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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편집부   
입력 : 2010-08-07  | 수정 : 2010-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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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통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가운데 직장인들의 휴가가 시작되었다. 칠월 말부터 팔월 초까지가 가장 더운 시기라서 이 기간에 휴가를 정하는 기업들이 많다. 그러나 회사마다 최소한의 직원들이 남아서 휴가 후 업무에 복귀할 동료들을 위하여 기기를 점검하거나 사무실 정리에 비지땀을 흘리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은 공단이 들어선 곳이라 휴가철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외지로 휴가를 떠나간다. 그래서 휴가기간 동안 도심은 잠시 동공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북적대던 도로가 한산해지고 거리엔 눈에 띨 정도로 오가는 사람들이 적어진다.

상가도 장사를 포기하고 문을 닫거나 문을 열어도 손님을 기대하지 않는다. 여름휴가철이면 나타나는 현상이기에 상인들도 그러려니 하며 자포자기하고 만다. 휴가(休暇)는 한자풀이 대로 쉴 틈이라는 뜻이다. 정신적이든 육체적이든 노동에 시달린 몸과 마음을 잠시 쉬게 하자는 의미에서 휴가를 만들었겠지만 실상은 그러하지 못하다.

썰물처럼 도시를 빠져나간 사람들은 몇 시간씩 자동차를 운전하며 바다로 계곡으로 떠나간다. 도로는 병목현상으로 막히고 주차공간이 부족한 피서지와 바가지요금 등은 이직도 우리사회가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강변을 따라 군락을 이룬 송림 아래 발 디딜 틈 없이 들어서서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 돼지고기 굽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여기저기 벌어진 술판을 본다. 강이나 나무도 휴식이 필요하다. 등산로에 휴식년제도가 있듯이 산과 강도 쉴 틈이 필요한 것이다 고기 굽는 냄새나 기름찌꺼기를 나무나 강이 좋아할 일 없겠다.

휴가기간에 누군들 일하고 싶어하겠나만 도시기능이 상실할 정도로 인구 이동이 심한 휴가를 일정시기에 집중시키지 말고 본인이 필요한 시기를 선택하면 어떨까?

비지땀 흘려가며 떠나는 여름휴가, 휴가는 고생이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현실에서 진정 자연의 일부분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할 쉴 틈은 무엇인가 의문을 던져본다.                                                                 임윤/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