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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렘… 긴장… 일본서 애국심 길러

편집부   
입력 : 2008-08-01  | 수정 : 2008-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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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배 기자의 VIYA청소년 일본문화탐방 동행기

히로시마 원폭돔 옆에 마련된 한국인 희생자 추모비를 둘러보고 있다.

"선생님, 일본에 가면 뭐가 있어요?"

7월 23일 오전 9시 부산국제여객터미널에 서울과 대구에서 23명의 친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낯선 부산이라는 도시에서 처음 만나는 친구들이 한 배를 타고 일본으로 향했다. '2008 VIYA 하계 청소년 일본문화탐방'을 위해 모인 23명의 친구들은 7월 23일부터 28일까지 5박 6일동안 함께 먹고, 자고, 떠들어야 한다. 아직은 서먹한지 일본으로 떠나는 배는 조용하기만 했다. 오후 2시 후끈한 열기를 안고 도착한 일본은 동양이라 그런지 낯설지만은 않았다. 처음 찾은 곳은 히로시마. 1945년 8월 6일 인류역사상 최초로 일본에 원자폭탄이 투하된다. 당시의 참상을 그대도 드러내놓듯 철골만이 앙상히 남아있는 곳이 바로 원폭돔이다.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와 함께 1996년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원폭돔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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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다이바 레인보우 브릿지 앞에서 귀여운 포즈를 취하고 있는 아이들

"선생님, 여기가 어디예요?"

첫째 날 오사카에서 하루를 묵고 둘째 날 동경으로 이동했다. 첫날의 긴장감이 풀렸는지 어느새 오사카에서 동경으로 이동하는 신칸센 안이 시끌벅적하다. 도쿄만에 있는 대규모 인공섬인 '오다이바'가 두 번째 목적지. 상업·거주 및 레저의 복합지역인 이곳에는 후지TV 스튜디오, 레인보우브리지와 자유의 여신상 등 볼 것들이 풍부하다. 참가자들은 이곳이 섬이라는 사실이 신기한지 연신 여기는 어디냐고 물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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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쿠사로 들어서는 길에 이어진 기념품가게를 둘러보는 아이들.

"선생님, 너무 더워요∼!"

아사쿠사, 하라주쿠, 신주쿠…. 여행의 셋째 날이자, 동경에서의 마지막 날인 오늘은 동경일대를 모두 돌아보기로 했다. 아사쿠사신사는 1649년 도쿠가와 제3대 장군인 이에미쯔가 봉납했다는 신전이 현존하고 있는 신사로 가장 일본스러운 모습을 볼 수 있다는 말에 출발하기 전부터 모두들 들뜬 표정이었다. 아사쿠사신사 참배 후 젊음의 거리, 하라주쿠와 신주쿠로 향하던 중 생각지 못한 더위에 당황했다. 최고기온이 36∼7도를 육박하는 날씨에 섬나라 특유의 후텁지근함 때문에 젊음의 거리는 뒤로한 채 패스트푸드점에서 콜라 한잔으로 해가지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도쿄도청에 올라 어두워진 도쿄의 야경을 한껏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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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을 보고 사슴공원을 떠날 줄 모르는 아이들 덕분에 우리의 일정을 미뤄지고 말았다.

"선생님, 사슴이 쫓아와요!"

동경에서 다시 오사카로 돌아온 넷째 날, 숙소에 짐을 풀고 가뿐한 몸으로 '나라'로 향했다. 앉은 키 16m, 얼굴 길이가 5m나 되는 비로자나불을 본존으로 하는 '동대사'가 목적지였지만 아이들의 발길을 잡은 것은 다름 아닌 자유롭게 뛰어다니던 사슴이었다. 동물원에 갇혀 있는 사슴들만 보던 도시아이들이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사슴을 만나자 목적지는 잊은채 녀석들을 골려주는 재미에 푹 빠져 한나절을 보내고 말았다. 덕분에 오후 일정이 미뤄지고 말았다. 물론 일본의 더운 날씨는 오늘도 한몫 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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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수사 내에 있는 '오토와노타키' 약수를 받고 있는 아이들. 세갈래의 물줄기가 건강, 학업, 재산을 의미한다.

"선생님, 정말 이 물먹으면 1등 할 수 있어요?"

이틀째 이어진 무더위에 지친 친구들은 더위를 피하기 위해 아침 일찍 일정을 시작했다. 교토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몰린다는 청수사를 찾아 유명한 '오토와노타키'라 불리는 약수터를 만났다. 산중에서 용출되는 샘물이 세 갈래로 떨어지는데 그 각각의 물줄기가 건강, 학업, 재산을 상징한다고 한다. 덕분에 이곳은 관광객들의 줄이 끝없이 이어지는데 친구들도 빠질수 없다. 중고등학생인 녀석들이라 대부분 학업을 상징하는 물을 받아 먹었는데, 그 와중에 한국에 계신 할머니의 장수를 위해 건강을 상징하는 물을 생수병에 담고 있는 효자, 효녀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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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우리 언제 다시 봐요?"
첫날이 그립기만 했던 한국에 돌아갈 날이 왔다. 서먹해하던 서울과 대구의 친구들은 이제 서로의 사투리를 써가며,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소감을 묻자 금새 눈물부터 글썽이는 녀석들…. 꽤나 정이 들었나보다. 길을 잃어버리기도 했고, 더위에 지쳐 힘들기도 했고, 더 많은 것을 보지 못한 것에 대한 섭섭함과 그리운 집으로 돌아간다는 설레임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하카타를 떠난 배가 부산항에 도착해 이제는 정말 헤어질 시간이 왔다. 결국 서로를 끌어안고 눈물을 보이는 아이들을 보면서 그 순수함에 함께 가슴이 뭉클해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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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박 6일이라는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 속에서 나를 '기자선생님'이라고 불러준 아이들의 얼굴 하나하나가 다시금 떠오른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깨끗한 거리와 질서정연한 일본의 모습을 배워야겠다던 아이들의 순수한 눈망울, "일본 사람들은 정말 신기하게 생긴 것 같아요"라며 한국이 더 좋다고 말하는 아이들, 다음에 일본은 꼭 다시 오고 싶지만 더위에 지쳐 무조건 겨울에 오겠다던 검게 그을린 아이들의 얼굴을 다시 마주할 날을 기대해본다.

김보배 기자84bebe@milgyo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