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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교육(16)

보현심   
입력 : 2001-07-13  | 수정 : 2001-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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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부모직도 전문직이다 '교육'이라고 하면 흔히 자녀교육을 떠올리지만 어쩌면 '부모교육'이 우선적일지 모른다. 자녀를 올바르게 잘 키우려면 먼저 부모가 자기자신을 제대로 알아 받아들여 정서적으로 성숙하며 행동이 곧아야 한다. 부모의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은 사람 됨됨이의 기본틀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옛날부터 어떤 사람을 칭찬하는 말로 "저 사람은 본데 있게 큰 모양이야"라고 하였을 게다. 결국 부모는 '활동하는 교과서'라는 얘기가 된다. 다시 말하면 부모가 자녀를 키우면서 자녀의 말을 수용하고 들어주는 교과서를 보여줘야 자녀도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주는 행동을 배워서 부모님이나 다른 어른들의 말을 들어 줄 수 있게 된다. 이런 내용을 쓰다보니 오래전의 일인데 아직도 생각나는 일들이 있어서 이야기를 덧붙여 볼까한다. 언젠가 우리집 아이가 네 다섯 살쯤 되었을 때 어느날 밤에 갑자기 식혜가 먹고 싶다며 사러가자고 졸라댔다. 옆에 있던 남편이 마침 9시 뉴스를 시청하던 터라 밖에 나가기가 귀찮았던지 "동원아, 밤에 나가면 깜깜해서 귀신 나온다"라고 을러댔다. 하는 수 없이 나는 아이와 함께 나가 식혜를 사 가지고 들어왔다. 그런데 잠시 후에 남편이 아이에게 건넛방에 있는 재떨이를 가져오라고 하자 "아빠 저 방은 깜깜해서 귀신 나온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 순간 남편은 할말을 잊는 상태가 되었다. 우리는 '문제아'라는 말을 자주 쓰는데 결국 문제아 뒤에는 언제나 문제 부모가 있기 마련이다. 또한 어느 한가한 저녁 무렵에 시간이 있어서 잡채며 더덕구이 등 요리를 하여 밥을 먹으려고 하는데 아이가 "엄마, 난 라면 먹고 싶어"라고 하는 것이었다. 내심 마음이 언짢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아이가 라면을 먹은 지 꽤 오래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평소에 아이에게 라면은 인스턴트 식품이기 때문에 자주 먹으면 몸에 좋지 않으니 가끔씩 먹도록 일러두었던 터였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엄마는 동원이가 엄마가 정성껏 만든 음식을 먹었으면 좋겠는데 그 동안 엄마 말씀을 명심하여 라면 먹고 싶은 것을 오랫동안 참고 기다렸기 때문에 끓여줄게"하고 가족이 다같이 기분 좋게 저녁식사를 마쳤다. 이와 같이 아이 때는 아이니까 어처구니 없는 요구를 하지만 엄마가 그 요구를 들어주면 아이는 또 라면을 먹으려면 앞으로 한참을 기다려야 된다는 사실을 학습하게 된다. 다시 말해서 부모가 아이를 인정해 주고 수용해 줄 때 아이는 건강한 에너지를 가져 아이 자신이 자기를 조절하고 통제하는 습관이 들어 나이가 들면서 점점 어른다운 행동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부모들이 아이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 까닭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것은 부모들이 아이의 존재 가치를 우선적으로 인정해 주지 않고 성취하는 존재로만 보기 때문이다. 아이가 있으니까 부모가 될 수 있고 키워야 할 아이가 있다는 사실에서 부모는 힘과 용기를 얻고 때로는 사는 맛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이 존재 그 자체가 부모에게는 귀하고 소중한 대상이기에 부드럽고 따뜻한 눈빛과 마음으로 대할 때 아이는 성취하는 존재, 즉 부모의 뜻을 잘 받들고 공부도 열심히 하여 친구들과도 잘 사귈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부모가 조그만 일에도 아이에게 꾸중하고 자주 때리면서 성취하는 존재로만 요구할 때 아이는 자기 자신의 소중함 즉 자긍심이 없기 때문에 부모의 뜻을 거슬리는 행동으로 성취하지 않는 인간으로 커가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진각교전의 몇 구절을 되새겨 봄직하다. "만일 마음 요동하면 곧 마장을 이룰지요. 그러하지 아니하면 너는 끓는 물과 같고 범부하는 마왕들과 모든 귀신 얼음 같아 더운 기운 가까우면 녹아지는 것과 같이 제 아무리 신력 믿되 아무쓸곳 없느니라.그러므로 도를 닦는 일체 모든 사람들은 아는 마음 구하는 것 잠시라도 두지 말고 다만 오직 일심으로도만 궁구할지니라. 저 기름이 가루 속에 한번 들어가게 되면 마침내는 찾아낼 수 없는 것과 한가지로 한번 외도 들어가면 나오기가 어렵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