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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주

밀교신문   
입력 : 2023-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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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응호 지음·백조 펴냄·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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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유응오 소설가의 장편소설 염주를 출간했다.

 

염주는 일제강점기와 해방, 분단으로 이어지는 격동의 역사에서 정치사적으로 주요한 인물들의 삶을 염주 알을 꿰서 염주를 만들 듯 형상화한 작품이다.

 

특히, 이 작품은 해방 이후 끊임없이 지속된 좌익과 우익, 진보와 보수의 반목을 화쟁(和諍)과 화엄(華嚴)이라는 불교사상에 입각해 상생의 길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할 것이다.

 

염주는 박헌영의 아들이자 조계종 원로회의 부의장을 역임한 원경 스님과 한국전쟁에서 화엄사 등을 지켜낸 빨치산 토벌대장인 차일혁의 교차 시점으로 구성돼 있는 팩션(Faction) 소설이다. 원경 스님의 시점에서는 박헌영, 이현상, 김상룡, 이주하, 주세죽 등 남북 양측에서 버림받은 남로당계 공산주의자들이 등장하고, 차일혁의 시점에서는 목숨을 걸고 싸워야 했던 빨치산과 토벌대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역사소설이자 정치소설이며 불교소설인 염주는 자본주의 일상의 퇴폐적이고 쇄말적인 인간상의 미시문학이 판치는 근래 한국 문학계에 보기 어려운 거대담론의 작품이다.

 

1950여 년부터 2020여 년까지를 시대 배경으로 하는 염주는 과거사의 일화들을 통해 이념 논쟁이 뜨거웠던 한국 근대사를 간접 경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화엄의 역사화쟁의 정치라는 미래 시대의 담론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70~80여 년 전 좌우로 반목했던 한반도의 이야기가 현재진행형인 것처럼 느껴진다.

 

유응오 작가는 원경 스님의 일대기가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대변하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했고, 차일혁 경무관은 6.25 전쟁 당시 주요 사찰의 전소를 막은 불심 깊은 사람이라고 들었다. 그래서 그런 것들을 맞물려서 염주라고 엮으면 좋은 소설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소설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각각의 물방울들이 모여서 거대한 파도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역사나 삶이라는 것도 바로 그 부분 일즉다 다즉일과 같다 라고 해서 그 부분이 이 소설의 주제이고, 바로 그 주제의식이 곧 화엄이나 화쟁의 세상과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재우 기자 san1080@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