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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봉사활동의 의미

밀교신문   
입력 : 2019-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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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사회에는 봉사활동이 많이 행해지고 있다. 특히 대학생의 경우에는 봉사활동이 재학 기간 동안 이수해야 할 영역으로 지정되어 있을 만큼 봉사활동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봉사란 무엇인가?

 

봉사의 가장 기본적인 철학은 자신보다는 타인의 이익이나 안위를 먼저 생각하고 이를 위해 노력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가장 진정성 있는 봉사를 하려면 당연히 봉사자의 자발적이고 이타적인 동기가 있어야 할 것이다. 봉사를 생각할 때면 필자는 오래전 일본 지하철에서 노인 분들이 친절하게 길 안내를 하던 모습이 인상 깊게 남아 있다.  

 

그러나 최근 대학의 교육과정을 보면 사회봉사가 교양 교과목으로 지정되어 의무화되고 있거나 졸업인증제로 제도화되어 있어 봉사가 타율적인 동기에 의해 이루어지는 경우도 볼 수 있다. 물론 제도화된 봉사 활동이 좀 더 많은 사람에게 봉사의 동기를 제공하는 측면에서 좋은 목적을 가지고 있지만 이를 운영하는 데 교수나 학생의 윤리의식이 바탕이 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교육의 철학적 가치를 훼손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 봉사인증 점수를 맞추고 학점을 취득하기 위한 봉사활동을 하다 보면 자신의 가치관을 고려하지 않게 되고 가치와 철학이 없이 몸만 가게 되는 봉사활동에서는 봉사의 진정한 의미를 느끼기가 어렵게 된다.

 

학생 중 대학 시절의 봉사활동에 대한 인연으로 졸업 후에도 봉사를 지속적으로 하는 경우도 있는 반면 봉사 활동은 학점일 뿐 다른 의미를 가지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볼 수 있었다.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형평성의 문제가 어려운 화두일 때가 많다. 학생들에게 학과의 행사나 봉사활동 참여를 독려하면 무엇을 하는 활동인지를 묻기보다는  

 

교수님 참여하면 봉사점수 얼마 주나요?” “불참하면 어떤 불이익이 있나요?”와 같은 질문을 종종 한다. 심지어 불참하는 학생들은 학점을 감점하거나 불이익을 주셔야 형평성에 맞습니다라고 요구하기도 하여 당황스러울 때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 부딪칠 때면 나는 내 존재 이유를 물어보곤 한다. ‘내가 왜 이 자리에 서 있는가?’ ‘나는 학생들에게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그러면 찌꺼기가 가라앉은 맑은 물속으로 사물이 들어오듯이 자연스럽게 해답이 나오곤 하였다. 교육자는 대상자의 옳고 그름을 가려 상벌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학생들의 부족한 부분을 깨우쳐주고 이끌어주는 사람이다.

 

필자는 학생들에게 봉사활동을 독려함에 있어 조건이나 상벌을 말하기 보다는 그 활동이 자신과 주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내용과 나이팅게일의 후예로서 명예로운 선택을 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우리 학생들은 나의 이 기대를 한 번도 저버린 적이 없었으며 설사 사정이 있어서 동참을 못하게 될 경우에는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끼고 다음 기회에는 꼭 참석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며칠 전에는 단체 봉사활동 참여를 거부하던 학생이 스스로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학생회 대표가 너무 기쁜 나머지 늦은 밤에 들뜬 목소리로 이 사실을 알려왔다. 상벌과 학점제도에서는 느낄 수 없는 인간에 대한 믿음과 기쁨일 것이다.

 

이제 우리사회도 봉사의 양적 팽창과 점수화, 상벌제도보다는 내실화와 질적 수즌을 제고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사회 곳곳에서 진정으로 행복하게 봉사하는 잔잔한 모습들을 많이 보았으면 한다.

 

박현주 교수/위덕대 간호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