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시대의 교화(상)

밀교신문   
입력 : 2021-02-16  | 수정 : 2021-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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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계에서 가장 회자 되는 핵심단어를 꼽으라면 그중에 하나가 언컨택트입니다. 언컨택트(Uncontact)는 비대면·비접촉 즉 사람과 사람이 직접적으로 연결되거나 접촉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사람이면 사람과 접촉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를 못하는 것이 언컨택트입니다. 언컨택트는 우리의 소비패턴만 바꾸는 게 아니라 일하는 방식과 연애·직업·결혼등 공동체가치관까지도 바꾸고 있습니다. 그러나 언컨택트는 서로 단절되어 고립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계속 연결하기 위해서 발생된 트렌드입니다. 위험하고 불안한 시기에 더 안전하고 편리한 만남을 위해 비접촉을 하는 것이지 사람과의 관계를 끊어버리는 게 아닙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앞으로도 계속 사람끼리 연결하고 함께 살아갈 것입니다. 단지 주어진 상황에 맞추어서 연결과 접촉방식을 바꾸는 것입니다.

 

오늘날 4차 산업 혁명의 첨단기술 문명 진화도 결국 인간 욕망의 산물입니다. “상공업을 주로하고 경제발전 하는 때는 욕망에서 건설되고 건설 중에 탁해진다.<진각교전>”고 종조께서는 설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접촉과 비접촉을 넘나들며 좀 더 안전하고 편리하게 연결하여 살아가려는 욕망을 가지면서도 오히려 기술이 발전하는 만큼 사람과의 관계는 멀어져 왔습니다. 인간의 지나친 자기중심 욕망의 추구가 언컨택트 트렌드의 핵심 요인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컨택트 사회에서 언컨택트 사회로 이동하는 거대한 흐름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사실 소비와 물류 등 기업경영에서 언컨택트는 아이티[IT] 기술의 발달로 몇 년 전부터 점점 확산되어 왔습니다. 세계는 인터넷과 모바일, 광학기술의 진화로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이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고, 인공지능 빅데이터와 증강현실, 자율주행, 스마트시티, 사물인터넷 등은 유망사업으로서 모두 연결사회의 산물입니다. 따라서 전 세계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받고 SNS를 통해 더 긴밀히 비대면으로 연결되어 소통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종일 말 한마디 안 해도 불편한 세상이 아닙니다. 문자로 대화하고 배달 앱을 통해 음식을 시켜 먹고, 1인용 테이블에서 혼밥과 혼술이 유행하고 한 가구 주택도 늘고 있습니다. 은행을 가지 않아도 PC와 모바일로 언제 어디서든 금융 거래하는 등등 셀 수 없을 정도로 사람과 직접 대면하지 않아도 살아가는 데 지장이 없습니다. 기성세대는 낯설고 불편할 수도 있지만 젊은 세대는 편리한 시대입니다. 불편한 소통 대신 편리한 단절을 택하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급변하는 시기에 20202월경 우리나라의 코로나19의 발생은 컨택트시대에서 언컨택트 사회로 흐름을 가속 시키는 티핑포인트(Tipping)가 되었습니다. 티핑은 서서히 진행되다 어느 순간 어떤 원인으로 폭발하는 것을 말합니다. 코로나가 바꾼 2020년의 일상과 모습은 앞으로 전 세계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사실 코로나 이전에도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2014년 에볼라, 2015년 메르스도 우리를 불안에 떨게 했으나 그 정도는 크게 느끼지는 않았습니다. 코로나는 아마 14세기 유럽에 대유행한 흑사병(페스트) 이후 전 세계적으로 인류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감염병이 되었습니다. 과학의 발전으로 의료기술, 보건위생이 전보다 좋아졌지만, 감염병은 수십 시간에 전 세계로 퍼져 인류를 불안과 공포로 몰아넣었습니다. 비대면화의 사회이지만 글로벌화로 세계가 하나의 경제권이 되어 코로나 확산에 일조했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전 세계 비행 건수는 3900만회 탑승객은 약 40억 명, 2019년 국가 간 이동하는 관광객은 약 146천만으로 70억 인구 5명 중 1명입니다. 글로벌기업의 무역량 증가로 사람은 언컨택이지만 나라와 나라 기업과 기업은 컨택입니다. 이러한 코로나19의 확산은 정치·경제·과학·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 심각한 영향을 주어 우리들에게 새로운 과제와 도전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비대면의 시대에 종교도 그 한복판에 서 있습니다. 종교도 비대면 환경에 맞춰 교화의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시기가 왔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고려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종교는 기업처럼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유형(有形)의 소비재, 즉 비접촉으로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니라는데 있습니다. 기술의 발달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신()트렌드를 형성하고 성장하는 상품과는 구별해서 접근해야 합니다. 종교는 소비자에게 직접 필요한 의식주가 아니며 시장에서 사고파는 물건이 아닙니다. 종교의 가르침은 무형(無形)의 자산으로서 정신적 교감을 통하여 주고받는 진리의 양식(糧食)입니다. 따라서 비대면 시대에 맞는 교화방법을 개발하고 발전하는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확산에 의한 정부의 방역지침에 따라 각 종교계도 비대면 교화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비대면 미디어를 시작한 이웃종교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작년 오프라인예배에 출석하지 않은 사람이 약 57%이며, 이중 약 60%는 온라인예배에 출석하지만 약 40%는 아예 하지 않았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대면 예배참석자의 약 1/3이 비대면 출석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상대적으로 고령자가 더 많은 불교는 이웃종교 보다 낫다고 볼 수 없습니다. 비대면 시대에 코로나로 인한 비접촉상품 구매물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나 종교를 비대면으로 포교한다는 것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종조께서는 종교로 정신문화를 발전시키지 않고 과학으로만 물질을 발전시킨 결과는 악한 데로 돌아가기 쉽다. 과학은 다 가르치고 배워도 종교에 대한 믿음과 깨침이 없어서 불평과 불만과 불행한 고통 가운데 지옥과 같은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 이는 곧 과학이 본래 악이 아니어서 종교로 선하게 되고 종교가 본래 행복이 아니라 과학으로 행복하게 되는 이치이다.<실행론 5-4-5>”라며 심성의 정화가 동반되지 않는 과학 문명의 위험성을 경고하였습니다. 미래 과학기술은 무한대로 발전할 것입니다. 그에 따라 심성 진리가 따라가지 않으면 인간의 마음은 더욱 삭막해지면서 허무하고 괴로울 것을 말씀하고 있습니다. 불교는 마음의 종교입니다. 학교에서 가정에서 하지 못한 인간 본성 회복과 인격 완성을 위한 대()사회적 역할이 종교에서 더욱 절실해지고 있습니다.

 

선운 정사/실상심인당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