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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 하나하나에 건강기원 담아요"

손범숙 기자   
입력 : 2001-09-27  | 수정 : 2001-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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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수지침 '한우물 봉사단' 복지관 순회 사랑의 '인술' 30명 회원 3만 여명에 혜택 "할머니는 위가 안 좋으시군요. 짜고 매운 자극적인 음식은 드시지 말고, 야채나 과일을 많이 드세요." 할머니에게 조목조목 가려야 할 음식 등을 설명하면서 할머니 손에 침을 놓고 있는 자원봉사자의 손놀림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섬세하기만 하다.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 도봉서원종합사회복지관에서 수지침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한우물 봉사단원들이 펼치는 자비의 손길이다. 지난 해 9월부터 시작해 온 자원봉사이니 벌써 1년 가깝게 서울 도봉지역의 주민들에게 무료로 수지침 시술을 해 주고 있는 셈이다. 수지침 시술이 시작되기 30분전부터 기다렸다가 제일 먼저 침을 맞았다는 2명의 할머니는 양 손바닥과 손등에 수백 개의 침을 꽂은 채로 수지침 예찬론을 시작했다. "내가 무릎이랑 팔이 쑤시고 아팠는데 이제는 말끔해. 식욕도 없었는데 밥도 잘 먹고…." "나는 침을 맞고 나면 몸이 한결 가뿐해져. 그래서 침 맞는 날만 기다리면서 살지." "단장님은 정말 대단한 분이셔. 수지침이 있는 날이면 아침 일찍 나와서 거동이 불편한 노인네들 집에 가서 침을 놓아주시거든." 끝도 없이 이어지는 칭찬이다. 그때 마침 취재를 하고 있는 기자의 어깨를 두드리는 한 할머니가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얘기지만 이 할머니야말로 수지침의 기적을 톡톡히 본 산 증인이었다. "나는 말이지. 이 왼쪽 무릎이 17년 동안이나 구부려지지 않았어. 근데 수지침을 3번 정도 맞았나? 그때부터 이 무릎이 조금씩 구부려지기 시작하는 거야. 길을 걸을 때나 계단을 오르내릴 때 다른 사람이 부축 없이는 한발도 뗄 수 없던 내가 이제는 버스로 두 정거장 정도 되는 거리를 거뜬히 걸을 수 있게 됐지." 한참동안을 그렇게 얘기하던 할머니는 직접 왼쪽다리를 구부려 오른쪽 다리에 올려 보이기까지 했다. 71세의 서정희 할머니는 그렇게 새 삶을 찾게 됐지만, 그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감사의 표시를 해도 좀체 받으려고 하지 않는 봉사자들을 위해 할머니가 할 수 있는 일은 단지 그들을 위해 기도를 해 주는 일뿐이라고. 이렇듯 기적적인 일을 일으키며 수지침 봉사를 하고 있는 한우물 봉사단, 한우물 봉사단의 김맹기 단장에게는 이 일을 시작하게 된 특별한 동기가 있었다고 한다. 김 단장은 예전에 과로와 신경쇠약으로 원인 모를 병에 걸려 숱한 고생을 하다가 80년대 초 우연한 기회로 수지침을 배워 몸의 병이 말끔히 나았다고 한다. 그 당시 철도 공무원으로 재직 중이던 김 단장은 그때부터 어려운 이웃을 찾아다니며 수지침 시술을 해 주었고, 94년 정년퇴직 후에는 서울시내 복지관과 가평 꽃동네, 파고다공원 등지에서 어려운 이웃과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해 수지침 봉사를 해 왔다. 또 봉사단에서 같이 일하고 있는 김옥순 씨의 경우도 교통사고로 3년 동안 식물인간으로 있다가 수지침으로 완쾌해, 그 이후로 어려운 이웃을 위한 수지침 자원봉사를 행하고 있다. 현재 도봉서원종합사회복지관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봉사자는 김맹기 단장을 포함해 강석조, 김풍호, 성환은, 이문훈, 장점순, 김은주, 김옥순 등 8명이며, 한우물 봉사단에 소속되어 있는 자원봉사 회원만도 30여명에 달한다. 그 동안 그들의 손을 거쳐 간 환자 수만 해도 3만여 명에 가까울 정도다. 일주일에 2번씩 도봉서원종합사회복지관과 서울노인복지센터를 방문해 수지침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이들은 수지침으로 되찾은 건강한 몸으로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하며 그 은혜를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수 백여 개의 수지침을 손바닥과 손등의 기와 혈을 찾아 빠르게 꽂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은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들 때문에 바쁘기만 하다. 그리고 침을 놓는 손길 하나 하나에는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하루빨리 건강을 되찾길 바라는 간절한 소원도 함께 담겨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