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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불교대학 교수: 기자회견 전문(2001. 03. 21)

기자회견장   
입력 : 2001-04-09  | 수정 : 2001-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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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립학교 관리위원회 주최의 최근 세미나에 대한 동국대 불교대학 교수의 입장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을 중심으로 본 한국 불교학의 진단과 전망"이라는 세미나가 개최되기 이전에 언론에 유포된 주제 발표의 요지와 어제(2001년 3월 20일) 발표된 주제의 전문을 보면서, 우리는 법구경의 말씀을 먼저 실감으로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옛날부터 사람들은 서로 헐뜯는다. 말이 많아도 비방 받고, 말이 없어도 비방 받고, 말이 적어도 비방 받으니, 세상에는 비방 받지 않는 사람이 없다. 비방만 받는 사람도 칭찬만 받는 사람도 없었고, 없고, 또 없을 것이다. 칭찬도 비방도 속절없으니, 모두가 제 이름과 이익을 위한 것일 뿐." 누구라도 비판자가 미흡하다고 판단한 것들만을 들추어내는 비판의 대상이 된다면, 비난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이 점에서 우리도 세미나 주최측의 비난과 폄하로 부터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실증되지 않은 자료와 발표자의 학문적 취향을 준거로 삼고 사실을 교묘하게 왜곡하여 작성한 주제 발표문을 주요 언론에 미리 유포함으로써, 우리의 인격 훼손에 그치지 않고 종립 학교인 동국대학교는 물론이고 불교계 전체의 위상이 실추된 결과에 직면한 우리는, 바 미얀 석굴이 파괴되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 것과 같은 참담한 심정을 가눌 수 없습니다. 그간 우리는 종단 차원의 실질적인 후원과 원조가 매우 열악한 실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발전적 변화만을 촉구하는 교계 언론의 따가운 질책을 모두 떠안아 감내하면서, 그것에 부응하는 방안을 모색해 왔고, 지금도 다방면으로 모색하고 있습니다. 불교계에서 우리에게 쏟아진 요구와 기대는, 상아탑에 안주하지 말고 전법의 실천에 앞장서야 한다는 것과 상아탑에 파묻혀 오로지 연구에 매진함으로써 불교학을 더욱 계발하고 발전시키라는 것이었습니다. 불교인으로서의 우리는 전자에 충실해야 하고, 학자로서의 우리는 후자에 충실해야 하므로, 동시에 충족시키기 어려운 그 같은 요구와 기대는 우리를 항상 곤혹스럽게 해 왔습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극히 열악한 불교계의 교육과 연구의 환경에 비추어 보면, 우리가 스스로 추구하는 연구 수준에는 미흡할지언정 "학자들 게을러 연구 저조"(동아일보, 3월 16일자)라고 매도당할 만큼 연구에 소홀히 했던 것은 아닙니다. 동국대학교가 평가 기준을 갈수록 강화하여 시행하고 있는 교수 업적 평가는 불교대학 교수들의 연구 업적이 교내의 다른 대학 교수들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종립 대학만도 70여 개 이상이 되고 불교 학자만 3,000여 명에 이르는 일본 불교계의 현실, 20명 안팎의 우리가 연구 이외의 요구와 기대에도 부응해야 하는 한국 불교계의 특수한 현실을 세미나 주최측이 모르고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환경과 입장이 다른 외국의 대학 또는 국내의 일반 대학을 준거로 삼아, 우리에게 각성과 의욕을 고취하기보다는 모멸감과 허탈감을 강요하는 그 같은 비판은 무엇을 위한 것인지 의아해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우리에게 미치는 멸시가 아니라, 결국 불교계 전체에 미칠 멸시입니다. 세미나의 주제 발표에서 주장하는 내용은 동국대학교 불교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라 오늘날 한국의 거의 모든 대학이 대동소이하게 직면하고 있는 전반적인 문제라는 것을 교육 관계자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습니다. 이 현실을 우리에게 적용하여 일방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분발을 촉구하는 선의의 발로일 것이라고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교도라도 이렇게 매도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항변을 자제하면서, 이번 세미나를 학자로서의 각오를 새롭게 다지고 불교대학의 발전 방향을 재정립하는 계기로 삼을 것입니다. 세미나에서 지적한 문제점들은 우리도 이미 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이것들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세미나에서 표방한 고언을 참고로 하여 불교학의 발전에 주력할 것입니다. 이와 아울러 우리는 주제 발표에 대한 논평으로써 논의가 이루어지기도 전에, 발표자들도 잘못 전달된 것이라고 시인하는 보도로써, 동국대학교 불교대학과 불교계의 위상을 크게 훼손한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는 깊은 유감을 표명하는 바입니다. 학자의 연구 업적은 짧은 기간에 양산될 수는 없으며, 오랜 기간에 걸쳐 쌓이면서 검증을 거쳐서야 진정한 평가를 받을 것입니다. 이번 세미나를 계기로 불교대학의 향방과 우리의 결실을 좀더 차분하게 지켜봐 주시기를 바랍니다. 2001년 3월 21일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교수 일동 (자료제공처: 기자회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