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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화학생회 치매단기보호소 자원봉사기

허미정 기자   
입력 : 2001-04-09  | 수정 : 2001-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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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 뭔지 배웠어요" 따스한 기운과 함께 소녀들의 재잘거림은 총인원에 완연한 봄이 왔음을 알리고 있었다. 재잘거림의 주인공들은 3월 25일, 26일 1박 2일간 수련회를 위해 총인원을 찾은 진선여고 불교동아리 연화학생회 회원들이다. 연화학생회 23기, 24기생 29명은 교복대신 편안한 복장으로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진각치매단기보호소로 향했다. 두려움과 낯설음, 편견 때문일까. 치매단기보호소에 들어선 학생들은 한동안 말을 잊었다가 관계자들의 안내와 간단한 설명을 듣고서야 안심(?)을 했는지 지도교사로부터 잘 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예'라는 대답을 했다. 거동이 불편해 휠체어에 앉아 있는 할머니, 앞을 보지 못하는 여든 살의 할머니, TV만 연신 쳐다보고 있는 할아버지 등 모두 10명의 노인들을 위해 학생들은 주어진 각자의 역할에 돌입했다. 우리 손녀랑 많이 닮았다며 꺼낸 이야기에 할머니의 손을 꼭 잡고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학생, 할머니 얼굴을 씻기고 크림을 바르며 "할머니 너무 고아요"라며 미소를 짓는 학생, '엽서 한…'을 르며 율동과 재롱을 보여주는 학생, "제 이름 기억해 두세요"라며 이름을 반복하는 학생, 뼈만 남은 앙상한 다리를 열심히 주물러 주는 학생 등 분위기는 금새 잔치를 연 듯 시끌벅적 이었다. "아리랑∼아리랑∼ 아∼라∼리요∼"할머니 노래를 듣고 싶다는 애교에 이겨 휠체어에 앉아 있는 할머니는 아리랑을 불렀다. 박수를 치며 같이 따라 부르던 학생들은 할머니 노래의 끝 소절에 이르러 두 손을 꼭 잡고 '사랑해요'라는 표시를 했다. 주름진 얼굴이지만 아이들 보다 더 맑은 표정으로 할머니도 '사랑해요'라는 표시를 전했다. 함성과 함께 박수를 치는 연화학생회원 얼굴 하나 하나의 표정에는 가슴 뭉클함이 배어 있었다. "다시 오는 거지? 빨리 오너라, 할머니 심심하다."주어진 2시간의 봉사활동을 끝내려는 순간 한 할머니의 이 말에 학생들은 눈물을 글썽거렸다. 눈물을 훔치고 돌아선 치매단기보호소에서의 2시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동안 '치매는 정에 그리워 걸리는 병 같다'고 느낀 점을 말한 한 학생처럼 학생들의 가슴 가슴에는 따뜻한 '사랑과 정'이 가득 채워지고 있었다. 연화학생회는… "우리 연화학생회는요. 더러운 곳에 처해 있어도 늘 맑은 본성으로 청정함과 순수함을 상징하는 연꽃처럼 깨끗한 마음을 가진 진선여고 불교동아리입니다."올해로 제24기 17명의 신입생을 맞아들인 연화학생회는 지금까지 350여명의 학생들이 동아리 활동을 했다. 22년 전 제1기 활동을 한 때 여학생은 지금 중년에 접어든 여인이 돼있다. 그만큼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니고 있는 연화학생회는 대내외 활동으로 진선여고 동아리 활동의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는 물론이고 연화제를 개최, 불교서적과 용품을 전시판매하기도 하고 그 수익금으로 불우이웃을 돕고 있다. 봉사, 홍보, 기획, 학술부로 나눠 활동하고 있는 연화학생회는 1, 2학년을 중심으로 월 2차례 특별활동과 매달 정기법회를 갖는다. 그리고 심인당을 찾아 학생회·청년회와 연계한 각종행사에 빠지지 않는 열성을 보이는 그야말로 '불교를 사랑하는 모임'이다. 특히 '연화향기'라는 사이버카페를 운영하며 졸업한 선배들과의 활발한 교류를 하고 있어 다른 동아리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올해 연화학생회는 신입생 환영회를 시작으로 OP점등식, 연등축제, 국토순례, 연화제, 수험생 정진불사, 가을·겨울야영, 보은행 등에 참여를 하며, 연화지 발간 등으로 적극적인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