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흥사지 석제사리장치뚜껑 공개

편집부   
입력 : 2008-04-14  | 수정 : 2008-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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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석제사리장치뚜껑 표면 이물질 제거 모습(윗면 주칠 문양)

문화재청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소장 김용민)는 지난해 왕흥사지 목탑터 발굴조사에서 수습된 석제사리장치뚜껑에 대한 보존처리 결과를 4월 14일 공개했다.

왕흥사지 목탑터 심초석의 남쪽 끝단 중앙에 마련된 사리공을 덮고 있던 석제뚜껑은 가로 25㎝, 세로 19㎝, 두께 8㎝로 평면은 장방형, 단면은 지붕모양을 띤다. 아랫면에는 심초석 사리공에 끼울 수 있도록 가로 16㎝, 세로 12㎝, 높이 0.8㎝의 촉과 같은 형태의 턱이 마련돼 있다.

석제뚜껑의 재질은 화강암으로 오랫동안 습기가 많은 지하에 매장돼 약화된 재질을 보호하기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보존처리를 실시해왔다. 표면상태를 확인하려고 이물질을 제거하던 중 뚜껑의 윗면에서 주칠(朱漆) 흔적이 확인됐다. 주칠에 대한 성분분석을 국립문화재연구소 보존과학연구실에 의뢰해 확인한 결과 진사(辰砂) 또는 주(朱․HgS)로 밝혀졌다. 이것은 붉은색을 내는데 사용한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안료이다. 왕흥사지 출토품에 비해 시대는 뒤떨어지나 익산 왕궁리 5층석탑에 안치된 금동제사리외함, 금동제경판외함에서 진사로 채색된 예와 경북 칠곡 송림사 석제사리함의 주칠 채색사례가 확인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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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칠 문양을 일러스트로 재현한 모습

왕흥사지 목탑터 심초부에서 발견된 사리장엄은 올해 1월에 열린 국제학술대회 ‘부여 왕흥사지 출토 사리기의 의미’를 통해 봉안 방법과 사리용기의 형태 등에서 중국 남북조의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학계에 주목을 끈 바 있다. 이번 석제사리장치뚜껑의 보존처리 과정에서 확인된 주칠과 문양은 절대연대를 가진 국내 최초의 사례로 학술적 가치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붉은색 안료를 사용하여 나타낸 문양은 안료의 재료적인 측면에서나 문양의 도상면에서 중국과의 문화적 교류를 연구하는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주칠은 벽사(辟邪) 또는 제액(除厄)의 의미도 있으므로 장제(葬制)연구에도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보배 기자 84bebe@milgyo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