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든 건 AI, 저작권은 누구에게
뉴스 원문 정보
원문 : https://www.milgyonews.net/news/detail.php?wr_id=40656작성 : 밀교신문

2025년 9월, AI 개발사 앤트로픽(Anthropic)이 15억 달러, 한화로 약 2조 원에 달하는 합의금을 지불했다. 수백만 권의 해적판 도서를 AI 학습에 사용한 혐의였다. 같은 해 워너뮤직은 AI 음악 생성 서비스 수노(Suno)와 소송 끝에 합의했고, 유니버설뮤직은 유디오(Udio)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디즈니와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이미지 생성 AI 미드저니(Midjourney)를 저작권 침해로 고소했다. 뉴욕타임스는 오픈AI를 상대로, 게티이미지는 스태빌리티AI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2026년 현재 전 세계적으로 AI 기업을 상대로 제기된 저작권 소송은 70건을 넘어섰다.
쏟아지는 소송전의 본질은 결국 '소유권'이다. 타인의 창작물을 거름 삼아 만들어진 AI의 결과물을 과연 누구의 것으로 인정할 것인가.
1. 학습은 도둑질인가, 공정 이용인가
가장 먼저 살펴볼 쟁점은 ‘데이터의 출처’다. AI는 인터넷에 공개된 텍스트, 이미지, 음악, 코드를 대규모로 수집해 학습한다. AI 기업들은 이것이 인간이 책을 읽고 배우는 것과 본질적으로 같다고 주장한다. 반면 창작자들은 자신의 작품이 허락 없이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되었다고 반발한다.
미국 저작권청은 2025년 보고서에서 AI 학습이 '공정 이용(Fair Use)'에 무조건 해당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원의 판단도 엇갈린다. 2025년 세 개의 연방법원이 서로 다른 판결을 내렸고, 2026년 여름 소니뮤직의 소송에서 나올 항소법원 판결이 중요한 선례가 될 전망이다.
음악 업계는 소송과 협상을 병행하며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워너와 유니버설은 AI 기업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 아티스트가 자신의 음악이 학습에 사용되는 것을 직접 허락하거나 거부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했다.
2. AI가 만든 것은 누구의 저작물인가
다음으로 부딪히는 문제는 AI가 생성한 결과물의 저작권 인정 여부다. 2026년 3월, 미국 대법원은 AI가 단독으로 만든 작품에 저작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하급심 판결을 확정했다. “인간의 창작이 저작권의 근본 요건”이라는 원칙이 다시한번 확인된 것이다.
다만 이 판결이 AI를 활용한 모든 창작물의 저작권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이 AI를 도구로 활용하되, 창작 과정에서 충분한 수준의 창의적 통제를 행사했다면 저작권이 인정될 수 있다. 문제는 그 ‘충분한 수준’의 경계가 어디인지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프롬프트만 입력한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저작권청의 입장이지만, AI와 인간의 협업이 점점 정교해지면서 그 선을 긋는 일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3. 한국은 어디까지 왔는가
한국에서도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24년 12월 국회를 통과한 ‘인공지능기본법’이 2026년 1월 22일부터 시행되었다. 이 법은 AI 시스템의 투명성과 안전성 확보 의무를 규정하고 있으며, EU보다 실질적으로 먼저 AI 규제를 전면 적용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저작권 분야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2026년 2월 ‘생성형 AI의 저작물 학습에 대한 공정이용 안내서’를 발간했다. 유권해석은 아니지만, AI 학습 데이터 수집이 저작권법상 공정 이용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4가지 기준과 구체적 사례를 제시한 최초의 실무 지침이다. 한편 국회에서는 비상업적·공익적 목적의 정보 분석을 위한 저작물 복제·전송을 허용하는 법안이 발의된 상태이며, 지상파 3사가 네이버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는 등 언론 영역에서도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다.
4. 플랫폼의 선택, 창작자의 미래
각 플랫폼은 서로 다른 답을 내놓고 있다. 음악 플랫폼 밴드캠프는 2026년 1월 AI 생성 음악을 전면 금지했다. “팬들이 밴드캠프에서 발견하는 음악이 인간이 만든 것이라는 확신을 줘야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반면 스포티파이는 AI 음악을 허용하되 무허가 음성 복제와 스팸을 단속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 사이 디저(Deezer)에는 매일 5만 개의 AI 생성 트랙이 업로드되고 있으며, 이는 신규 음악의 34%에 달한다.
영상 플랫폼에서는 더 현실적인 접근이 나타났다. 유튜브는 2026년 5월 AI 생성 콘텐츠에 대한 자동 감지 기능을 도입했다. 크리에이터가 AI 사용을 밝히지 않더라도 시스템이 감지하면 자동으로 라벨을 부착한다. 금지가 아니라 투명성을 선택한 것이다.
문학계에서는 경계가 더 모호해지고 있다. 일본의 아쿠타가와상 수상 작가 구단 리에는 수상 당시 “5%는 AI가 쓴 문장을 그대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후 한 잡지사의 의뢰로 비율을 뒤집어 95%를 AI가 쓴 실험 소설을 발표했다. 작가와 AI 사이의 대화록은 소설 분량의 다섯 배에 달했고, 그 안에는 AI의 능력을 믿고 싶지만 믿을 수 없는 작가의 초조함과 실망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결국 “창의적인 일만 살아남는다”는 흔한 조언은 수정이 필요해 보인다. AI가 전형적인 창작물을 빠르게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된 시대에, 진짜 가치를 갖는 것은 ‘창의성’ 그 자체라기보다 경험에서 비롯된 고유한 관점, 무엇을 만들지 결정하는 안목, 그리고 AI의 출력물에서 의미 있는 것을 골라내는 편집 능력일 수 있다. AI는 수천 곡의 음악을 생성할 수 있지만, 왜 이 곡이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김민지/데이터엔지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