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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딸의 대화로 보는 세대 차이(직장 편)

밀교신문   
입력 : 2019-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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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교신문에 원고를 집필하기 시작하면서 엄마와 사이가 부쩍 가까워졌다. ‘이란 공통점 덕분이다.

 

이번엔 어떤 주제로 쓸 꺼야?”라며 묻는 엄마는 나의 든든한 1호 팬이자 검수자로서 소재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객관적인 피드백을 준다. 물 흐르듯 한 번에 척 원하는 결과물이 나오면 좋으련만 글감을 선정하는 것부터 대체어를 찾는 과정까지 의견이 자주 부딪힌다. 이번만 하더라도 그렇다.

 

퇴사할 수 없는 치명적인 이유로 소재를 정했을 때, 엄마는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그 이유에 관해 물었고, 내 답변을 듣고 이내 실망했다. 에어컨을 사러 갔다가 선풍기를 사은품으로 받아 온 걸 더 기뻐하는 꼴이라며 너무 소소하다는 게 그 이유다.

 

소확행이란 말을 들어보았는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하는 신조어로 밀레니얼 세대의 대표적인 소비패턴이다. 이는 직장이나 직업 선택에도 해당된다. 평생직장을 가슴에 품고 살아 온 부모님 세대와 달리 성적, 대학, 취업,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성공의 기준을 좇아 치열하게 경쟁했으나 경제불황으로 취업난을 겪은 밀레니얼 세대에선 미래의 행복을 담보 삼아 오늘의 행복을 져버리는 일을 지양한다. 그래서 한 번뿐인 인생을 즐기라는 욜로(YOLO) 외침이 미디어에서 터져 나오고, 사회의 기준이 아닌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고 따르는 마이싸이더(My+Side+er:내 안의 기준을 세우고 따르는 사람), 소신을 거리낌 없이 말하는 소피커라는 키워드가 탄생했다.

 

남들이 정해준 길을 따라가는 팔로워(follower)가 아닌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프런티어(frontier)로서 정체성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고 여기에 나아가 기술의 혁신으로 Youtube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개성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퇴사하는 과정조차 퇴사 브이로그라는 새로운 컨셉이 만들어지고 프로이직러라는 재치 있는 말로 나를 소개하는 방식이 다채로워졌다. 젊은 세대에선 퇴사는 실패가 아닌 또 하나의 기회로 인식된다. 좋은 사례는 가까이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 (Sundar Pichai)가장 영감을 주는 채널이라며 극찬한 박막례 할머니 역시 실버셀럽으로 활발한 컨텐츠로 젊은 층과 소통하며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화려한 영광 뒤엔 퇴사 후, 직접 연출, 촬영, 편집을 도맡은 손녀의 도전적인 시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1인 크리에이터가 돼서 컨텐츠를 만드는 것만이 참여가 아니다. 만들어진 영상을 시청하고, 검색하고, 공유하고, 댓글을 달고, ‘좋아요를 누르는 일련의 과정 역시 적극적인 참여이며 선순환을 만드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 1그램의 작은 참여라도 소통하는 이유는 내가 좋아서. 이런 관점에서 직장의 개념도 바뀌었다. 야근을 위해 저녁으로 뭘 시켜 먹을까?” 묻는 팀장에게 저녁 대신 퇴근을 시켜달라는대화에서 변한 직장문화를 체감할 수 있다. 52시간 도입 이후, 연봉 보다 워라밸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밀레니얼 세대에선 퇴근 후 주어진 저녁 시간만큼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 역시 소중하다.

 

그 어떤 직장, 직군, 업계보다도 내가 현재 속한 네이버웹툰에서 가장 큰 만족감을 얻을 때는, 지금 읽고 있는 웹툰의 결말이 궁금할 때, 시놉시스로 결말을 훔쳐보고, 주말 동안 남들보다 조금 더 빠르게 다음 회차를 미리 읽고, 어떤 신작이 준비 중인지를 먼저 알 수 있을 때다. 거창하지 않지만 확실한 행복이 있기에 내가 속한 곳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해외출장도 잦고, 네이버에서 주최하는 다양한 행사 및 시상식에도 초대받을 수 있는 게 소소하지만 가장 확실한 맞춤형 복지가 아닐까

 

양유진/네이버웹툰