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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생명의 시작과 끝 논함은 사견'

허미정 기자   
입력 : 2005-01-27  | 수정 : 2005-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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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생명윤리 정립을 위한 총론 세미나가 1월 21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조계종 총무원 사회부, 인드라망생명공동체가 주최하고, 불교생명윤리 정립을 위한 연구위원회(공동위원장 지원·백남석, 이하 연구위원회)가 주관한 이번 세미나는 지난 한해 동안 생명조작, 사형, 안락사, 낙태 등 4가지 분야에 걸쳐 토론한 것을 바탕으로 방향성을 논의하고 정리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불교에서 보는 인간생명의 시작과 끝'이라는 주제로 마련된 세미나에서 기조발제를 맡은 이중표 전남대 철학과 교수는 "불교에서 시작과 끝을 논하는 것은 사견이며 희론이라는 것을 붓다는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고 전제하며 "불교의 관점에서 인간 생명의 시작과 끝을 논하려는 것은 불교의 근본 입장에서 어긋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시작과 끝을 지닌 사물이 실재한다는 생각은 실체와 동일성이라는 개념에 근거를 두고, 동일률과 모순율을 기본 원리로 하는 선형적 인과율에 근거한 논리학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불교는 이러한 논리학이 근거로 하는 '실체'와 '동일성'의 허구성을 지적하고 상호인과율의 관점에서 연기설을 주장하기 때문에 제일 원인이나 동일성을 지닌 실체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나선 중앙승가대 교수 미산 스님은 "인간생명의 시작과 끝을 논하는 것은 비불교적이라는 주장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말하며 "생명윤리를 정립함에 있어서 먼저 해야할 일은 연기론을 좀더 현대적으로 풀고 현대인들이 연기론을 인지할 수 있게끔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규리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는 "생명을 하나의 현상으로 보는 생물학과 의학에서도 의식의 시작, 영혼이 유입되는 순간, 태동이 느껴질 때 등등 생명의 시작이 어디서부터인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며 "정확한 윤리 규명을 정부와 사회가 가르쳐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미정 기자 hapum@milgyo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