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진호국가불사

밀교신문   
입력 : 2021-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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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 화상회의, 원격수업, 온라인 수업, 이메일 영업, 코로나블루(우울), 래드(분노), 블랙(좌절), 엔(n)차 감염(연쇄 감염, 연속 감염), 드라이브스루(승차 진료·검진), 코호트 격리(동일 집단 격리), 비대면(언택트) 등등, ‘코로나19’의 갑작스러운 등장으로 새롭게 유행하게 된 지난 2020년과 오늘까지의 모습들입니다. 2020년 한 해는 통째로 코로나 사태에 짓눌려 버렸습니다. 지난 2020년은 코로나바이러스가 불러온 팬데믹(pandemic-감염병 세계적 유행)으로 전 세계가 큰 상처를 입은 한 해였습니다. ‘집콕’이 일상어로 자리 잡고 비대면은 이제 누구에게나 익숙하며 마스크가 필수품이 되어 쓰지 않는 것이 더 어색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간 지속하면서 일하고 공부하고 먹고 마시고 사고팔고 여행 가는 라이프 스타일이나 소비자의 소비패턴 그리고 밤 문화도 크게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언제 이 상황이 멈추거나 수그러질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 우리를 더욱 답답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코로나와 함께 살 수밖에 없는 이러한 거대한 변화는 이미 새로운 ‘삶의 표준’이 되어버린 듯합니다. 백신이 개발되었지만 아직까지는 백신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고 많은 걱정과 염려가 기대와 함께 혼재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연말연시를 맞이하여 하루 확진자 1000여 명을 넘나드는 3차 대유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상황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지금 아니면 언제 즐기랴’는 생각으로 스키장을 찾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술집이나 음식점 영업이 제한되자 소규모 ‘파티룸’을 빌려 송년회를 갖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해돋이를 직접 보기 위하여 동해안으로 모여드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무엇보다도 또 하나의 코로나 확산의 큰 기폭제가 된 것은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맞이하여 교회를 중심으로 한 종교모임과 찬양 예배였습니다. 급기야 방역 당국에서는 거리두기 단계를 격상시키고 5인 이상 사적 모임을 금지했습니다. 스키장 운영이 중단되었고, 해돋이 명소를 비롯한 전국 주요 관광명소는 연말연시를 맞이하여 폐쇄되었습니다. 경제적 파급효과를 염려한 궁여지책이었겠지만, 2.5단계 내지 2단계를 유지하면서도 오히려 3단계보다 강화된 방역 조치였습니다.
 
우리나라 개신교단 일부의 문제임은 분명하나 그 일부가 국가사회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우리가 지금 경험하고 있는 것처럼 엄청납니다. 코로나바이러스 1차 대유행의 진원지도 ‘신천지’라고 알려진 개신교계 교단의 하나였습니다. 2차 대유행의 현장에서도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을 맡고 있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그 중심에 있었습니다. 3차 대유행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전국의 개신교단 소속 중대형 교회의 이름들이 연일 매스컴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을 꼬집기라도 하듯, 한 풍자 그림이 인터넷상에 유행하기도 하였습니다. 십자가 아래로 사람들이 모여들어 "주여! 코로나로부터 우리를 구하소서"라고 기도하자 예수님이 그들을 내려다보며 "알았으니까 제발, 모이지 마라"라고 말씀하시는 웃지 못할 풍자를 담은 그림입니다.
 
예상한 바와 같이 지난 1년간 국내 ‘코로나19’ 확진 환자 최다 발생 장소는 '종교시설'로 나타났습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 1월 21일 자 뉴스에서 ‘코로나19’ 국내 발생 확진 환자의 감염경로를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은 환자가 발생한 집단감염 분류는 종교시설이라고 밝혔습니다. 종교시설 확진자는 집단감염 확진자의 17%를 차지했는데, 이는 신천지를 종교시설과 별도로 분류한 수치였습니다. 신천지는 종교시설보다 1%포인트 적은 16%의 환자가 발생해 두 번째 큰 집단감염 분류로 이름이 올랐습니다. 결과적으로 신천지를 포함한 종교시설 집단감염 확진자 비율은 33%나 차지하였습니다. 이쯤 되면 종교가 이제는 정부와 방역 당국뿐만 아니라 국민들과 일반 민중들의 큰 걱정거리가 되어버렸습니다. 종교가 국민과 대중들의 삶의 질을 걱정해야 하는데 오히려 국민들이 종교를 걱정하게 되었습니다.
 
한편, 종교를 뱀에 비유한 의미 있는 신문칼럼이 있었습니다. “종교가 무엇입니까?”라는 기자의 물음에 한 성직자가 “종교는 뱀이다”라고 답을 했다고 합니다. 뱀을 잡을 때 뱀의 허리나 꼬리를 잡게 되면 뱀에게 물리고 맙니다. 만약 그 뱀이 독을 품고 있는 뱀이었다면 목숨까지 위험하게 되겠지요. 그것처럼 뱀을 잡을 때는 뱀의 머리를 잡아야 합니다. 그래야 물리지 않습니다. 종교도 그와 같다는 이야기입니다. 불교도 그렇고 기독교도 그렇습니다. 똬리를 틀고 노려보고 있는 저 뱀의 머리가 어디인가 분명히 살펴보고 오차 없이 정확하게 뱀의 머리를 낚아채야 합니다. “주여! 주여!” 목놓아 외친다고 하늘나라에 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좌선만 하고 있다고, 입으로 염송만 하고 있다고 부처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뱀의 머리’는 ‘종교의 본질’을 의미합니다. 기자는 덧붙입니다. “종교는 그냥 뱀이 아닙니다. 맹독을 품은 독사죠. 뱀 중의 뱀입니다. 왜냐고요? 머리를 잡을 땐 ‘약’이 되지만, 꼬리를 잡을 땐 ‘독’이 되기 때문이죠. 생명을 살리기도 하지만, 생명을 죽이기도 하니까요. 일반 신자들만 그런 게 아닙니다. 성직자도 마찬가지죠. 종교에 물린 스님, 종교에 물린 목회자도 우리는 종종 보니까요.” 작금의 개신교단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종교인의 모습들은 종교의 본질을 놓쳐버리고 뱀의 허리나 꼬리를 잡고서 허우적거리는 모습은 아닐는지요. 자신의 목숨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건강과 생명까지 위태롭게 하고 있습니다.
 
혹자는 종교를 21세기 자본주의 시대에 하나의 소비상품으로 비유하기도 합니다. 하나의 재화(財貨)를 사용 내지 소비함으로써 개인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종교의 본질은 ‘나 혼자 좋아라’하는 것이 아닙니다. 혼자만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소비재는 더욱더 아닙니다. 종교는 오히려 공공재(公共財)의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개인 혼자 독점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같이 나누어야 하며, 내가 좋다고 상대에게 불편과 피해를 주면 안 되는 것입니다. 오히려 일체중생에게 이익과 안락을 나눌 수 있는 이타자리의 사상이 종교의 본질입니다.
 
진각종에서는 회당대종사의 ‘진호국가불사’ 정신에서 그 철학을 살필 수 있습니다. <진각교전>의 ‘성불과 진호국가’에서는 ‘진호국가’하는 것은 ‘즉신성불’하는 데에 유일 조건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회당대종사는 <실행론>에서 다음과 같이 ‘진호국가불사’의 ‘사종수법’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자성일 하루 ‘진호국가불사’하는 데는 네 가지 법이 있다. 모든 국민 국가의 악하고 삿됨을 능히 진압시키고 착하고 바른 것을 능히 도와 나가는 것이 식재법이다. 증익법은 나라와 국민 모두가 함께 행복과 이익을 더해 가는 법이다. 항복법은 우리의 적을 쳐부수어 항복을 받는 것이 아니라 진리로 항복받는 것이다. 경애법은 국민이 서로 공경하고 사랑하여 이 나라를 화목하게 하고 융화시켜 나가는 법이므로 만사(萬事)의 으뜸이 된다. 자성일 진호국가로 불공하면 자손과 재물이 뜻대로 잘된다. 심인불교에서는 모든 사악(邪惡)한 일이 진압되니 곧 국가문제도 진압되어 해결된다.”(실행론:3-5-4) 회당대종사의 ‘진호국가불사’ 사상은 이렇듯 ‘좁은 소견을 지양하고 큰 사상을 가지라’는 진언행자를 향한 사자후(獅子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종단에서는 지난 1월 4일부터 10일까지, 일주간(一週間) 신축년 진기 75년 새해대서원불공을 봉행하였습니다. 전국 심인당에서는 모두 국가의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켜가며 온라인 방송과 비대면으로 ‘진호국가불사’를 원만히 성취하였습니다. 진각종 진언행자들은 이렇듯 심각한 코로나 사태에서도 개인 방역을 철저히 지켜가며 ‘진호국가불사’의 용맹정진을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혹한의 추위도 숯가마 같은 열기로 녹여냈습니다. 그리고 1월 10일 여법하게 회향을 하였습니다. 1월 11일 월요일 오전, 코로나 확진자가 3차 대유행 이후 처음으로 400명대로 줄었다는 뉴스 속보가 떴습니다. 그날 이후 감소세는 뚜렷이 이어졌습니다. 전국 심인당 진언행자들이 ‘화합과 동참’을 으뜸 법문으로 삼아서 심인을 밝히고 서원 정진한 결과입니다. ‘진호국가불사’의 원력이었음을 믿습니다.
 
보성 정사/시경심인당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