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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서지편’의 판독순서에 문제 지적

편집부   
입력 : 2008-02-01  | 수정 : 2008-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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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구정광탑은 다보탑” 주장제기도

한국목간학회 정기발표회에서 발제자를 비롯한 토론자들이 한자리에서 종합토론을 하고 있다.

1996년 경주 불국사를 해체 보수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묵서지편(墨書紙片)의 판독순서에 문제가 있음은 물론 ‘불국사무구정광탑중수기’가 석가탑이 아닌 다보탑을 수리한 기록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1월 23일 오후 2시 동국대 학림관에서 열린 한국목간학회(회장 주보돈) 제1회 정기발표회에서 목포대 최연식 교수가 ‘불국사서석탑중수형지기의 재구성을 통한 불국사 석탑 중수 관련 내용의 재검토’라는 논문을 통해 이같은 주장을 펼쳤다.

최 교수는 “1038년 서석탑중수형지기의 순서가 잘못 정리돼 문서의 전후관계가 뒤바뀌어 중수기록이 잘못 알려져 있다”며 “복원과정에서 잘못 정리된 문서조각들 순서로 본래 하나인 문서가 두 개의 문서로 나뉘어 이해됐고, 중수작업 순서도 잘못 이해 됐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묵서지편은 총 4개의 문서로 구성돼 있는데 ‘1038년 불국사서석탑중수형지기’와 ‘불국사서석탑중수형지기 추기’가 별도가 아닌 같은 시기에 한차례 행해진 중수작업동안 작성된 하나의 문서라는 것이다.

최 교수는 또한 “석가탑 중수과정에서 발견된 이전의 사리 봉헌물은 무구정탑중수기에 기록된 무구정탑 중수과정에서 발견된 봉헌물이나 무구정탑 중수 이후에 봉안된 봉헌물과 다르다”며 “석가탑에서 발견된 봉헌물이 무구정탑의 봉헌물과는 다르다는 사실이 두 석탑이 별개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불국사서석탑중수형지기는 석가탑을 보수한 기록이며 무구정광탑중수기는 다보탑을 고친 기록이며 1038년 석가탑을 보수하면서 그보다 14년 앞서 벌어진 다보탑 보수공사를 참고하면서 이를 알리기 위해 넣은 것이라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주장에 대한 반론도 잇따랐다. 발표 후 이어진 전체토론에서 최초 판독 작업에 참여했던 서울대 이승재 교수는 무구정광탑을 다보탑으로 해석한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석가탑에서 무구정경이 나왔다는 사실은 지금 우리가 석가탑이라고 부르는 불국사 서석탑을 당시 사람들이 무구정광탑이라고 인식했다는 명확한 증거”라며 “이러한 사실을 외면하고 무구정광탑을 다보탑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라고 설명했다.

‘묵서지편’이 세상에 공개되기 시작하면서 이에 관한 연구와 논란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묵서지편을 공개한 국립중앙박물관은 5월 중 이를 주제로 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김보배 기자 84bebe@milgyo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