했다.
쓰레기를 줍기 시작하면서 그는 담배꽁초로 인한 침수 문제에도 주목했다. 침수 대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담배꽁초가 특히 많이 버려지는 강남역, 신림역 등 지하철역 일대에서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배수구를 직접 청소했다. 청소를 마치며 사람들은 "시대가 어느 때인데 누가 아직도 쓰레기를 바닥에 버리나"라고 외쳤다.
‘쓰레기를 줍는 것보다 버리는 것이 불편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 진짜 목적’이라는 인터뷰 내용을 보고 나는 참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바로 팔로우했다. 어느 지역을 청소하겠다고 공지하면 일시와 장소를 미리 알리고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 직접 함께하지 못하더라도 응원 댓글을 다는 이들이 많고,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청소를 실천하겠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생각해 보면 쓰레기는 어느 한 지역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서 있는 곳, 내가 다니는 길에도 쓰레기는 반드시 있다.
심인당 주변은 평소에도 꾸준히 청소해 깨끗하게 유지하고 있었지만, 그 영상을 본 뒤로는 좀 더 넓은 범위로 나서게 됐다. 집게를 들고 큰 도로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을 중심으로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다.
길가에 버려진 담배꽁초, 풀숲 사이에 숨겨진 쓰레기를 줍다 보니 거리가 이토록 더러웠구나 하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보물찾기하듯 쓰레기를 찾아 줍다 보면 어느새 봉투는 가득 차 있고, 내가 지나간 자리가한결 깨끗해져 있는 것에 뿌듯함을 느꼈다.
그러다 어느 날, 같은 쓰레기를 두고도 달리 반응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곳곳에 흩어진 작은 쓰레기는 자연스럽게 집어넣었다. 그런데 전봇대 아래 수북이 쌓인 쓰레기 더미 앞에서는 선뜻 치울 엄두가 나지 않았다. 배수구 속 오물과 뒤섞인 악취 나는 쓰레기도 아닌데, 50리터는 족히 넘을 그 양 앞에서 스스로 외면하고 있었다.
한 사람의 선한 영향력으로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쓰레기를 줍고 있을 것이다. 분별하는 마음을 낸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쓰레기 더미가 더 커지기 전에, 오늘은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깨끗이 치우고 와야겠다. 그리고 버리는 것이 불편한 세상을 만드는 일에 꾸준히 실천하는 스승이 되기를 다짐해 본다.
보원정 전수/밀엄심인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