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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와 간호에 대하여

밀교신문   
입력 : 2019-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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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의 심리적 기제와 행동의 특징 중 하나가 ‘'눈치’'이다. 눈치는 단순한 의사소통의 차원을 넘어 상황을 파악하고 그 상황에 맞는 행동을 하는 것과 상대방의 마음을 파악하여 상대의 기분에 맞추거나 원하는 것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 따라 우리는 흔히 눈치가 있다. 눈치가 없다. 또는 눈치를 본다. 라는 말을 하게 된다. 눈치는 상호관계적 맥락 속에서 파생되며 상황과 상대의 욕구를 파악하여 대처한다는 점에서 눈치는 대인관계 측면에서 긍정적인 기능을 한다. 그러나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눈치를 보게 되는 경우에는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게 되며 소신있는 행동보다는 처세에 가까운 태도를 보여 약삭빠르다 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주게 된다.

 

필자는 작년에 간호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임상실습에서의 눈치 경험에 대한 연구를 하였다. 그룹 면담을 하면서 학생들은 임상실습 기간 동안 겪었던 다양한 눈치에 관한 에피소드와 느낌들을 나누면서 힐링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학생들은 처음 접하는 현장에서 간호사에게 잘 보이기 위해 눈치를 보고 환자에게 갈 때는 실수를 할까봐 눈치를 보며 업무 적응이 느려서 눈치를 받게 되는 눈치의 수난 속에서 간호사로서의 사회생활을 배우게 되었다고 하였다.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것이 없는 간호학생들의 눈치 현상들을 보면서 우리사회의 젊은 세대들도 드러나지 않은 부분을 강조하고 직면을 회피하는 고맥락적 의사소통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또한 자신의 의사를 소신있게 표현하기 보다는 함께 묻어가면서 심리적 안정을 얻으려는 집단주의적 눈치 문화가 아직도 뿌리박혀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양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눈치의 속성 중에서 필자는 타인의 욕구를 읽어서 배려있는 행동을 하는 눈치의 긍정적 부분을 수업에 활용하곤 한다. 이는 간호사로서 오랜 기간 환자들과 소통하면서 간호사는 환자가 편안하도록 도와주는 일을 함에 있어 그들의 가려운 부분을 읽을 수 있는 눈치가 필요함을 체험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눈치의 의미는 일에 대한 감각이나 분별력을 의미하는 센스(sense)’와도 일맥상통하여 나는 간호사의 자질 중 하나로 수업시간 마다 센스를 강조하다 보니 어느새 학생들도 실습을 할 때면 교수님센스있게 해야죵하며 살짝 애교를 피우곤 한다.

 

간호사는 몸과 마음이 지친 환자가 자신의 아픔을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그 아픔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오감을 열고 다가가면 그 아픔이 보이고 들리고 느껴질 것이다. 나는 간호사의 이러한 자질과 행위를 눈치라고도 말하고 센스라고도 말한다. 눈치와 센스는 상황에 대한 판단과 분별력이라는 측면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며 간호사는 자신의 눈치를 환자를 위한 이타적인 목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나는 나이팅게일의 후예들이 자신과 타인에 대한 이해와 도덕적 가치를 내포하는 감성(sensibility)의 눈치를 키울 수 있도록 종종 들려주는 문구가 있다. 이는 학생들이 처세보다는 소신 있게 행동하는 어른으로 성장하도록 불합리한 눈치 상황을 만들지 않아야 된다는 나 자신의 교육적 성찰 지표이기도 하다.

 

자신의 느낌을 말할 수 없으므로 벙어리인 것이며 자신의 감성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들을 수 없으므로 귀머거리인 것이고 타인의 감정을 지각할 수 없으므로 장님인 것이다.’

 

박현주 교수/위덕대 간호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