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은니수능엄경’은 불교 경전인 능엄경(楞嚴經) 10권 중 마지막 권을 은니로 필사한 것이며, 현재 권 1~9는 전해지지 않는다. 경전의 뒷부분에 1356년(고려 공민왕 5) 이방한(李邦翰)이 죽은 어머니를 위하여 썼다는 간행 경위가 적혀있어 필자와 연대가 명확하다. 가로 11.2㎝, 세로 30.5㎝의 크기이며, 57번 접은 첩의 형태로서 모두 펼쳤을 때 가로 길이가 6.3m에 달한다.
‘백지은니수능엄경’은 1943년 보물 지정 당시에는 삼베로 만든 한지를 의미하는 ‘마지’가 포함된 ‘마지은니수능엄경’이었는데, 2010년에 ‘하얀 종이’를 의미하는 ‘백지’가 포함된 지금의 이름으로 명칭이 변경됐다.
문화재보존과학센터는 “이번 보존처리 과정에서 종이 섬유 분석을 통해 ‘백지’ 중에서도 특히 닥나무로 제작한 한지로 만들었다는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글자를 쓸 때 사용한 안료, 표지의 염색 재료 등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글자는 알려진 바와 같이 은(Ag)을 사용했으며, 글자의 검게 변색된 부분은 은과 황(S)이 결합하면서 변색되었다는 사실과 표지의 감색 염색재료로 쪽을 사용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문화재보존과학센터는 2023년에 보존처리 내용과 연구 내용을 상세히 담은 보존처리 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며, 보존처리가 완료된 백지은니수능엄경은 소장처인 경북대박물관에서 내년 중 전시할 계획이다.
이재우 기자 san1080@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