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행론 설법 25-가난 해탈법

밀교신문   
입력 : 2020-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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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 해탈하려거든 언제든지 수입(收入)할 때 갚을 것을 먼저 주고 내가 쓸 것 뒤에 쓰라. 안 갚으면 도적이라 가난 됨을 뉘가 아랴.”
 
이 세상 사람들은 한결같이 건강하게 살고 싶고, 넉넉하게 살고 싶고, 화목하게 살고 싶고, 편안하게 살고 싶고, 즐겁게 살고 싶고, 오래도록 살고 싶어 합니다. 아픔을 싫어하고, 가난을 싫어하고, 불화를 싫어하고, 괴로움을 싫어하고, 슬픔을 싫어합니다. 그러나 좋아하는 대로만 살 수 없고, 싫어하는 것을 피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삶입니다.
 
그래도 “건강해질 것이다. 넉넉해질 것이다. 화목해질 것이다. 편안해질 것이다. 즐거워질 것이다.”라는 바람과 “아픔은 곧 사라진다. 가난은 곧 사라진다. 불화는 곧 사라진다. 괴로움을 곧 사라진다. 슬픔은 곧 사라진다.” 하는 희망을 품고 살아갑니다.
이것은 넉넉함과 가난함, 건강함과 아픔, 화합과 불화가 하나가 되어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진각성존은 가난[貧窮]과 병고와 불화에서 오는 고통은 하나라 하였습니다. 가난에서 병고와 불화가 오게 되고, 병고에서 가난과 불화가 일어나고, 불화에서 가난과 병고가 침투하는 것입니다. 여기서는 가난을 중심으로 말하고자 합니다.
 
 
가난에는 물질의 가난과 마음의 가난이 있습니다. 물질 가난에서 오는 고통은 가볍고 마음 가난에서 오는 고통은 무겁습니다. 물질 가난은 벗어나기가 쉽지만, 마음의 가난은 벗어나기가 어려운 법입니다. 우리는 대부분 물질 가난을 이야기하면서 마음의 가난을 말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왜? 같은 하늘 아래 같은 땅 위에서 같은 시간에 숨을 쉬고 살면서, 가난하고 부한 자로 구분하여 다른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생각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금색왕경’은 빈궁의 고통이 죽음보다 더 심하다 하면서 “어떤 것이 괴로운가 빈궁(貧窮)함이 이것이라. 무슨 고(苦)가 중(中)함이뇨? 빈궁 고가 중함이라. 죽는 고와 빈(貧)한 고(苦)가 두 고통이 같은지라. 죽는 고를 받더라도 빈궁하게 살지 말라. 세상 사람 많지마는 날 아는 자 없는 것은 내가 빈궁하여져서 향할 길이 없는지라. 비유하면, 넓은 벌판 불탄 것과 다름없이 사람들은 나를 보고 기뻐하지 아니하며, 독사 집과 같은지라 사람들이 멀리 가며, 잡독 음식 같은지라 맛보는 자 없게 되며, 뒷간같이 더러워서 나쁜 냄새 가득 차고, 도적같이 사람에게 시기 의심받는지라. 나도 또한 이와같이 동작하면 기롱(譏弄) 받고, 말을 하면 허물 보고, 묵묵하면 비방하며, 비록 옳은 말을 하나 ‘그르다’라고 말을 하며, 하는 바가 민첩하면 ‘경(輕)하다’고 싫어하며, 찬탄하면 사람들은 ‘아첨한다.’ 말을 하고, 친근하지 아니하면 ‘교만하다.’ 말을 하며, 남의 말에 순종(順從)하면 ‘뜻 맞춘다.’ 말을 하고, 만약 수순 아니 하면 ‘제 맘대로 한다.’ 하여 이 가난한 사람에는 항상 좋은 말이 없다. 부처님도 보시하여 부귀(富貴)함을 가르쳐서 간탐(慳貪)하여 빈궁(貧窮)하게 살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가난으로 위와 같은 괴로움을 받지 않으려면, 먼저 물질을 잘 다스려서 가난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이열치열(以熱治熱), 이냉치냉(以冷治冷)같이 물질은 물질로, 마음은 마음으로 다스리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입니다.
 
진각성존은 “나의 재물(財物) 남을 주면 주는 그때 줄었지만, 도로 돌아 불어옴은 우주자연법칙(宇宙自然法則)이요. 남의 재물 도적(盜賊)하면 가져올 때 있었지만, 도로 가고 가난함도 우주 자연법칙이라.”고 하였습니다.
 
이 가르침은 빈궁하게 사는 것은 욕심으로 베풀지 않아 생긴 현상입니다. 그리고 보은하지 않아 빚이 있다는 가르침입니다. 자신이 베풀지도 않고 보은도 하지 않았는데 뉘가 나를 도와주겠습니까? 도움을 받았으면 반드시 빚을 먼저 갚아야 합니다. 도움받고도 갚지 않아 빚이 태산과 같으므로 그 응보로 비난과 멸시를 받는 것입니다. 베푼다는 것은 대가를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만일 대가를 바란다면, 또다시 빚지는 것이 되어 영원히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빈궁에서 벗어나려면 먼저 “갚을 것을 먼저 주고 내가 쓸 것 뒤에 쓰라.”는 말씀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이 말씀은 시은(施恩)의 빚부터 갚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갚는 방법으로는 수입이 있으면 빚부터 갚는 것입니다.
 
‘먹고 살기에도 부족한데 빚 갚을 여지가 없다.’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면, 평생을 살아도 빚은 갚지 못할 것입니다. 설혹 빚을 갚으면 생활할 수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때 다시 빌리면 됩니다. 물론 빌리면 또 빚이 됩니다. 그러나 갚고 빌리는 것이 습관이 되면 빚은 점점 탕감되어 언젠가는 완전하게 갚아지게 될 것입니다. 갚을 때 고마운 마음이 생기고 빌릴 때 겸손한 마음이 일어나게 되면, 스스로 근검절약하는 마음이 생겨 빚이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빈궁하게 사는 것은 잘못 익힌 습관 때문입니다. 재물을 아끼고 모은 부자는 나가는 것을 싫어합니다. 그것은 모으는 습관이 있으나 쓰는 습관이 없기 때문입니다. 가난한 사람은 쓰는 마음이 강하기 때문에 조그마한 여유만 있어도 썰 궁리를 먼저 합니다. 그러므로 부자는 나가는 가운데 고통을 느끼고, 가난한 사람은 들어오지 않는데 고통이 따릅니다. 습관은 무서운 것입니다.
 
개에게 흙덩이를 던지면 개는 흙덩이를 따라가고, 사자에게 흙덩이를 던지면 사자는 던진 사람을 쫓습니다. 개는 던져 주는 음식을 먹은 습관 때문에 흙덩이를 음식인 줄 알고 따라가는 것이요, 사자는 자신에게 공격하는 줄을 알고 공격자를 쫓는 것입니다. 이러한 습관의 이치를 모르고 어리석고 지혜로움을 비유할 때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습관이 한편으로는 해탈할 수 있는 좋은 길이기도 합니다. 행동에도 빈궁의 행동이 있고 가난한 행동이 있으며, 소리에도 빈궁의 소리와 부(富)한 소리가 있으며, 건강한 소리가 있고 아픈 소리가 있으며, 기쁜 소리가 있고 슬픈 소리가 있으며, 승차(勝差)의 소리가 있고 하락(下落)의 소리가 있습니다. 아픔과 가난은 본래 없는 것입니다. 모두 자신이 소리로 행동으로 생각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 기본이 은혜로운 마음으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고마운 마음으로, 참회하는 마음으로, 베푸는 마음으로 바꾸면 됩니다. 그러면 행동도 소리도 자연스럽게 좋은 방향으로 바뀌게 도리 것입니다.
 
가난을 다스리는 법 가운데 첫째가 지족(知足) 하는 마음입니다. 지족 하는 마음을 갖는 것은 자신의 능력과 습관을 깨닫는 것입니다. 남이 나의 삶을 살아주는 것이 아닙니다. 가난도 부도 아픔도 건강도 불화도 화합도 모두 자신이 그렇게 묶은 것입니다. 결자해지(結者解之)라 하였습니다. 자신이 묶은 매듭은 자신만이 풀 수 있습니다. 겹겹이 매듭지은 습관은 하루아침에 풀어지지는 않습니다. 한 가닥 풀었다 하여 모든 매듭이 풀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옛말에 ‘가난은 임금도 해결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생사여탈(生死與奪)을 쥐고 있는 임금이지만 가난은 어찌하지 못합니다. 비유하면, 소를 물가에 끌고 갈 수는 있어도 물을 먹여줄 수는 없듯이, 의사가 처방전으로 약을 지어줄 수는 있어도, 먹고 먹지 않고는 환자 자신에 있는 것과 같습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모든 것을 자기 탓으로 돌리고 어리석은 사람은 남의 탓으로 돌립니다. 자신의 가난을 부모, 조상, 부부, 자식, 국가사회와 시대를 탓하지 말아야 합니다. 자신만이 해결할 수 있는 법은 자신이 가지고 있습니다.
 
진각성존은 빈궁함으로 인하여 생기는 고통을 육행으로 다스리게 하였습니다.
 
“빈궁하여 하천(下賤)한 대접을 받는 것은 인색한 마음 때문이니 희사하는 마음으로 다스려야 함이요, 빈궁하여 남에게 하시(下視) 받고 스스로 낮아짐은 추악한 마음 때문이니 계행으로 다스려야 함이요, 빈궁하여 가족과 제 몸에 신고(辛苦)가 많은 것은 성내는 마음 때문이니 하심(下心)으로 다스려야 함이요, 빈궁하여 어디로 가도 할 일이 없는 것은 게으른 마음 때문이니 부지런함으로 다스려야 함이요, 빈궁하여 서로 다투고 시끄러운 것은 산란한 마음 때문이니 염송으로 다스려야 함이요, 빈궁하여 불의(不意)의 환란(患亂)과 근심걱정이 많은 것은 어리석은 마음 때문이니 지혜로써 다스려야 함”을 설하였습니다.
 
나의 최고의 적은 가난이며, 나의 최고의 원수를 가난으로 알고 현생에 끝내겠다는 대분심을 발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가난이 선지식이요, 아픔이 선지식이요, 화합하지 못한 것이 은혜의 빚이 있음을 알려주는 선지식의 설법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가난이 사라지면 병고가 사라지고 불화가 사라져 건강하고 사랑받는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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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정 정사/기로스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