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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가치를 배웠어요"

허미정 기자   
입력 : 2001-09-17  | 수정 : 2001-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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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보는 곤충들을 보니 너무 신기했어요. 물론 생명의 소중함도 알았구요" 20여 명의 어린이들이 9월 9일 '설악에서 만나는 가을꽃, 가을곤충, 가을유적지'를 주제로 마련된 두레생태문화기행에 나섰다. 오전 7시 가족과 함께 서울을 출발, 설악산 장수대에 도착한 어린이들은 도심 속을 벗어나 자연을 접했다. 바람에 의해 풀냄새가 은은하게 코끝을 스치고, 매미, 귀뚜라미 소리만이 들리는 한적한 가을 숲속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어린이들은 또 다른 세상을 체험하는 듯했다. "매미의 허물이 나뭇가지 위에 있군요? 매미는 알, 애벌레, 어른벌레의 단계를 거치는 불완전한 탈바꿈을 하는 곤충입니다." 박해철 곤충학 박사의 친절한 설명이 있자 어린이들은 신기한 듯 곤충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곤충을 찾느라 풀속을 이리저리 찾고 있는 사이 이상하게 생긴 거미를 발견한 한 어린이의 소리에 너도나도 거미를 보겠다고 달려들었다. 다리가 가늘어 보일 듯 말 듯 한 유령거미.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건드려 보더니 한 어린이는 팔뚝에 아예 올려놓고 거미를 관찰했다. 손가락 한마디 크기의 송장벌레. 장의사라는 별명이 붙은 송장벌레는 동물의 시체나, 배설물 주위에서 살면서 종족보존을 한다는 설명에 한 어린이는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다. 곤충 백과를 들고 곤충 사진과 습성에 대해 일일이 확인을 한 김형우(9·서울 자양동)군은 "사마귀목에 관심이 많다"며 "알을 밴 사마귀를 처음 봤는데 정말 놀라웠다"고 말했다. 어린이들은 이름과 생김새가 특이한 매미, 유령거미, 깜보라노린재, 도마뱀, 사마귀, 표범나비, 애귀뚜라미, 풀무치 등 여러 곤충의 습성에 대해 질문하며 손으로 만지고 냄새도 맡으면서 평소 책에서나 접할 수 있었던 곤충들에 대한 호기심을 맘껏 풀어냈다. 자녀와 함께 곤충을 관찰하며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대는 학부모 정금덕(34·경기도 고양시)씨는 "동심으로 돌아간 느낌"이라며 "생태기행은 가족끼리 와서 단순히 놀다가는 여행에서 벗어나 자연과 더불어 우리꽃과 곤충을 배움에 학습적인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이날 어린이들은 생태기행을 통해 특별한 경험을 했다. 서울에서는 볼 수 없는 이끼 낀 나무를 보았고, 오염되지 않은 일급수에서만 산다는 물고기 금강모치도 보면서 자연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오늘 만난 내 친구는요 깜보라노린재입니다. 깜보라노린재는 활엽수에 살며 초여름에서 가을까지 볼 수 있답니다." 생태문화기행을 마무리하는 소감 발표 시간에 김화영(12) 양이 한 말이다. 자연보다 더 훌륭한 스승은 없다고 한다. 산, 바다, 들 등 자연을 찾아 스스로 보고 느끼고 생명의 가치를 배울 수 있는 생태기행. 이 가을이 다 가기 전에 누구나 생태기행 체험을 하며 여느 해보다 색다른 가을의 추억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전문가가 권하는 생태기행 방법 ·농업과학기술원 박해철 박사=부모와 자녀는 곤충백과를 활용해 같이 공부하고 배움으로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가을곤충은 깊은 산, 숲속이 아니라 가까운 집 주변에서도 할 수 있다. 흐린날 보다는 맑은날에 곤충을 관찰하기 쉬우며, 여름에 곤충을 관찰하기 위해서는 한낮을 피해 아침, 저녁 시간대를 이용한다. ·시민모임 두레 김재일 회장=생태기행을 위해서는 '철새' '갯벌' '야생화' 등 단일주제를 정해야 한다. 만약 꽃기행을 간다면 책, 인터넷, 다큐멘터리 등으로 사전에 지식을 얻어야 한다. 준비물로는 식물도감, 돋보기, 사진기, 구급약 등을 갖춘다. 승용차 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문화기행을 겸한 생태기행도 효과적인 기행이 될 것이다. 시민모임 두레는? '혼자'가 아닌 '더불어 함께' 한다는 뜻의 두레는 우리의 자연과 문화를 소중히 생각하는 시민모임이다. 두레는 문화유산 답사를 통해 외래 상업 대중문화로부터 우리 것을 지키는 '두레문화기행'과 자연생태 현장탐사를 통해 시민 환경운동을 펼쳐가는 '두레생태기행'을 실시하고 있다. 두레는 서울기행, 전국기행, 어린이 역사교실, 생태기행 등의 프로그램으로 매주 답사를 하고 있다. 지난 9월 5일에는 여의도 63빌딩 뒤쪽 한강모래밭 둔치에서 '한강살리기와 새로운 생태방생을 위한 한강 재첩방생'을 개최해 오래전부터 사라졌던 한강변 재첩들을 방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